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이 바뀌었다. 수시로 찬바람을 쐬고 얼음물을 들이켜도 끄떡없던 여름이 끝나고 가을이 깊어진 것. 온도도, 습도도, 바람의 세기도 달라진 계절에 적응하느라 우리 몸은 지금 한창 분주하다. 자칫 소홀했다가는 며칠 앓아눕기 십상, 가을은 건강관리에 조금 더 예민해질 필요가 있다.
특히나 목은 바깥 온도의 영향을 많이 받는 터라 내·외부 질환에 노출될 위험이 큰데, 목을 자주 쓰는 사람이라면 생활습관부터 돌아보아야 한다. 가장 기본적인 것은 충분한 수분 공급이다. 습도가 낮은 계절인 만큼 평소 따뜻한 물이나 차를 자주 마셔 기관지를 촉촉하게 유지하는 것이 좋다. 성대 점막이 마를 경우 바이러스에 저항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내 습도를 40~50%로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때 습도가 너무 높아도 집먼지진드기 번식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으므로 주의하자.
또한 구강 건강과 목 건강은 밀접하게 연결되므로 음식을 먹은 후 양치질을 꼼꼼히 하면 도움이 된다. 만약 매번 양치질하는 게 어렵다면 가글만이라도 습관화하는 것이 좋다. 소소하지만 미세먼지가 심한 날 외출 시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도 목 건강을 위한 꿀팁. 마스크를 구입할 때는 식약처가 인증한 황사방지용 마스크인지, KF(Korea Filter) 80, 94 표기가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신체의 건강 수준은 나이와 비례하지 않는다. 목 건강도 마찬가지다. 관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노화를 늦출 수도, 앞당길 수도 있다. 계절의 변화에 따라 일상적인 노력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실 그보다 앞서야 하는 건 성대 자체를 건강하게 하는 일이다. 보통 40대에 접어들면 성대도 서서히 늙기 시작한다. 팽팽하던 피부에 주름이 지고 탄탄하던 근육이 점점 가늘어지는 것과 마찬가지로, 성대 근육도 탄력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중년을 넘어서면서 서서히 목소리가 달라지는 건 그런 이유. 남성의 경우 성대 근육이 약해지고 성대가 가늘어져 목소리도 가늘어지는 게 일반적이다. 또한 소리를 낼 때 성대가 예전처럼 잘 맞물리지 않아 쉰 듯한 목소리가 나기도 한다. 반대로 여성은 목소리가 굵어지는 경향을 보인다. 성대에 부종이 생겨 두꺼워지기 때문인데, 폐경 후 여성호르몬이 줄어들게 되면 변화는 더욱 급격해진다.
다행히 이러한 성대의 노화는 성대 근육에 탄력을 주는 운동, 생활습관 교정 등으로 어느 정도 늦출 수 있다.
말을 하고, 음식을 먹고, 심지어 숨을 쉬는 순간에도 성대에는 자극이 가해진다. 그렇다면 자극을 최소화하는 것이 목 건강을 지키는 솔루션이 될 터. 성대를 건조하게 하는 술과 담배는 멀리하고, 일종의 윤활제 역할을 하는 물은 충분히 마시는 것이 좋다. 늦은 시간 음식을 먹고 잠자리에 드는 것 역시 피해야 할 습관. 역류한 위산이 성대 점막에 손상을 줄 수 있다. 또한 숨은 코로 쉬어야 한다. 입으로 숨을 쉴 경우 성대가 이물질에 노출될 위험이 큰 데다, 점점 건조해져 작은 자극에도 손상이 쉽게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코를 심하게 고는 사람도 주의가 필요하다.
간혹 목에 이물감이 느껴질 때는 헛기침을 하기보다는 물을 마시거나 침을 삼키는 것이 성대에 충격을 줄이는 방법이다. 그렇다고 무조건 목을 아끼는 것만이 왕도는 아니다. 너무 사용하지 않을 경우 오히려 근육이 약해질 수 있으므로, 노래를 흥얼거리는 등 가벼운 자극을 꾸준히 주는 편이 낫다. 성대 운동법도 있다. 들숨 상태에서 혀를 위로 구부린 채 ‘흐르르르’ 소리를 내며 숨을 세게 내쉬고, 이어서 ‘으’라는 목소리를 섞어 같은 방법으로 바람을 불어내는 식. 이 운동을 하루 5분씩 매일 반복하면 성대 노화 예방에 도움이 된다. 여느 신체 건강법과 마찬가지로 목 건강을 지키는 방법도 꾸준한 노력이 핵심이다. 물론 이 자체가 스트레스와 피곤으로 느껴져서는 곤란하다. 만병의 근원 스트레스는 목 건강에도 백해무익하니까. 무리가 되지 않는 선에서 조금만 더 세심하게 실천할 것을 권한다. 일단, 지금 당장 물 한 잔부터 마시고 시작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