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기업은 취약계층에게 사회서비스 또는 일자리를 제공하여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등의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면서 재화 및 서비스의 생산·판매 등 영업활동을 수행하는 기업(사회적기업육성법 제2조 제1호)을 뜻한다. 말뜻만 봐도 분명 쉽지 않은 일이다. 빵을 만들어 파는데 돈을 버는 것이 첫 번째 목표가 아니라, 빵 만드는 사람을 더 많이 고용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정사교 회원은 이러한 사회적협동조합의 대표다. 2015년 설립한 수도배관 청소 전문기업 ‘모담하우징케어’와 2020년 설립한 냉난방기 세척 전문기업 ‘하지넥스’가 그가 몸담고 있는 회사다.
“교직 생활을 하면서도 ‘은퇴 후 10년은 더 일하자’고 늘 생각해왔습니다. 그리고 이왕이면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었죠. 사회에 나와 보니 일을 하고 싶어도 나이가 많아서 또는 변변한 기술이 없어서 일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았어요. 그래서 그들에게 일할 방법을 가르치는 선생님이 돼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2014년 퇴직 후 정사교 회원은 독일로 여행을 떠났다. 멋진 건축물과 이국 문화에 감탄하는 대신 그는 그곳에서 창업 아이디어를 얻었다. 유럽은 오래된 건물이 많고 수도배관이 낡아 배관 청소가 일상화되어 있었다. 청소하는 모습을 곰곰이 지켜보니 큰 기술력을 요하는 일이 아니었다. 일주일만 어깨너머로 배워도 충분히 해낼 만했다. 정사교 회원에게는 문득 배관 청소 기술을 익혀 가르치면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귀국 후 그는 당장 경기도에서 주최하는 사회적경제 아카데미를 찾아갔다. 교육 수료 후에는 사업 계획서를 들고 경기도사회적경제통합지원센터가 주관한 베이비부머 사회적경제창업 창조오디션에 참가했다. 다행히 단번에 오디션에 합격해 지원금을 얻을 수 있었고, 그 돈으로 작은 사무실을 마련하고 장비를 구입했다.
좋은 일이란 하면 할수록 갈증이 나는 법이다. 회사 설립 후 예상보다 큰 실적을 올렸지만, 정사교 회원은 안주하지 않았다. 더 많은 사람에게 기회를 주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 그는 먼저 ‘냉난방기 세척’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했다. 본래 냉난방기를 청소하기 위해서는 기기 분해, 세척, 건조, 조립 과정을 거쳐야 한다. 수작업으로 하다 보니 시간이 오래 걸릴 뿐만 아니라, 결함이 발생할 확률도 높다. 그것이 무척 비효율적이라고 여겼던 정사교 회원은 자신이 직접 불편을 해소해보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는 성균관대학교를 찾아갔고, 우수한 연구진과의 협업으로 시스템에어컨 친환경 자동세척기를 만들었다.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2020년 사회적협동조합 하지넥스를 설립했다. 모담하우징케어는 학교에서 함께 근무하다 퇴직한 황종수 대표에게 위임했다.
“시스템에어컨 자동세척기를 사용하면 기기를 분해하지 않고도 청소가 가능합니다. 따라서 기기 결함을 최소화할 수 있고, 기계를 분해해 청소할 때보다 시간도 단축됩니다. 또 고열의 스팀으로 냉난방기 안에 서식하는 각종 유해세균도 없앨 수 있습니다. 냉난방기를 청소하며 겪어야 했던 불편을 모두 해소한 셈입니다.”
교사로 재직할 당시에도 그는 불편을 그냥 지나치지 않았고 항상 개선 방안을 고민했다. 그 고민은 발명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우연히 학교 급식실을 찾았다가 그는 직원들이 빙 둘러앉아 숟가락과 젓가락을 분리하는 모습을 보고 고개를 갸웃했다. 수백 명분의 숟가락과 젓가락을 하나하나 수작업으로 분류하는 것이 무척 고되게 느껴졌다. 그는 곧장 개발에 돌입했고, 무게중심을 이용한 수저 분리기 제작에 성공했다. 수저 분리기로 제8회 전국교직원발명품경진대회에서 금상을 받고, 2009년 아이디어 경매 프로그램인 SBS 「아이디어 하우 머치」에 출연하기도 했다.
