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언론사 기사에 소개된 A씨 부부. 맞벌이를 하는 부부의 합산 소득은 월 650만 원 정도다. 매달 허리띠를 졸라매며 저축하지만 모이는 돈이 많지 않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두 딸의 교육비 때문이다. 딸의 영어 학원, 피아노 학원, 수영 교습 등에 매달 200만 원 가까이 들어간다. A씨는 “다른 것은 포기해도 자식 교육은 포기할 수 없는 게 부모 마음이 아니겠느냐”며 “여유가 있다면 이것보다 더 수준 높은 교육을 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이처럼 현실에서 학부모들의 마음은 ‘여유가 있다면’ 조금이라도 더 사교육을 시키고 싶은 심정이다. 하지만 사교육 전문가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많은 학부모를 만났지만 스스로 만족할 만큼 충분한 사교육을 시키고 있다고 생각하는 학부모들은 거의 없습니다(물론 ‘남는 돈’을 사교육비로 쓰는 일부 상류층들은 거의 아동학대 수준으로 사교육을 시키면서 자기만족에 빠져 있기는 합니다).”
필자는 이해관계를 떠나 순수한 마음으로 학부모들에게 ‘사교육 절제’를 권유한다. ‘백해무익’이라는 단어가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아이가 사교육 ‘역효과’의 피해자라는 사실을 확인한 경우에는 더더욱 그런다.
하지만 필자의 진심은 조금이라도 더 교육시키고 싶은 부모 심정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튕겨나가곤 했다. 과연 사교육비에서 실제 아이의 공부에 도움이 되는, 효과를 보는 비율은 얼마나 될까. 사교육의 ‘역효과’를 피하려면 부모가 먼저 성찰하고 질문해야 한다. 자신의 불안감 때문에 보내는 건지 아이가 필요를 느껴 도와주는 지를 말이다.
아이가 필요를 느낄 때까지 기다리면 위험하다는 지적, 즉 그럴 때는 오지 않는다거나 때가 와도 이미 늦었다는 말은 사교육업자들의 협박일 따름이다. 본인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데 부모가 억지로라도 시켜 효과를 보는 경우보다는 때를 기다리는 것이 ‘백만 배’ 이상 성공 확률이 높다는 것을 기억하자.
그간 필자가 사교육 현장에서 만난 현실은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말이 딱 들어맞았다. 온갖 마케팅 기법을 동원하여 학부모들의 불안과 욕망을 자극하여 잇속을 챙기는 업자들의 등쌀에 진정한 교육자들은 설 자리를 빼앗기고 있다. 다분히 조작된 구전 효과에 사로잡혀 유명 학원에 줄을 서는 학부모들이 안타까울 때가 많다.
모든 일은 관계에서 비롯된다. 학원 원장을 꼭 만나서 사업가인지 교육자인지 감별해야 한다. 그리고 아이를 담당하는 강사와의 상담이 꼭 필요하다. 무엇보다 아이에 대해 잘 알고 있는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자신에게 관심과 애정을 갖고 있지 않은 사람에게 아이들은 배우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학원은 성과를 낼 수 있는 소수 학생에게만 신경을 쓰는 편이다. 다수 학생을 들러리로 만들어야 수익성이 높기 때문이다. 비싼 만큼 효과를 보고 싶다면, 사교육 역효과 때문에 오히려 아이를 망치고 싶지 않다면, 불안 마케팅에 자극받은 오염된 부모 심정이 아니라, 아이가 학습효과를 누릴 수 있는 조건이 판단기준이 돼야 한다. 아이들의 공부, 문제는 효과다. 학원에 갔다 온 아이의 표정에서도 그 효과를 확인할 수 있다. 학습량의 기복 때문에 성적이 부진한 경우라면, 부모가 시키지 않아도 학원 숙제를 자발적으로 하는 모습이 효과를 말해줄 것이다. 공부하는 방법을 배워 성적 향상은 물론 공부 효능감을 느낀 경우에는 공부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냄으로써 효과를 말해줄 것이다.
만약, 아이가 사교육 효과를 보고 있다면 분명 부모에게 고맙다고 말할 것이다. 반면, 학원에 다녀온 아이가 평소에 ‘시키는 대로 학원 갔다 왔으니 더 이상 건드리지 마세요’라는 식의 태도를 보인다면 ‘학습효과’를 절대 기준으로 전면적인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야 한다. 남들이 하는 대로가 아닌, 내 아이를 제대로 관찰하고 부모가 스스로 마음 상태를 돌보는 자세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