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문화연대 공동대표인 정재환 성균관대 교수가 늦깎이로 한글 운동에 뛰어든 계기를 고백한 기사 내용이다. ‘단도리(だんどり, [段取り])’란 말을 들으면 ‘단디’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경상도에선 ‘단단히’의 방언 ‘단디’를 넣어 “단디 하이소 / 단디 좀 해라”고 한다. ‘단도리’를 대신할 표준어로는 ‘준비, 채비, 단속, 잡도리, 당조짐’ 등이 있다. 잡도리는 ‘단단히 준비하거나 대책을 세움, 잘못되지 않도록 엄하게 단속하는 일’을, 당조짐은 ‘정신을 차리도록 단단히 단속하고 조임, 단단히 다잡음’을 일컫는 말이다.
단도리 못지않게 ‘그는 일 처리에 유도리가 없다’, ‘일 좀 유도리 있게 하자’처럼 ‘유도리(ゆとり, [湯取り])’도 버려야 할 일본 말투다. 유도리라고 할 자리에 ‘융통(융통성)이나 변통, 여유(餘裕)나 늘품’ 등을 쓰는 사람은 분명 융통성이 있는 사람 아닐까.
지난봄 정치인들이 치고받거나 훈수를 둔 말 가운데 ‘꼬붕(こぶん, [子分])’이란 단어가 거슬렸다. 꼬붕은 직책상 어떤 사람보다 더 낮은 자리에 있는 사람, 곧 부하를 이르는 일본말이다. ‘부하, 아랫사람, 손발(수족), 하수인’ 중에 골라 쓰면 충분하다.
꼬붕들을 거느리는 사람을 뜻하는 ‘오야(おや, [親]), 오야붕(おやぶん, [親分])’도 ‘우두머리, 두목, 대장, 왕초’ 같은 우리말로 바로잡을 일이다. 멀쩡한 우리말을 두고 일본말을 가져다 쓸 필요가 있을까. ‘시다(した, [下])’라는 말도 일하는 사람 곁에서 거들어 주는 사람을 이르는 ‘손도울이’ 나 곁꾼, 보조원 등으로 바꿔 나가는 게 바람직하다.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서 주인공 구동매가 일본 군인에게 경고하는 장면에서 나온 ‘나와바리(なわばり, [縄張り])’ 는 ‘새끼줄을 쳐서 경계를 정한다’는 뜻으로, ‘관할구역이나 취재 영역, 자신이 훤히 꿰고 있는 곳, 세력이 미치는 범위’ 를 속되게 이르는 말이다. 부끄러운 일이지만 신문·방송 기자들도 많이 써왔는데, 자신이 맡은 출입처나 취재 영역을 말할 때 종종 쓴다. 이제부터라도 ‘출입처’나 혹은 ‘구역, 영역, 세력권, 우리 동네’ 등으로 바꿔 나갔으면 한다.
드라마 「날아라 개천용」에서 주인공 박삼수가 말한 ‘쿠사리’ 는 ‘맞대어 놓고 언짢게 꾸짖거나 비꼬아 꾸짖는 일’을 일컫는 일본말이다.
2018년, 국방부는 군대 내 부적절한 언어를 바로잡는 ‘올바른 공공언어 사용 캠페인’을 펼쳤다. 일본식 한자어 점호는 인원 점검, 구보는 달리기, 내무반은 생활관, 모포는 담요, 시건장치는 잠금장치로 다듬고, ‘가라, 구루마, 시마이, 쿠사리’ 같은 비속한 일본어는 ‘가짜, 수레, 끝냄(마침), 핀잔(면박)’으로 바꾸기로 했다.
국립국어원에 따르면 쿠사리는 ‘썩은 것, (일부 명사 앞에 와서) 비웃으며 몹시 욕하는 말’을 이르는 ‘구사레(くされ, [腐れ])’에서 온 것으로 보인다. 예전엔 한 아나운서가 쿠사리를 표준어라고 했다가 사과한 적도 있었는데, 점잖은 우리말을 놔두고서 구태여 ‘쿠사리’를 써서 핀잔(면박)을 들을 이유가 없다.
‘단도리, 꼬붕, 나와바리, 쿠사리’같이 무심코 쓰는 일본어투를 버리고, 우리말에 더욱 관심을 기울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