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부터 운동은 자신과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웨이크보드나 스킨스쿠버, 서핑 같은 레저스포츠를 종종 즐기기는 했지만, 일상적인 운동이라기보다는 색다른 ‘체험’을 해보는 일에 가까웠다. 처음에는 누구나 그렇듯 ‘건강을 위해’ 가벼운 마음으로 운동을 시작했다.
“겉으로는 말라 보이는데 보기보다 중성지방이 많은 편이어서 건강관리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어요. 레저스포츠를 좋아해서 아예 운동에서 손 놓고 있는 편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인바디 측정을 해보고 내심 충격을 받았죠. 이제 운동을 시작한 지도 거의 3년이 다 되어가네요.”
시작은 수영이었다. 학생들이 학교 수업을 통해 수영을 배우는 터라, 자연스럽게 수영에 관심이 갔다. 담임으로서 수영을 잘 할 줄 알면 생존 수영을 의무적으로 배우는 학생들에게 이론적으로 좀 더 도움이 되리라는 마음도 있었다. 강습을 근근이 따라갈 거라는 예상과 달리 제법 수영을 배우는 재미가 들었다. 수영과 병행해 혼자 달리기도 시작했다.
“처음에는 수영장에 가기 전에 혼자 동네 주변이나 학교 운동장을 달렸어요. 예전에는 봄가을에 매주 마라톤대회가 열렸는데, 10km 정도는 충분히 뛸 수 있겠다 싶어서 조금씩 대회에도 나가봤어요. 그런데 대회장에 갔더니 다들 친구들과 온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달리기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프로그램에 등록했습니다.”
스포츠 브랜드에서 운영하는 달리기 프로그램에 등록하려면 최소한의 자격이 필요했다.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해야 한다는 것. 대회 당일 컨디션이 좋지 않았지만, 힘을 내서 끝까지 달렸다. 42.195km를 완주하고 나니 마음 깊은 곳에서 자신감도 솟아났다.
“달리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풀코스를 완주해야 ‘마라토너’라고 불러주거든요. 그 전에는 모두 ‘러너(runner)’에요. ‘이제 나도 마라토너가 되었구나’ 싶어서 조금 뿌듯했어요.”
수영에 달리기까지 하고 보니 다음 목표도 생겼다. 바로 철인 3종 경기 출전이다. 철인 3종은 수영과 사이클, 마라톤 세 종목을 쉬지 않고 이어서 하는 종목. 극한의 인내심과 체력이 필요해 운동을 오래 한 사람이라도 선뜻 도전하기가 쉽지 않다.
“언젠가는 철인 3종 경기에 출전해보고 싶다고 막연하게 생각했는데, 이렇게 빨리 준비하게 될 줄은 몰랐어요. 철인 3종 도전은 제 오랜 버킷리스트 중 하나거든요. 원래는 지난 6월에 대회가 열렸어야 하는데, 코로나19로 내년으로 미뤄졌어요. 9월 대회도 열리지 않을 것 같고요. 그래서 지금은 대회 출전을 위해 개인 훈련을 하는 중입니다.”
철인 3종 경기 출전 경험이 있는 사람들로부터 조언을 얻기도 하지만, 결국 훈련 과정은 자신과의 싸움이다. 비가 오지 않으면 일주일에 네다섯 번은 달리기를 하고, 수영과 사이클, 사이클과 달리기처럼 두 종목을 연결한 훈련을 몇 차례 마쳤다.
“종목마다 사용하는 근육이 달라서 근전환 훈련을 꾸준히 해야 해요. 주변에 철인 3종에 도전한 사람들이 좀 있어서 같이 훈련을 받기도 하죠.”
철인 3종 경기에 출전하기 위해 로드 자전거 타는 법도 새롭게 익혔다. 평소 서울시 공공자전거인 ‘따릉이’를 즐겨 탔음에도, 로드 자전거를 처음 탔을 때는 무게 중심을 잡기 어려워 힘들기도 했다. 예상했던 것보다 빠르게 가속도가 붙을 때면 겁도 났다. 하지만 두려움을 이기고 꾸준히 연습하다 보니 이제는 로드자전거 타기도 어렵지 않아졌다.
대회 출전은 현재 자신의 운동 능력을 측정하는 방법이자, 더 나은 기록을 향한 목표 의식을 되새기는 계기다. 결승선을 무사히 통과하고 나면 ‘해냈다’라는 뿌듯함에 자신이 기특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에게 운동은 몸은 물론 마음의 건강까지도 튼튼하게 채워주는 매개체다.
“특히 달리기는 정말 정직한 운동이에요. 매일 뛰면 뛸수록 조금씩 기록이 줄어드는 걸 확인할 수 있거든요. 반대로 조금이라도 운동을 소홀히 하면 바로 몸이 반응하고요. 그래서 더 부지런히 달리게 됩니다.”
현재 최고 기록은 10km 44분. 다음 대회에 출전할 때는 이 기록을 1분 앞당기려고 한다. 내년 3월에 예정된 국제마라톤에서는 풀코스를 3시간 30분 안에 완주하고 싶다. 물론 세상에는 그보다 고수들이 많지만, 김수정 교사는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닌 자신의 성장을 위해 달릴 뿐이다. 김수정 교사는 이러한 성취감을 학생들도 알았으면 한다. 다양한 경험을 쌓는 과정에서 자신도 몰랐던 흥미와 적성을 발견할 수 있기를 바라면서.
“학생마다 잘하는 분야가 다르잖아요. 제가 볼 때는 분명 잘할 것 같은데, 스스로 잘하지 못한다고 생각해서 주저하는 모습을 볼 때면 안타깝기도 해요. 그래서 제가 먼저 한번 해보라고 권유하면서 용기를 주려고 합니다.”
그에게도 힘을 실어준 선생님이 있다. 맞벌이로 바쁜 부모님을 대신해 섬세하게 관심을 쏟아준 초등학교 담임 선생님 덕분에 교사의 꿈을 키웠다. 올해로 교사 생활 7년 차. 자신이 쏟은 애정만큼 씩씩하게 성장하는 학생들을 보면 변함없이 교직을 향한 열정이 샘솟는다.
“올해는 코로나19로 학생들을 자주 만나지 못해서 아쉬워요. 온라인으로 교과 수업은 할 수 있지만, 경험에 관한 부분은 어떻게 채워줄 수 있을지 고민이 됩니다. 학생들이 집에서도 할 수 있는 다양한 경험에는 무엇이 있을지 고민하고 있어요.”
지식을 전달하는 일도 필요하지만, 학생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김수정 교사. 그래서 그는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매일 묵묵하게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며 달리기를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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