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네덜란드 여론조사 전문가인 ‘모리스 드 혼드(Mauris de Hond)’는 아이폰이나 아이패드 같은 ‘스마트 디바이스(smart device)’ 즉 최신 테크놀로지를 적극 활용하는 학교를 세웠다.
그는 아이패드를 통해 많은 것을 배우는 자신의 3살짜리 딸이 다닐 만한 학교를 찾았으나 발견할 수 없었다. 대부분의 학교가 자신이 30년 전에 다니던 학교와 비슷한 환경에서 비슷한 방식으로 교육하고 있음에 실망한 모리스는 이미 아이패드에 익숙해진 자신의 딸이 다니기에 적합한 학교, 즉 ‘스티브 잡스 스쿨’을 설립한 것이다.
이 학교의 교육 철학은 ‘유아혁명(toddler revolution)’에 근거한다. 태어난 지 얼마 안 돼서부터 스마트 디바이스를 가지고 놀면서 세계를 배운 아이들이 학교에 들어가면서 오로지 오프라인에서만 뭔가를 배우도록 강제된다.
이처럼 시대에 맞지 않는 학교 교육에 실망한 모리스는 스마트 디바이스를 적극 활용하는, 새로운 시대에 맞는 학교 교육을 구상하게 되었다. 이 학교가 바로 스티브 잡스 스쿨이다.
스티브 잡스 스쿨은 애플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는 학교다. 모리스가 아이폰과 아이패드 등의 발명으로 인류의 삶을 획기적으로 바꿔 놓은 스티브 잡스를 존경하여 자신이 설립한 학교에 ‘스티브 잡스 스쿨’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스티브 잡스 스쿨에서는 ‘새로운 시대를 위한 교육’을 학생들에게 제공하고자 한다. 특히 정보통신기술(ICT)과 정보처리능력, 협업능력, 비판력, 창의력, 문제해결력 등과 같은 ‘21세기 역량’을 길러주는 것을 목적으로 삼는다. 따라서 교과서도, 전통적인 의미의 교실도, 정해진 수업 시간표도 없다. 학생들은 1년 365일, 하루 24시간 언제라도 아이패드를 통해 ‘가상학교(virtual school)’에 접근해 자유롭게 21세기 역량을 함양할 수 있다.
학교 교육의 주된 부분이 스마트 디바이스를 통한 학생의 개별 학습이기 때문에 학생들은 학교라는 시공간적 제약에서 벗어나서도 비교적 자유로이 학습할 수 있다.
그래서 학부모가 자신의 필요에 따라 자녀의 방학일과 등교일 등을 결정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한편, 스티브 잡스 스쿨이 풀어야 할 몇몇 개선점도 있다. 예를 들어, 학생의 개별학습에 활용되는 교육용 소프트웨어 비용이 과다하다는 문제가 있다. 개별학습용 SW 사용료로 학생당 월 9유로를 지불해야 한다. 이는 학생 1인당 연간 108유로에 해당하며, 학생이 400명인 경우 학교가 연간 4만유로가 넘는 사용료를 지불해야 함을 뜻한다.
게다가 과도하게 투자하는 비용에 비해 학생들의 성적이 눈에 띄게 올랐다는 증거는 아직 없다. 그래서 스티브 잡스 스쿨로 전환을 검토하던 학교 중에 전환을 포기하는 학교도 있었다. 그러나 설립자인 모리스는 교직원 연수를 강화하고 리더십을 길러준다면 새로운 학교 체제가 안착되고 더 좋은 성과가 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머지않아 이러한 개선점이 보완되어 학생들의 성적이 눈에 띄게 향상될 것인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