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쉬어가기
지금, 여기

‘피노키오의 꿈’이 있는 마을,
이탈리아 ‘콜로디’

Collodi

지구상 어디쯤에 ‘동화의 나라’가 있을까? 알록달록한 무지개를 손으로 만질 수는 없을까? 어떻게 하면 밤하늘의 별을 딸 수 있을까? 어린 시절 누구나 한 번쯤 가져 보았을 ‘꿈’이다. 꿈도 많고, 갖고 싶은 것도 많고, 하고 싶은 일도 많았던 그 시절.
지금은 비록 힘들고 어려울지라도 어린 시절에 가졌던 ‘꿈’을 생각하면 어디선가 힘이 불쑥 솟아오른다. 그 힘의 원천은 바로 ‘동심’이다. 오늘을 사는 대다수의 어른은 어린 시절 동화나 위인전 등을 읽으며 미래에 대한 꿈을 키웠다. 이탈리아 동화인 피노키오 역시 ‘할 수 있다’는 꿈을 주었던 동화 가운데 하나다. 어린 시절의 꿈과 동심을 간직한 동화의 나라, ‘피노키오’의 고향, 이탈리아 콜로디 마을에는 피노키오를 상징하는 다양한 조형물과 볼거리들이 곳곳에 가득하다. 코로나 종식으로 다시 자유롭게 여행하는 그날을 꿈꾸며, 콜로디 마을을 만나보자.
*송일봉 작가는 (사)한국여행작가협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해외여행전문지 ‘코리안 트레블러’ 편집부장과 대한항공 기내지 ‘모닝캄’ 편집장을 지냈다.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주관하는 ‘길 위의 인문학’ 기획위원과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주관하는 ‘국립공원 대표경관 100경’ 선정위원 등을 지냈다. 현재 문화답사 프로그램 ‘송일봉의 감성여행’을 25년째 진행하고 있으며, KBS 한민족방송에서 매일 ‘5분 여행기, 구석구석 코리아’를 진행하고 있다. 「지금, 여기」는 국외의 다양한 여행지를 소개하고자 마련된 코너입니다. 현재 코로나19로 인해 국외 여행이 자유롭지는 않지만, 그간 「지금, 여기」를 통해 다양한 여행 정보를 얻을 수 있을 뿐 아니라 갑갑한 현실 속에서 힐링을 하고, 잠시나마 여행 기분을 느껴볼 수 있어 좋았다는 많은 독자 의견을 반영하여 지난 7월호부터 다시 「지금, 여기」 코너를 게재하게 되었습니다. 조만간 국내의 아름다운 여행지들도 소개하는 칼럼으로 찾아뵙겠습니다.
  • 글_사진. 송일봉(여행작가)

1. 콜로디에서 가장 가까운 기차역인 ‘페스시아 역’  2. 한 일간지에 실린 필자와 딸의 여행기
이탈리아의 작은 마을, ‘콜로디’

이탈리아는 많은 영화, 문학, 음악의 무대로 널리 알려져 있는 나라다. 그런 만큼 나폴리, 베네치아, 피사, 밀라노, 피렌체 등 낭만적인 도시들이 수두룩하다. 하지만 이들 유명도시 말고도 곳곳에 여행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숨겨진 명소도 많다. 그 가운데 하나가 콜로디(Collodi)다. 콜로디는 이탈리아의 토스카나 지방에 있는 작은 마을이다.
이탈리아 로마에서 기차를 타고 북쪽으로 1시간 30분쯤 달리면 ‘꽃의 도시’로 유명한 피렌체가 나타난다. 이곳 피렌체에서 지방선 기차를 타고 다시 1시간쯤 더 가면 ‘페스시아’ 라 불리는 작은 기차역에 이르게 된다. 이곳이 바로 ‘피노키오 마을’로 잘 알려진 콜로디의 관문이다.
콜로디는 이탈리아의 전형적인 소도시의 정취를 물씬 풍기는 곳이다. 마을 사람들이 주요 교통수단으로 이용하는 페스시아역(사진 1)도 우리나라의 간이역 수준이다. 기차역을 빠져 나오면 “이곳이 이탈리아가 맞나?” 싶을 정도로 한산한 마을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의 표정도 순박하다. 기차역 건너편 도로변에는 마을을 소개하는 작은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안내판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부분은 콜로디다. 친절하게 피노키오 그림도 그려 놓았다.
필자는 콜로디를 처음 찾아갔을 때 이 기차역 안내판을 살펴보느라 콜로디로 가는 버스를 놓친 적이 있다. 다음 버스는 두 시간(지금은 한 시간 간격으로 운행) 후에 있었다. 하는 수 없이 일곱 살짜리 어린 딸과 함께 콜로디까지 걸어가야 했다. 날씨는 더웠고, 어린 딸의 발가락에는 물집이 잡혔다.
하지만 딸과 함께 걸으며 보았던 이탈리아의 작은 마을 풍경은 지금도 특별한 경험으로 남아 있다. 약 보름 동안의 유럽 배낭여행 일정 가운데 유일하게 딸을 위한 여행지가 바로 콜로디였기 때문이다. 당시 어린 딸과 함께했던 콜로디 여행은 한 일간지에 실리기도 했다.(사진 2)

