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를 눈 앞에 구현하는 디지털 문화유산
서울 한복판에서 곤돌라를 타고 운하의 도시 베네치아를 즐길 수 있다. 코로나19로 해외 여행길이 막히자 가상현실(VR) 기술을 이용해 랜선 여행을 즐기는 새로운 풍속도가 생겨난 것이다.
빨강, 초록, 파랑이 어우러진 단청이 돋보이는 돈의문(서대문)의 아름다움을 눈앞에서 감상할 수 있다. 일제에 의해 철거된 서울의 사대문 가운데 하나인 돈의문을 증강현실(AR) 기술로 재현했다.
디지털 문화유산은 이와 같이 가상현실, 증강현실 등을 이용해 디지털 자료로 만든 문화재를 말한다.
인류의 지식과 표현의 역사 가운데는 소중하게 지켜야 할 것이 많다. 디지털 자료 형태로 우리 문화유산을 변환해 관리하면 자료를 영속적으로 보존할 수 있을뿐더러 많은 사람이 손쉽게 활용할 수 있다. 북한에 있는 문화재나 해외에 있는 인류 문화유산도 디지털 자료로 구축해두면 쉽게 감상할 수 있다. 오래전 손실된 문화재도 디지털 정보로 되살릴 수 있는 것이 디지털 자료의 장점이다.
문화유산을 저장하는 디지털 자료는 디지털 텍스트, 사진 이미지, 음성, 동영상, 그래픽, 데이터베이스, 소프트웨어, 웹 페이지, 증강현실, 가상현실 등 광범위하다. 새로운 디지털 기술 발전에 따라 디지털 자료의 종류와 그 범위는 앞으로 더욱 넓어질 전망이다.
디지털 문화유산은 유형자산과 무형자산으로 나눌 수 있다. 유형자산으로는 유물과 유적이 대표적이다. 디지털 문화유산으로 만든 건조물·서적·회화·공예품 등은 영구 보존되어 많은 사람이 관람할 수 있다. 무형자산으로는 연극·음악·무용·공예 등이 있는데, 디지털 형식으로 변환된 무형유산은 현시대를 사는 많은 사람이 볼 수 있는 것은 물론, 다음 세대에게 전달할 수 있다. 또 디지털 문화유산은 사고로 소실된 문화재를 복원하는 데 결정적 정보가 될 수 있다. 화재로 소실되었던 숭례문의 경우 화재 이전에 3D 레이저 스캔으로 촬영했던 자료가 복원 시 요긴하게 사용되기도 했다.
인문학적 소양과 기술 과학에 대한 이해 필요
디지털 헤리티지 전문가는 문화유산을 디지털 방식으로 기록·보존할 뿐 아니라 관리하는 일도 한다. 먼저 디지털로 기록하고 관리할 가치가 있는 문화유산을 선별한 뒤 보존할 디지털 방식을 정하고 3차원 스캔 등을 통해 실물을 측정하고 기록한다.
그런 다음 전문가뿐 아니라 일반인도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모델링해 영상 파일로 제작하여 제공한다.
디지털 헤리티지는 최근 생겨난 분야로, 다양한 방법을 통해 관련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다. 문화유산을 다룬다는 측면에서 볼 때는 아무래도 문화 콘텐츠 분야를 전공한 사람에게 유리하다. 역사학·공예학·인류학·고고학·문화재 보존학 등을 전공하면 문화유산에 관해 체계적으로 공부할 수 있다.
디지털 기술 활용 측면에서는 컴퓨터공학·영상예술학·정보통신공학 등을 공부하면 최신 기술을 배울 수 있다.
디지털 헤리티지 전문가가 되려면 문화유산에 대한 전문 지식을 갖춰야 할 뿐 아니라 증강현실, 가상현실,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등 최신 정보통신 기술에 대한 이해와 경험을 쌓아야 한다.
인문학과 정보통신 기술이 함께 필요한 분야인 만큼 융합적 인재가 유리하다.
현재보다 내일이 더 기대되는 디지털 헤리티지 전문가
문화재청에서는 우리나라 문화유산을 선별한 뒤 3D 데이터를 구축해 일반인에게 제공하고 있다. 신라 진흥왕순수비, 울주의 반구대 암각화 등 시간과 장소에 상관 없이 만날 수 있는 약 1,000건의 문화유산 데이터가 만들어졌다. 이 데이터를 이용해 교육용 보조 자료나 관광 상품을 제작할 수 있으며, 인테리어 생활 소품 등도 만들 수 있다.
메타버스의 기술적 발전으로 앞으로는 메타버스 기반의 디지털 문화유산도 생산되고 보급될 것으로 보인다. 증강현실, 가상현실을 넘어서서 최근에는 혼합현실(MR)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혼합현실 기술은 증강현실과 가상현실 기술을 모두 사용하는 방식이다. 마이크로소프트사의 홀로렌즈는 혼합현실 기술을 구현한 대표적인 매체다.
메타버스는 증강현실, 가상현실, 혼합현실 등의 기술을 넘어 현실 세계와 가상 세계를 본격적으로 결합하는 기술이다.
메타버스 문화유산 전시관에서 방문객은 과거로 떠나는 시간 여행을 할 수 있고, 자신의 아바타로 게임을 하듯 문화유산을 경험할 수 있다.
메타버스를 비롯한 정보통신 기술을 문화 콘텐츠에 적용하고 활용하는 디지털 헤리티지 전문가는 과거와 미래를 이어주는 마법사나 다름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