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토는 현명하고 신뢰할 수 있는 상담 상대, 지도자, 선생을 의미한다. ‘멘토’는 고대 그리스의 서사시 「오디세이아」에 따르면, 오디세우스가 트로이 전쟁에 출정하면서 집안일은 물론 아들의 교육을 그의 믿을만한 친구에게 맡기게 되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 친구의 이름이 ‘멘토’인 것에서 유래한다. 오디세우스가 전쟁에서 돌아오기까지 약 10여 년간 멘토는 친구이자, 선생님, 때로는 아버지의 역할을 하며 친구의 아들을 잘 돌보게 된다. 그 이후 멘토라는 그의 이름은 인생의 스승이자, 선생님 때로는 아버지와 같은 의미로 사용돼 왔다.
이제는 시대가 달라졌다. 선배만이 스승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시대는 끝났다. 새로운 것들이 너무나도 빨리 세상에 들어오는데, 선배 세대의 입장에서는 젊은 친구들이배우는 속도를 따라잡기가 힘이 든다. 그러나 모르는 것을 부끄럽게 여긴다거나, 혹은 배우는 것을 귀찮게 여긴다면 이 시대에서 낙오자가 될 뿐이다.
20여 년 전, 미국의 종합가전 기업인 GE가 인터넷 사업을 하려다 보니, 50대 임원들은 배우지 않으면 도저히 소비자의 입맛에 맞는 서비스를 개발할 수 없었다. 하는 수 없이 젊은 사원들에게 배워야 했다. ‘역’이라는 의미를 앞에 붙여서, ‘리버스 멘토링(Reverse–Mentoring)’을 도입하게 된 것이다.
선배 세대가 젊은 세대에게 배워야 하는 이유는 대표적으로 2가지다. 첫째, 젊은 세대들이 갖고 있는 기술적인 지식의 양은 방대할 뿐만 아니라, 계속해서 만들어지는 디지털 정보는 그들만의 네트워크에 의해 빠르게 업데이트된다. 둘째,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인터넷을 아주 어린 시절부터 접한 이유로 첨단기술을 대하는 자세가 기성세대와는 확연히 다르다. 따라서 이렇게 쌓인 기술에 대한 노하우는 점차 선배 세대와의 격차를 만들고, 많은 업무 환경은 그들에 의해 변화된다. 그리고 결국 선배 세대들은 그들의 가르침 없이는 업무를 수행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필자의 경우, 코로나19로 인해 강의 환경이 모두 온라인으로 바뀌게 되어 온라인 강의와 관련된 많은 장비를 구입하고 관련 기술에 익숙해져야 했다. 하지만 혼자서는 힘이 든다. 접하는 정보에 한계가 있다. 컴퓨터에 검색되는 대부 분의 정보는 이미 알고리즘에 의해 내 연령대에 적합한 정보만 검색되도록 설정돼 있다. 같은 정보를 검색해도 20대가 검색하는 정보와 필자처럼 40대 후반이 검색하는 정보는 같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2021년에 가장 핫한 정보를 어떻게 접할 수 있을지 그 방법을 고민해 봐야 한다. 바로 ‘역멘토링’이 해결책이다.
역멘토링을 활용하려면 젊은 세대 동료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이 부분에서 오해가 있다. 선배 세대와 교육을 진행하다 보면, “후배들은 우리랑 같이 있는 것을 불편해한다. 그래서 웬만하면 밥도 같이 잘 안 먹고, 대화도 잘 안 한다”라고 한다. 잘 생각해 보자. 선배 세대들이 불편한 분위기를 만들어서 그런 것이라는 생각은 안 해 봤는가. 잘 들어주는 조직 문화, 인정해 주는 조직문화, 배우려는 자세 등이 전제되어야 함을 먼저 밝혀두고 싶다.
현재 많은 기업에서 역멘토링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임원과 신세대 사원을 1 : 1로 연결한다거나, 혹은 1 : 2, 1 : 3으로 연결하는 식으로 3개월 혹은 그 이상의 기간을 정해 정기적인 만남을 갖도록 한다. 한 유명 백화점의 경우, 임원 1명과 신입사원 3명이 한 조를 이뤄 밀레니얼 소비자의 발길을 끌 수 있는 맞춤형 상품을 직접 구상하거나, 최근에 뜨는 명소에 다녀온 후 사업 아이디어를 제출하는 등의 방법으로 역멘토링을 활용한다. 교보생명의 경우는 더욱 쉬운 접근을 하고 있다. 태블릿PC 사용법, 중고거래 앱 활용법을 배우거나 인스타그램 등 디지털 원주민이라 불리는 MZ세대*가 많이 접속하는 SNS를 함께 체험하기도 한다.
스스로 나보다 더 젊은 세대들과의 커뮤니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노력해보자. 그들이 사용하는 업무 툴, 디지 털 기기, 앱 등에 대한 정보를 듣고, 배워보도록 노력하자. 당장 줌(ZOOM)만 해도 늘 사용하는 것만 사용하지 않던가? 더욱 사용 범위를 넓히거나 영상 편집 툴을 활용해 더욱 흥미로운 수업으로 구성해보면 어떨까? 다양한 SNS를 통해 젊은 세대들의 문화를 간접적으로 경험해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수업과 업무에 다양성을 줄 수 있다. 만약 젊은 세대 동료가 없다면, 중고등학생 또는 대학생 자녀가 아주 좋은 멘토가 될 수 있음도 기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