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행복찾기
The-K Focus

인생이라는 작품 한 권

The-K 은빛동행 자서전 출간 프로젝트
‘내 인생의 꽃은 바로, 나’ Ⅲ

지금의 나로 존재할 수 있는 까닭을 거슬러 오르다 보면 나름의 역사와 맞닿는다. 길건 짧건, 화려하건 소박하건, 모든 인생은 기록할만한 가치가 있다. The-K 은빛동행 자서전 출간 프로젝트는 그렇게 시작됐다. 어느덧 세 번째, 지난해 11월 14일부터 40일간의 응모 기간을 거쳐 최종 발표된 75명의 역사가 드디어 세상으로 나왔다.
  • 글. 정은주
  • 사진. 김도형

더 많은 특별회원을 위한 프로젝트

늘 새롭기를 갈망하면서도 정작 손이 닿고 마음이 가는 건 익숙한 쪽이다. 나의 취향과 흔적이, 조금 거창하게는 역사가 그곳에 배어 있는 까닭이다. 현재의 행복 여부와 무관하게 추억으로 미소 짓게 되는 건 그런 이유. 그러므로 우리는 잊히기엔 아쉬운 아니 아까운 어제를 기록하고 또 기억하려 한다. 이에 한국교직원공제회가 회원들의 삶의 기록을 켜켜이 쌓는 특별한 프로젝트에 나섰다. 바로, 특별회원만을 위한 문화복지서비스 ‘The-K 은빛동행’을 통한 자서전 출간이다. 설명하자면, 퇴직한 교직원들의 가치 있는 삶을 글로 남김으로써 후손들을 비롯한 교육 가족들과 함께 공유하는 프로젝트. 2019년 말 세번째 프로젝트를 진행함으로써 2017년부터 3년 동안 100여가지 삶의 기록을 책으로 세상에 내놓았다.
선정된 10인에 한정되었던 1, 2회와 달리 3회 때는 문을 대폭 넓혔다. 덕분에 이번에는 총 75명에게 혜택이 돌아갔다. 게다가 집필부터 사진 선정까지 본인이 직접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마련해 온전한 ‘내 책’이라는 자부심을 높였다.

내 손으로 직접 쓰는 나의 이야기

머릿속에 기록된 내용을 글로 풀어내는 작업이 간단치만은 않다. 특히 인생 전반을 훑는 자서전이라면 더할 터. 셀프 집필의 어려움을 덜기 위해 제작 가이드라인 및 툴을 제공해 부담을 최소화하고 누구나 어렵지 않게 참여할 수 있도록 과정도 간소화했다. 온라인 자서전 집필 사이트에 가입한 후 형식에 맞춰 원고를 제출하고 사진을 올리는 식. 공정성과 효율을 위해 분량은 80페이지 이상, 120페이지 이하로 제한했다. 제출한 원고는 전문가의 교정·교열·윤문·디자인 등의 편집 작업을 거쳐 자서전으로 발간됐으며, 자서전 출간 특별회원에게는 소프트 커버 자서전 5권과 함께 기념품, 전자책 PDF가 담긴 USB를 함께 전달했다.
참고로 자서전 출간 프로젝트는 많은 특별회원의 참가를 장려하고자 별도의 참가비 없이 진행된다. 다만 추가적인 부수 인쇄나 최대 페이지를 초과하는 원고 작성을 원할 경우 초과되는 부분은 자부담으로 가능하도록 선택권을 제공했다.

자서전 출간을 기념하며
  • 김희정 회원
    “여전히 꿈 많은 흥미진진한 인생”

    ‘사는 동안 책 한 권은 써야 할 텐데….’ 장난처럼 했던 말이 현실이 됐다. 틈틈이 가족에 대해 써놓은 글이 지나고 보니 딱 자서전 소재. 자신을 위한 기회라는 감이 왔다. 가장 따뜻할 때로 기억되는 유년 시절 추억, 그 속의 ‘젊은 나의 엄마’를 만나는 즐거움으로 차분히 원고를 완성해갔다. 그 과정에서 흩어져 사는 동생들과 잊혔던 이야기를 나누고, 아버지에게 몰랐던 옛날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희정씨 이야기’를 계기로 온 가족이 추억 여행을 다녀온 셈이다. 사실 국어 교사로 현직에 있을 때는 글쓰기에 오롯이 집중하는 건 꿈도 못 꿀 일이었다. 심야까지 빠듯한 일과에 동동거리며 사는 게 몸에 뱄다. 하지만 명예퇴직으로 시간적 여유가 생기고부터는 달라졌다. 지금은 모든 것을 천천히 해도 되는 삶이 너무 만족스럽다. 인생에서 어느 것 하나 소중하지 않은 추억이 있겠냐마는, 돌이켜 보니 환갑 때 아들, 딸, 며느리에게 손편지를 받은 기억은 그중에서도 특별하다. 이번에는 그의 차례. 발행된 책 다섯 권을 아들, 딸, 손녀에게 선물했다. 자서전 출간과는 별개로 인생은 계속될 터. 악기 연주와 댄스, 캘리그라피 등 취미 생활로 바쁜 와중에도 신춘문예에 등단해서 수필가란 이름을 얻고 싶다는 욕심이 꿈틀거린다. 언젠가 책을 한 권 더 내게 된다면 아마 ‘김희정 수필집’이 되지 않을까. 깊이 있고 진지한 고찰을 글로 만나게 되기를.

  • 송규행 회원
    “도전할 수 있다는 즐거움을 맛본 값진 추억”

    그를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단어, 바로 ‘도전’이다. 이번 자서전 출판 계획을 아들들에게 이야기했을 때도 “역시 아버지 여전하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목표를 세우고 실천하는 과정 자체를 즐기는 삶의 태도가 워낙 몸에 익은 탓. 곧 여든을 바라보는 나이가 무색할 정도다. 그는 초등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70년 동안 매일 일기를 쓰고 있다. 어마어마한 역사가 개인의 일기장에 잠들어있는 셈인데, 평생의 경험과 기억을 집약해 자녀와 후손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마음에 자서전을 쓰기 시작했다. 그것이 지혜라 생각해서가 아니다. 한 인간이 고난을 버티고 이겨내는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조금이나마 용기를 전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서다. 돌아보면 긴 세월, 그동안 참 많은 것을 해냈다. 초·중·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쳤고, 교육 전문직에 합격해 장학사, 장학관으로서 교육 현장 더욱 깊숙한 곳에서 역량을 발휘하기도 했다. 또 정년퇴직 후에는 교수로서 대학 강단에도 오랫동안 섰다. 시간을 쪼개고 쪼개 공부한 덕분이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는 모든 공로를 아내에게 돌린다. 당시로써는 어려웠던 여성 교장을 역임하며 가정까지 살뜰히 건사한 아내 덕에 자신이 마음껏 역량을 펼칠 수 있었다는 것. 그를 갚기 위해서라도 앞으로의 날들을 오랫동안 함께하고 싶은 마음이다. 힘껏 아끼고 사랑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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