“모든 발명은 ‘불편’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합니다. 불편을 그냥 참고 지나가면 계속 불편으로 남지만, 개선 방안을 연구하고 바로잡으면 위대한 발명이 되죠. 그렇게 인류가 점차 발전하는 것이고요.”
교사 시절 ‘발명왕’으로 불리고 퇴직 후에도 발명을 계속하다 보니, 대부분 그가 과학 교사일 거라고 짐작한다. 하지만 대학에서 그는 경영학도였다. 상업교사로서 학생들에게 창업을 지도하면서 발명에 눈을 떴다. 그는 항상 학생들에게 “자신만의 아이디어가 있어야 성공한다”고 강조했다. 학생들과 창업 아이템을 연구하면서 주위에 존재하는 모든 불편이 그에게는 성공의 열쇠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이러한 시선은 교사를 그만둔 후에도 바뀌지 않았다. 그리고 여기에 사명감이 더해져 정사교 회원은 퇴직 후 완벽하게 사회적 기업가로 변신할 수 있었다.
정사교 회원에게 2020년은 아쉬운 한 해였다. 코로나19 여파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다 보니 사람들에게 기술을 가르치는 일이 쉽지 않았다. 무엇보다 사람이 우선인 정사교 회원에게는 아쉬움이 크게 남았다.
그는 올해 ‘더 많은 인재를 양성하겠노라’ 다짐하고, 수저 분리기 상용화와 냉난방기 세척 사업 확장도 계획 중이다.
“새 출발을 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어깨의 힘을 빼야 해요. ‘내가 왕년에 얼마나 잘 나갔는데’라는 생각으로 자신을 옭아매어선 안 됩니다. 여전히 사람들이 제게 물어요. ‘교사로 일하던 학교에 작업복을 입고 가면 어떤 느낌이 드느냐?’고요. 그럼 저는 ‘자랑스럽습니다’라고 대답해요. 퇴임 후에도 사회에 필요한 일을 하는 모습을 학생들에게 보여줄 수 있어서 좋아요. 저는 작업복을 입었을 때가 가장 행복합니다.”
학교 배관에 낀 녹을 제거하고, 사다리를 타고, 에어컨을 청소하면서 정사교 회원은 큰 보람을 느낀다. 자신의 손으로 학생들이 쾌적하고 안전한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오래 근무한 덕분에 학교 구조나 생리도 잘 알고 있는데, 그는 이것이 교사가 창업하는 데 큰 경쟁력이 된다고 귀띔한다. 또 상업교사로 학생들에게 창업을 가르쳤던 것이 창업과 회사 운영에도 크게 도움이 되었다고.
“퇴직 후 사업을 하다 실패하는 이유는 너무나 간단해요. 모두가 하는 사업을 하기 때문이에요. 자신의 능력과 상관없이 남들도 다 한다는 이유만으로 쉽게 사업을 시작하는 거죠. 저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 잘할 수 있는 일을 먼저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사회에 도움이 되면 더 좋고요.”
그에게는 발명과 교육이 가장 잘하는 일이었다. 다만 여기에 절박함을 더했다. 일자리가 없고, 돈이 없어 생기는 절박함이 아닌 더 많은 사람들을 성공시키고 싶은 데에서 오는 절박함. 그 절박함을 메우다 보니 어느새 성공한 사회적 기업가가 되어 있었다. 그에게 기술을 배운 사람들은 전국 각지로 흩어져 새로운 인생을 시작했다. “덕분에 먹고 산다”라는 말은 억만금의 이익보다도 더 값지다. 앞으로도 그는 잘하는 일을 하며, 가치있는 인생을 계속 살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