성경, 코란 다음으로 많이 읽히는 동화 ‘피노키오’

동화 피노키오는 세계에서 성경과 코란 다음으로 많이 읽히는 책으로 알려졌다. 원제는 ‘피노키오의 모험’으로 피렌체 출신의 동화작가 카를로 로렌치니(1826~1890년)에 의해 1881년 처음 발표됐다. 본래 이 작품은 1881년부터 1882년까지 36회에 걸쳐 로마의 한 지역신문에 연재되었던 동화다. 하지만 당시에 워낙 인기가 많았던 탓에 연재를 마친 이듬해인 1883년에 책으로 엮어 출간했다고 한다.
카를로 로렌치니는 자신의 동화가 유명해지자 필명을 ‘카를로 콜로디’로 바꿨다. 콜로디는 카를로 로렌치니가 어린 시절을 보낸 곳이기도 하다.
동화 피노키오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주인공 피노키오는 나무를 깎아 만든 목각인형이고 피노키오 인형을 만든 사람은 제펠트 할아버지다. 그는 피노키오가 착하게 자라도록 하기 위해서 거짓말을 하면 코가 커지게 했다. 그러나 장난꾸러기인 피노키오는 할아버지의 말을 듣지 않고 멀리 모험 여행을 떠난다. 여행 중에 여우와 고양이에게 골탕을 먹고, 학교와 책이 없는 나라를 찾아갔다가 벌을 받아 당나귀로 변하기도 한다. 여러 차례 죽을 고비를 넘겼지만 피노키오의 모험 여행은 계속됐다. 피노키오가 위험에 처할 때마다 ‘파란머리 요정’의 도움을 받기도 했다. 그리고 마침내 피노키오는 제펠트 할아버지의 용서로 진짜 사람이 되어 착한 어린이가 된다.

  • 3. 콜로디의 한적한 주택가에 있는 ‘피노키오 공원’
  • 4. 피노키오와 제펠트 할아버지의 목각 조형물
  • 5. ‘피노키오 공원’ 입구에 그려져 있는 벽화
  • 6. 어린이들에게 인기가 많은 대형 체스판
훌륭한 야외 전시장, ‘피노키오 공원’

콜로디는 ‘피노키오 마을’이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이 마을에서 가장 유명한 곳은 ‘피노키오 공원’(사진 3)이다. 공원 곳곳에는 동화 속에 등장하는 여러 주인공의 동상이 세워져 있다. 공원 전체가 마치 커다란 야외전시장을 방불케 할 정도다. 놀이공원이 아닌데도 이곳을 찾는 대부분의 관광객은 어린아이를 동반하고 있다. 이 또한 다른 관광지와는 차별화되는 이색적인 풍경이기도 하다.
피노키오 공원은 1951년에 페스시아 시장이었던 롤란도 안질로티에 의해 조성됐다. 이 공원을 조성하는 데는 이탈리아의 유명 예술가 80여 명이 참여했다. 심혈을 기울여 조성된 훌륭한 조각공원인 셈이다. 현재 피노키오 공원은 문학, 공연, 놀이, 휴식 공간 등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공원 탐방로는 동화 피노키오의 내용을 주제로 해서 조성했는데, 한 바퀴를 돌면 동화책 한 권을 읽은 느낌이 들 정도다. 지난 1981년에는 이 공원에서 피노키오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잔치가 펼쳐지기도 했다.
피노키오 공원 입구에는 피노키오와 제펠트 할아버지의 목각 조형물(사진 4)이 세워져 있다. 그리고 피노키오가 그려진 작은 벽(사진 5) 옆에는 피노키오 공원으로 들어가는 출입구가 있다. 매표소를 통과해서 가장 먼저 만나는 곳은 아담 하게 꾸며진 피노키오 박물관이다. 이곳에서는 피노키오와 관련된 다양한 자료와 인형을 볼 수 있다. 영상으로 피노키오 인형극을 감상할 수도 있다. 박물관을 나서면 공터 한 모퉁이에 그려진 대형 체스판(사진 6)이 눈에 들어온다. 이 체스판은 가족 단위의 방문객들이 즐거운 놀이를 즐길 수 있는 곳 가운데 하나다.
피노키오 공원 곳곳에는 동화 피노키오와 관련된 조각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그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 작품은 피노키오, 요정, 비둘기를 주인공으로 한 청동조각상(사진 7)이다. 반(半) 추상기법으로 제작된 이 청동조각상은 이탈리아의 조각가인 에밀리오 그레코가 1955년을 전후해서 완성한 작품이다. 청동조각상으로 형상화된 요정은 동화 속에서 피노키오에게 도움을 주었던 ‘파란머리 요정’이다. 이탈리아 의 조각가인 피에트로 콘사그라의 작품도 눈길을 끈다. 두 팔을 벌리고 있는 청동조각상(사진 8)인데, 이 작품 역시 ‘파란 요정’을 형상화했다.

