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힙합 전성시대다. 힙합(hip hop)은 미국에서 유행하기 시작한 대중음악의 한 장르로, 빠르고 다이내믹한 춤과 펑키한 비트, 변화무쌍한 랩 등을 특징으로 한다. 오늘날 한국에서 힙합 열풍을 주도하는 것은 1020세대. 젊은이들은 스웨그(swag)와 플렉스(flex)를 외치고, 청소년들은 장래희망 목록에 ‘래퍼’를 적는다. 우려가 되는 것은 힙합이라며 거친 욕설이나 디스(disrespect, 상대의 허물에 대해 공개적으로 공격하는 것)를 하는 것도 쉽게 무마된다는 점.
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현직 교사가 힙합 앨범을, 그것도 2장이나 냈다고 하니 놀랄 수밖에.
김민철 교사의 음악은 상대적으로 담백하다. 심지어 교훈적이기까지 하다. 선을 지키는 것은 힙합이 아니라고 말하는 이들에게 그는 당당히 말한다.
“이런 나를 보고 역시 아재 꼰대라고 말을 하겠지만 어쩔 건데? 힙합 몇 년 들어놓고 어디 번데기 앞에서 주름잡는 건데. 뿌리 모르면서 가지부터 손대. 근데 뿌리 무시하는 너는 뭔데.”
- 1집 「훈장질」 수록곡 ‘Old School Teacher’(feat. Tori & Kami) 중에서
그가 번데기가 되기까지 과정을 이야기해보자. 김민철 교사는 음악 교사 아버지, 국어 교사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자랐다. 아버지는 집에서도 곡을 만들곤 했고, 그는 비어있던 오선지가 채워지는 걸 보며 묘한 즐거움을 느꼈다. 조금 더 자라 그는 현진영, 듀스, 서태지와 아이들, 드렁큰 타이거 등의 음악을 들으며 성장했다. 학창 시절 교사의 꿈을 이루기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공부했고, 힙합은 꿈으로 가는 길을 더욱 즐거이 걷게 해 주었다.
교사가 되고 나서도 음악은 늘 그와 함께했다. 비트를 만들거나 디제잉을 할 때에는 ‘DJ Sam’, 랩을 할 때에는 ‘MC 고동’이라는 이름을 쓰며 취미를 이어갔다. 그러다 2018년 5월 15일, 불혹이 되던 해의 스승의 날에 1집 앨범 「훈장질」을 발표했다. ‘나이 든 교사’라는 의미와 ‘올드스쿨 힙합(old school hip hop, 90년대 이전의 초기 힙합)에 대해 가르쳐주겠다’는 의지를 담은 ‘올드스쿨티쳐’라는 이름으로.
1집 앨범을 내고 나니 “고3 담임교사가 오늘날 교육 현실을 담은 앨범을 냈다”라는 사실이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강연과 인터뷰 요청이 이어졌고, 지상파 뉴스에도 소개됐다.
“이 시각 현재 시계는 여덟 시 고3 교실의 현실은 어떨지. 창 밖에는 이미 둥근 해가 떴지만 이미 과반수는 완전히 뻗었지. 수능 2주밖에 남지 않았는데 이미 분위기는 말년병장 같지 (중략) 난 꿈과 희망과 영어를 가르치기 위해 합격했네 임용고시. 근데 매일 가르치는 건 경쟁과 요령뿐이라니 그동안 지내온 곳이. (중략) 문제의 정답은 있겠지 해답지. 가끔 틀려줘야지 그게 나답지. 근데 인생의 정답지는 어디 있지? 이런 질문 던져줘야 청춘답지.”
- 1집 「훈장질」 수록곡, ‘고3 교실’(feat. 이은지, 최규서) 중에서
그의 음악은 마치 90년대 힙합이 우리에게 그러했던 것처럼 ‘넌 혼자가 아냐’, ‘세상에는 정답이 없어’라는 메시지를 전하며 위로가 됐다. 평소 교류했던 뮤지션과 동료 교사뿐만 아니라, 음악에 관심과 재능이 있는 학생들이 함께 참여했다는 것도 의미가 있었다.
응원과 관심에 힘입어 올해 두 번째 정규 앨범 「고인물」도 발매했다. 코로나19로 많은 교사, 학생들이 어려움을 겪는 와중에 음반을 내는 것이 조심스러웠지만, 아직 하고 싶은 말이 많았다. 다만 1집보다는 어깨에 힘을 조금 더 뺐다.
“1집에서는 ‘내가 어떤 가사를 써야 아이들이 듣고 교훈을 얻을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앨범 이름 자체가 「훈장질」이듯 가르치려 들었죠. 그런데 막상 앨범을 내보니, 학생들은 제 노래보다 교사가 앨범을 냈다는 것 자체에서 의미를 찾더라고요. 연기가 하고 싶은데 집에서는 반대가 심해 고민하는 등 이상과 현실의 괴리가 있는 학생들이 ‘직업을 가지고도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얼마든지 즐겁게 살 수 있구나’라는 걸 깨닫고 힘을 얻었던 거죠.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힙합과 교사를 두고 저울질해본 적은 한번도 없어요.”
김민철 교사의 생각은 노래 ‘I wouldn't die for hip hop’에도 드러난다. 무언가를 좋아한다고 해서 목숨을 걸 필요는 없다. 충분히 즐기면서 살 수 있다.
“음악은 할 수 있어 실용음악과 안 가도. 연기는 할 수 있어 연극영화과 안 가도. 취미로 시작해서 재능 보이면 자연스레 인정과 기횐 따라오지 니가 문을 잠궈도. 선택할 필욘 없어 음악을 꼭 직업으로.”
- 2집 「고인물」 수록곡, ‘I wouldn't die for hip hop’ 중에서힙합은 교실 안에도 존재한다. 교사로서 그의 이름을 더욱 빛내주면서 말이다. 김민철 교사는 학생들과 “What’s up?” 으로 인사를 나누고, 수업 시간에 “Say HO~”를 외치며 유쾌한 분위기를 끌어나간다. 또 단어를 조합해 짧은 랩을 짜거나 대화에 라임을 넣는 등 힙합과 수업을 연계해 학생들이 영어에 흥미를 느끼도록 한다. 축제 때는 힙합 공연을 준비해 학생들과 더욱 친해지기도 했다. 그렇게 교사로서, 힙합을 사랑하는 한 사람으로서, 그는 지금 행복하다.
“있잖아 혹시 너흰 좋니 샘이 래퍼라서. 아님 그래서 더 별로니 샘이 오지라퍼라서. 나름 고민 많다 가장이자 아빠라서. 그래두 행복하다 마음만큼은 남보다 갑부라서. (중략) 어떤 애들은 말해 샘은 좀 늦지 않았냐고. 어떤 애들은 말해 랩 하긴 좀 늙지 않았냐고. 난 그럴 때 답해 늦었어도 늙었어도 시작한 게 포기한 것보다는 훨씬 낫지 않냐고.”
- 2집 「고인물」 수록곡, ‘Intro.’(feat. 임민) 중에서그는 교사로서의 자긍심과 한 인간으로서의 즐거움을 잃지 않으려 한다. 마음만은 결코 ‘올드’하지 않기에, 음악적으로 새로운 시도도 해보려 한다. 꼭 바라는 것이 있다면 학생들이 ‘선생님을 만나 참 다행이다’라고 생각할 수 있는 교사가 되는 것. 학생들과 진정으로 소통하고, 공감하는 것이 김민철 교사와 올드스쿨티쳐 공통의 바람이다. 앞으로도 쭉 Let’s get 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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