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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

거친 자연환경을 극복한
북유럽의 문화 중심지 NORWAY

필자는 지난 6월에 북유럽의 핀란드,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를 다녀왔다. 네 나라가 모두 나름대로 독특한 개성을 지닌 훌륭한 여행지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유독 한 나라에서의 잔상들이 더욱 짙어져만 가는데, 바로 노르웨이다. 아름답고 웅대한 자연미가 세계적으로 이름난 유물 못지않은 감동을 선사했기 때문이다. 노르웨이는 겨울이 길고 눈이 오는 날도 많은 편이다. 그래서 세계 각국의 여행자들은 주로 한여름에 노르웨이를 많이 찾는다.
  • 글_사진. 송일봉(여행작가)
*송일봉 작가는 (사)한국여행작가협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해외여행전문지 ‘코리안 트레블러’ 편집부장과 대한항공 기내지 ‘모닝캄’ 편집장을 지냈다.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주관하는 ‘길 위의 인문학’ 기획위원과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주관하는 ‘국립공원 대표경관 100경’선정위원 등을 지냈다. 현재 문화답사 프로그램 ‘송일봉의 감성여행’을 24년째 진행하고 있으며, 매주 KBS, MBC, 교통방송 등에 출연하고 있다.

북유럽 여행의 관문은 핀란드 헬싱키다. 헬싱키에서 하루 정도의 일정을 마친 여행자들은 유람선인 실자라인을 타고 스웨덴 스톡홀름으로 향한다. 헬싱키에서 오후 5시에 출발한 실자라인은 다음날 오전 9시 30분 스톡홀름에 도착한다. 역시 스톡홀름에서 짧은일정을 마친 여행자들은 두근거리는 마음을 애써 억누른 채 노르웨이 오슬로로 향한다.
일정에 따라 항공기, 기차, 버스 등을 이용한다. 항공기를 이용하는 것이 시간적, 체력적으로 효율성이 높은 편이다. 노르웨이는 국토의 약 3분의 1이 북극권에 속해 있을 정도로 지형이 거칠다. 험준한 산과 빙하, 피오르드는 노르웨이의 자연을 대변하는 단어들이다. 하지만 자연적인 악조건 속에서 삶을 이어가는 노르웨이 사람들은 대체로 낙천적인 국민성을 가지고 있다. 이 같은 성격은 거친 자연환경을 극복하는 데 있어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노르웨이 수도인 오슬로의 역사는 거의 1000년에 가깝다. 1050년에 노르웨이 바이킹의 마지막 왕이었던 하랄 하르드로데가 도시의 기반을 다진 것이 그 시초다.
그 후 1299년에 정식 수도가 되어 발전하다 한때 덴마크의 크리스티안 4세(1577~1648년)의 이름을 따 도시 이름이 크리스티아니아로 불리기도 했다. ‘오슬로’라는 이름은 1925년 1월 1일부터 불리기 시작했다. 도시의 이름이 바뀌면서 오랫동안 지속된 덴마크의 지배도 종지부를 찍었다.

에케베르그 언덕에서 바라본 오슬로 전경
  • 오슬로 여행 중심지인 카를 요한 거리
  • 오슬로 시청사 로비에 걸려있는 대형 유화(일부)
북유럽의 문화중심지, 오슬로