  • 7. ‘피노키오 공원’ 한가운데 세워져 있는 청동조각상
  • 8. 동화 피노키오에 등장하는 ‘파란머리 요정’의 청동조각상
콜로디 지도 이탈리아 콜로디 루카 피사 피렌체 리보르노 토스카나 주 시에나 그로세토
어린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공간, ‘장난감의 나라’

피노키오 공원에서 가장 재미있는 공간은 ‘장난감의 나라’ 다. 특히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곳이다. 어쩌면 동화 속에서 1년 내내 방학만 계속되는 나라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길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미로와 해적의 동굴, 그리고 비뚤 어진 거울 등이 있어 이곳을 찾는 어린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이색적인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피노키오가 자신을 만들어준 제펠트 할아버지를 구하기 위해 뱃속으로 들어갔던 고래(또는 상어) 조형물(사진 9)도 눈길을 끈다. 동화 피노키오 한 권이 모두 이 공간에 고스란히 담겨 있는 셈이다.
‘장난감의 나라’ 옆에는 모자이크 벽화(사진 10)로 둘러싸인 작은 광장이 있다. 벽화의 내용은 모두 동화 피노키오와 관련된 것들이다. 한편, 세계에서 가장 키가 큰 피노키오 조형물(16m)도 피노키오 공원 뒤편에 세워져 있다.
‘피노키오 공원’ 옆에는 ‘빨간 가재집’이라는 식당이 하나 있다. 동화 속에서 이 집은 피노키오가 ‘금화가 열리는 나무’ 를 찾아가던 길에 묵은 여관으로 등장한다. 식당 건너편에는 피노키오 인형을 파는 ‘제펠트 할아버지의 집’(사진 11)이 있다. 140여 년 전. 제펠트 할아버지가 피노키오 인형을 처음 만들었던 당시의 모습을 연상케 하는 앙증맞은 기념품 가게다.

  • 9. ‘장난감의 나라’에 있는 고래 조형물들
  • 10. 작은 광장을 둘러싸고 있는 모자이크 벽화
11. 기념품 가게인 ‘제펠트 할아버지의 집’
TIP
여행 정보

・ 현지 교통_ 콜로디의 들머리인 피렌체까지는 이탈리아의 주요 도시에서 기차를 타고 쉽게 찾아갈 수 있다. 로마에서는 약 1시간 30분, 밀라노에서는 약 1시간 50분, 베네치아에서는 약 2시간이 소요된다. 피렌체에서 페스시아까지는 기차로 약 1시간이 소요되며, 페스시아에서 콜로디까지는 버스로 약 20분이 소요된다. 버스의 배차 간격은 한 시간이다. 참고로 이탈리아 철도원들은 시한부 파업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 기후_ 이탈리아의 날씨는 비교적 사계절이 뚜렷하지만, 우리나라보다는 평균기온이 높은 편이다. 남쪽으로 내려갈수록 햇빛이 강하기 때문에 선글라스와 자외선 차단크림을 미리 준비하는 것이 좋다.

・ 언어_ 독일어를 주로 사용하는 유럽의 다른 나라들과는 달리 고유의 언어인 이탈리아어를 사용한다. 페스시아나 콜로디처럼 작은 마을에서는 영어로 소통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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