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 지킴이’ 서경덕 교수가 삼일절을 맞아 공개한 유튜브 영상을 알린 기사다. 여기서 ‘나시’는 일본말로 ‘소데나시(そでなし, sodenashi)’의 줄임말이다. ‘소데(そで, 袖)’는 ‘소매’ 를, ‘나시(なし, 無)’는 ‘없음’을 뜻하므로, 우리말로 ‘민소매, 맨팔(옷)’에 해당한다. 요즘은 ‘나시, 끈 나시, 반려견 나시옷, 보정나시’ 등으로 ‘소데’를 빼고 ‘나시’만 쓰인다.
홈쇼핑에서는 진행자가 종종 ‘민소매 나시는 세련된 느낌이 묻어나죠?’라거나 ‘남자 여름 민소매 쿨나시’ 등으로 표현해 민소매 뒤에 쓸데없이 나시를 덧붙이기도 한다. ‘나시’ 대신 ‘민소매’, ‘맨팔(옷)’을 쓰면 겹말 표현도 피하고, 일본어 투도 안 쓰는, 도랑 치고 가재도 잡는 게 아닐까.
소설가 유용주가 쓴 「여기까지 오느라 고생 많았다」의 한 대목이다. ‘가오(かお, 顔)’는 일본말로 ‘얼굴’이란 뜻인데, ‘자존심·체면·무게·허세’를 속되게 이르는 말로 쓰이고 있다. 가오는 ‘가오(를) 잡다, 가오(가) 없다/서다/떨어지다’로 쓰인다. 영화 「베테랑」에서 서도철(황정민) 형사가 재벌 3세 조태오(유아인)를 추격하는 것을 막는 동료한테 “야!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어? 수갑 차고 다니면서 가오 떨어질 짓 하지 말자”고 해 많이 알려지기도 했다. 2015년 당시 부산국제영화제 공동집행위원장이 부산시 예산이 절반으로 줄어 풀 죽은 영화계 후배들을 다독이며 했던 말인데, 류승완 감독이 이 말을 「베테랑」에 일부 녹여 냈다고 한다. ‘가오’란 말을 쓰지 않으면 무게가 없고 체면이 서지 않는지는 모르겠지만, ‘가오’를 세우기보다 품위 있는 우리말을 쓰면 좋겠다.
‘간지’라는 말은 패션, 방송, SNS 등에서 많이 쓰이고 있다. ‘간지나, 간지나네, 간지난다’거나 ‘간지 패션, 간지 폭발, 간지 아이템’ 등으로 쓰고 있다. ‘간지(かんじ, 感じ)’는 ‘느낌· 기분·인상·감각’이란 뜻을 가진 일본말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1995년 이를 다듬은 말로 ‘느낌’을 제시했는데, 이는 더 멋있는 분위기를 강조하는 의미로 쓰인다는 목소리도 있다. ‘간지삘이 온다’ 같은 말은 ‘느낌이 온다, 오~ 느낌 좋은데’ 등으로, 아름답고 보기 좋은 모양새와 관련해서는 ‘맵시’나 ‘자태’를 써 ‘맵시 있다, 맵시 나다, 맵시 부리다, 맵시롭다’를, ‘멋’과 관련해서는 ‘멋있다, 멋지다’나 ‘간드러진 멋이 있다’는 우리말을 활용하면 더 ‘멋들어질’ 듯하다.
‘작고 동글동글한 물방울 모양’을 이르는 ‘땡땡이’는 일본말 ‘텐텐(てんてん, 點點)’에 고유어 접미사 ‘이’가 붙은 일본어 투다. ‘땡땡이’에 무늬를 뜻하는 자루 병(柄, 가라) 자를 붙인 게 ‘땡땡이가라’다. 텐텐이 어떻게 땡땡이가 됐을까? 「사쿠라 훈민정음」의 저자 이윤옥은 “알파벳으로 쓰면 ‘tenten’인데 자음과 모음이 일본말보다 월등히 많은 우리말로는 ‘뗑뗑/텡텡/땡땡/탱탱/텐텐/뗀뗀’으로 표기할 수 있다.
‘땡땡이’는 이 가운데 하나를 골라 쓴 것이다”라고 풀이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1999년에 ‘땡땡이 무늬’를 ‘물방울’, ‘물방울무늬’로 다듬어 놓았다. ‘예술의 섬’ 나오시마의 상징인 ‘노란 호박’의 작가 야요이 구사마(草間彌生, 쿠사마 야요이로 널리 알려졌지만)를 소개할 때도 ‘물방울 작가’, ‘노란 호박은 물방울 작품의 진수’라고 쓰는 게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