오슬로를 찾은 여행자들은 대략 3개 지역으로 구분된 지역을 하루 또는 이틀 정도 일정으로 돌아보게 된다. 그 3개 지역이란 카를 요한 거리~항구 구간, 뷔그되이의 박물관 지구, 오슬로 외곽의 프롱네르 공원 지구 등을 가리킨다. 이 가운데 짧은 시간에 오슬로의 진면목을 만날 수 있는 곳은 보행자도로, 시청사, 대성당 등이 밀집되어 있는 카를 요한 거리다.
‘북유럽 제1의 문화 중심지’를 표방하는 오슬로에서 가장 많이 알려진 미술관은 뭉크 미술관이다. 노르웨이 화가 뭉크가 생전에 기증한 작품들이 소장되어 있는 곳이다. 오슬로 시내 중심가에 있는 국립미술관에는 자연, 전원풍경, 인물 등을 그린 노르웨이 예술가들의 작품을 비롯해 피카소, 마티스, 세잔 등과 같은 유명 화가들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특히 15~16세기의 성화상, 로댕과 마욜의 조각품 등이 볼만하다. 뭉크의 작품인 ‘절규’와 ‘마돈나’도 이곳에서 감상할 수 있다. 오슬로 곳곳에는 세계적 수준의 문화명소들이 많다. 그 가운데서도 오슬로 외곽에 있는 프롱네르 공원(일명 비겔란 조각공원)은 가볍게 산책을 하며 훌륭한 조각품들을 감상할 수 있는 명소로 인기가 많다. 프롱네르 공원 곳곳에 전시되어 있는 조각품들 대부분은 조각가 구스타프 비겔란이 기증한 작품들이다. 작품의 소재는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남녀, 노인, 청년, 어린이 등과 같은 인물상이 주를 이룬다. 인물의 형상 외에도 심리상태가 세밀하게 표현되어 있어서 마치 살아있는 사람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프롱네르 공원의 얼굴이자 가장 대표적인 작품은 거대한 모노리트(하나로 된 돌기둥)다. 121명의 남녀노소가 뒤엉킨 채 나선형으로 조각되어 있는 17m 높이의 이 돌기둥은 오슬로가 전 세계적으로 자랑하는 명물이기도 하다.

(왼쪽)뭉크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인 ‘마돈나’
(오른쪽)뭉크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인 ‘절규’
프롱네르 공원에서 가장 유명한 조각품인 ‘모노리트’
난공불락의 방어시설, 아케르스후스 요새

오슬로 항 근처에는 오슬로의 상징물인 시청사가 세워져 있다. 마치 우리나라의 쌍둥이 빌딩을 연상케 하는 이 건축물은 1931년에 공사를 시작해 오슬로 시 창립 900주년이 되던 해인 1950년에 완공되었다. 시청사 안에는 많은 그림과 벽화, 조각품들이 있어 관광명소로도 유명하다. 눈길을 끄는 작품으로는 로비의 한 면을 차지하는 대형 유화(24m×12.6m)다. 그림 속에는 노르웨이 사람들의 다양한 생활상이 담겨 있다. 오슬로 시청사에서는 해마다 노벨평화상 시상식을 거행하고 있다. 2000년 12월 10일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시상식이 열렸다.
에케베르그 언덕과 아케르스후스 요새는 오슬로를 떠나기 전에 가볍게 들르면 좋은 명소다. 에케베르그 언덕은 뭉크가 그의 대표작 ‘절규’를 그리기 전에 강한 영감을 얻은 장소다. 하지만 에케베르그 언덕에서는 ‘절규’가 상징하는 이미지인 ‘공포’와는 달리 평온한 오슬로 시내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오슬로 항 근처에 있는 아케르스후스 요새는 스웨덴의 잦은 침략을 막기 위해 구축한 난공불락의 방어시설이다. 최초의 공사는 호콘 5세(1270~1319년) 때인 1299년에 시작되었다. 르네상스 양식의 외관은 크리스티안 4세 때인 17세기에 개축한 것이다. 아케르스후스 요새에서는 가벼운 산책을 하며 멋진 석양을 감상할 수 있다.

  • 노르웨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야생화인 ‘루핀’
  • 아케르스후스 요새 내부의 산책로
구드방겐과 플롬 사이에 있는 피오르드
노르웨이 피오르드의 심장, 플롬

오슬로에서 북서쪽으로 370km쯤 떨어져 있는 플롬은 피오르드 연안에 있는 작은 마을이다. 노르웨이 사람들이 ‘노르웨이 피오르드의 심장’이라 부르고 있는 곳이다. 피오르드는 노르웨이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핵심이자 명물이다. 노르웨이를 여행하는 사람들이 누구나 한 번쯤 가보고 싶어 하는 자연의 결정체 피오르드. 그리고 피오르드 여행의 가장 아름다운 출발지인 플롬. 이 마을이 오늘날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데는 ‘철도의 최고 걸작품’이라는 찬사를 받는 플롬 철도의 영향이 매우 크다. 노르웨이 특유의 아름답고 웅대한 자연미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플롬 철도여행은 이미 오래전부터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기차여행’ 가운데 하나로 손꼽혀 왔다. 플롬 철도는 오슬로–베르겐 노선과 연결된 지선이다. 오슬로에서 베르겐으로 가는 기차를 타고 4시간 30분쯤 가면 환승역인 뮈르달역에 도착하게 되는데 플롬 철도는 바로 이곳에서부터 시작된다. 플롬 철도의 총 길이는 20km로 1923년에 공사가 시작되어 1940년에 개통되었다. 승객 수송은 이듬해인 1941년부터 시작되었다. 해발 866.8m 지점의 뮈르달역부터 해발 2m 지점의 플롬역까지는 구불구불한 내리막길로 이뤄져있다.
약 1시간이 소요되는 이 노선에서 여행자들은 노르웨이의 웅장한 산악미와 자연미에 흠뻑 빠지게 된다. 뮈르달역을 출발한 기차는 잠시 후 키오스포센역에 5분간 정차한다. 탑승객들은 이 시간을 이용해 밖으로 나가 거대한 물줄기를 자랑하는 효스 폭포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는다. 폭포 중간쯤에서는 빨간색 옷을 입은 요정이 나와 1~2분가량 춤을 춘다. 노르웨이 신화에 등장하는 요정인 ‘훌드라(Huldra)’를 재현하는 것이다. 플롬 철도 구간 중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마을은 오래된 교회가 있는 하레이나 마을이다.
개울이 흐르는 협곡 한쪽에 10여 채의 작은 주택들이 오밀조밀 모여 있고, 개울에는 작은 다리가 놓여 있다. 급경사의 산허리와 여러 개의 터널을 지난 기차가 종착역인 플롬역에 이를 무렵. 여행자들의 눈앞에는 예쁜 호수를 연상케 하는 피오르드의 끝자락과 아담한 마을풍경이 펼쳐진다. 선착장에는 기차를 타고 온 사람들을 태우고 떠날 유람선들이 정박해 있다. 플롬을 출발한 유람선이 느리게 항해를 하는 동안 여행자들은 유람선 양쪽에 펼쳐지는 웅장한 노르웨이 피오르드의 진수를 만끽할 수 있다.
피오르드 여행의 목적지인 구드방겐까지는 약 2시간이 소요된다. 구드방겐에서 다음 여행지인 베르겐까지는 버스로 약 2시간 30분이 소요된다.

플뢰엔 산에서 내려다본 베르겐 전경
음악가 그리그의 고향, 베르겐

노르웨이에서 가장 큰 도시는 수도인 오슬로다. 하지만 보다 낭만적인 여행지를 즐겨 찾는 사람들이라면 노르웨이 제2의 도시인 베르겐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그리 큰 도시는 아니지만 작곡가 그리그의 고향으로 상당한 매력을 지닌 도시이기 때문이다. 베르겐에서 가장 아름다운 거리는 브뤼겐 거리다.
늘 많은 여행자들로 붐비는 이 거리에는 14~15세기 무렵 한자동맹* 당시 독일 상인들이 거주했던 흔적이 지금까지도 잘 남아 있다. 파스텔톤의 외벽과 빈틈없이 다닥다닥 붙은 뾰족지붕으로 특징되는 목조 가옥들. 마치 장난감처럼 알록달록한 이 독일풍 가옥들은 현재 유네스코에 의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 베르겐 시내를 포근하게 감싸고 있는 산은 해발 320m의 플뢰엔 산이다. 이 산 정상까지는 자그마한 케이블카가 운행되고 있다.
날씨가 좋은 날 플뢰엔 산에 오르면 동화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하는 베르겐의 아름다운 전경을 감상할 수 있다. 플뢰엔 산 정상에서 베르겐 시내로 내려올 때는 약 1시간 정도 소요되는 트레킹 코스를 걸으면 좋다. 울창한 숲길 곳곳에 ‘마녀 출입금지’, ‘마녀 촬영금지’ 등과 같이 재미난 안내판들이 있어 지루할 틈이 없다.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 물이 흐르는 소리, 바람소리를 들으며 숲길을 걷고 있노라면 저절로 몸과 마음이 가벼워진다. 베르겐은 노르웨이에서 가장 낭만적인 도시다. 어쩌면 음악가 그리그가 태어난 곳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1843년 베르겐에서 태어난 그리그는 어릴 때 어머니로부터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한 것을 계기로 음악가의 길을 걸었다. 입센의 극시인 페르퀸트에다 곡을 붙인 ‘페르퀸트 모음곡’이 대표작 가운데 하나다.
1876년 초연된 페르퀸트는 그리그로 하여금 음악가로서의 명성을 얻게 만들었다. 그리그는 베르겐 교외의 바닷가 언덕에 예쁜 집을 짓고 살면서 많은 음악들을 만들었다. 노르웨이의 아름답고 다양한 자연과 삶, 전설 등을 끊임없이 악보로 옮겼다. 음악을 만들다 지치면 아내 니나와 함께 집 근처의 호젓한 산책로를 걸으며 악상을 떠올리기도 했다. 그리그가 22년 동안 살았던 아담한 집은 현재 관광객들에게 자유롭게 개방되고 있다. 근처에는 그리그 박물관이 있으며 조그만 오솔길이 끝나는 곳에는 그가 생전에 ‘솔베이그의 노래’를 작곡했다고 전해지는 빨간색 오두막이 있다.

tip 자유여행자들을 위한 교통패스, Norway in a Nutshell
노르웨이 여행에서 여행자들이 겪는 큰 어려움 가운데 하나는 이동수단이다. 자연지형이 워낙 험한 데다 기후 또한 그리 좋은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험한 산악지형과 피오르드는 버스의 이동을 상당부분 제한하고 있어 다른 나라처럼 버스만 가지고는 제대로 된 여행을 즐길 수 없다. 게다가 5월 이전에는 높은 산의 경우 버스통행이 불가능한 곳도 많아 자칫 잘못하면 길에서 아까운 시간을 허비하기 일쑤다. 이 같은 단점을 보완하고 가족단위의 자유여행자들을 위해 만들어진 여행 프로그램이 바로 Norway in a Nutshell이다.
Norway in a Nutshell의 여러 프로그램 가운데 가장 인기가 많은 일정은 다음과 같다. 오슬로에서 출발하는 기차를 타고 뮈르달역에 도착한 여행자들은 플롬으로 가기 위해 플롬 철도로 갈아탄다. 이 기차는 경치가 좋은 곳에서는 서행을 하거나 정차를 해서 여행자들이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시간도 준다. 플롬에 도착해서는 유람선을 타기까지 약간의 자유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여행자들은 이 시간을 이용해 점심식사를 한다. 플롬에서의 자유 시간을 마친 여행자들은 유람선을 타고 구드방겐으로 향하면서 약 2시간에 걸쳐 ‘노르웨이 피오르드’의 진수를 감상한다. 구드방겐에서 다음 도착지인 보스까지의 이동수단은 버스다. 이 버스는 중간 경유지인 스탈하임에서 잠시 정차하는데 이곳의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경치가 매우 아름답다. 보스에서는 다시 기차를 타고 베르겐으로 향한다. 베르겐에 도착한 후에는 여행 일정에 여유가 있다면 베르겐에서 숙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시간이 촉박할 경우에는 오후 늦게 출발하는 야간열차를 이용해 오슬로까지 갈 수도 있다. Norway in a Nutshell을 이용하려면 오슬로 중앙역에서 예약과 발권을 해야 한다. 유레일패스를 가지고 있을 경우 오슬로-뮈르달 구간과 보스-베르겐 구간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으며 다른 구간은 할인받을 수 있다.
*한자동맹 : 독일 북부의 도시들과 외국에 있는 독일의 상업집단이 상호교역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결성한 동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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