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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ptember 2022 Vol.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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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준비하는 교육

기업가 정신으로 해결하는
창의적 진로 교육

“꿈이 뭐니? 뭐가 되고 싶니?” ‘장래 희망’은 초·중·고교 12년 동안 교사와 학생, 학부모와 아이들의 단골 주제다. 아이의 진로 설정에 도움이 될까 싶어 다양한 분야에서 업적을 쌓은 위인전을 사주기도 하고, 좋은 대학에 간 선배나 멘토를 찾아주기 위해 이리저리 알아보기도 한다. 아이가 중학교 입학 후 자유학년제 시기를 보낼 때 최대한 많은 경험을 하게 해주고 싶어 직업 체험도 시키고 명사들의 강의도 찾아 듣게 한다. 하지만 많은 학부모가 털어놓는다. “이게 정말 아이의 꿈을 찾아주는 데 효과가 있는 걸까요?”라고. 진로 교육의 핵심은 결국 동기부여다. 가슴이 뛸 만큼 설레고 가치 있는 일이 있다는 걸 알려주면 시키지 않아도 아이 스스로 직업의 세계를 탐구한다. 다그치지 않아도 알아서 움직인다. 진취적이고 자발적인 의사 결정의 기회를 얻고 총체적인 사고를 배울 수 있는 기업가 정신(entrepreneurship) 교육이 아이들에게 주는 긍정적인 영향력을 만나본다.

김지윤 한겨레 ‘함께하는 교육’ 기자


지난해 12월 17일 아산 유스프러너에 참여한 밀알두레학교
‘아라바오’ 팀 학생들이 기획 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아산나눔재단]

기업가 정신 교육의 핵심은 ‘동기부여’

교내 진로 교육은 미래의 성장을 견인하기 위해 이뤄진다. 훗날 창업을 하거나 전문 경영인이 되지 않고 취업을 꿈꾸더라도 진로 교육 중 기업가 정신 교육은 학생들에게 필수 소양이다.
기업가 정신 교육은 자기 삶을 주도적으로 이끌고 스스로를 혁신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 나가기 위해 요구되는 교육 이다. 기업가 정신의 사전적 의미는 ‘기업의 본질인 이윤 추구와 사회적 책임 수행을 위해 기업가가 마땅히 갖춰야 할 자세나 정신’을 말하는데, 진로 교육 분야에서는 자기 주도적 행동과 생각을 갖추는 데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점에서 기업가 정신 교육은 아이들이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동기부여가 된다.
미국은 2011년부터 ‘스타트업 아메리카 계획(Startup America Initiative)’을 통해 전체 40개 이상의 주에서 국가 차원의 기업가 정신 교육을 시행하고 있다. 영국도 10여 년 전에 이미 기업가 정신을 모든 국민이 갖춰야 할 기초 소양으로 설정하고 정규 교육과정에 기업가 정신 교육을 반영해 시행하고 있다. 초등학교 과정부터 모의 창업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어린 시절부터 기업가 정신을 경험하고 관련 역량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한국의 경우 기업가 정신 교육을 정규 과목으로 도입하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현재는 자유학기제 등을 활용해 창업 실습 교육을 하거나 학교 협동조합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기업가 정신 교육을 학교 현장에 적극 반영해 성공적 진로 교육을 진행하고 있는 사례를 알아보자.

창업 경험을 통해 자신감을 얻는 청소년들

아산나눔재단은 2019년부터 청소년 대상 창업 특화형 교육 프로그램 ‘아산 유스프러너(Asna Youth-Preneur)’를 운영 중이다. 청소년 기업가 정신 함양과 교육 현장에서의 기업가 정신 문화 확산에 중점을 두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만 전국 12개 시도에서 약 60개 중·고등학교가 선정돼 총 230개 팀의 중·고등학생이 참여했다. 공통적으로 학생들이 기업가 정신 관련 지식·기술·태도를 함양할 수 있도록 팀 프로젝트 위주의 가치 창출 교육으로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그저 끌려다니는 것이 아니라 제가 스스로 무언가를 이끌어내고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이 됐다는 게 제일 뿌듯해요.” 지난해 아산 유스프러너 ‘창업 부캐 육성 프로젝트’(이하 창업 프로젝트)에 참여한 지예은(천안동성중학교 2학년) 학생의 말이다. ‘부캐’는 ‘원래 캐릭터가 아닌 또 다른 캐릭터’를 뜻하는 신조어로 ‘부캐릭터’의 준말이다.
지예은 학생은 친구인 방지선, 오성주, 박찬수 학생과 함께 ‘오나성분’이라는 팀을 만들어 ‘추억을 담은 프린팅 에코백’ 창업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오나성분’은 ‘완성분’의 오타인데,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미완성의 꿈을 완성하겠다는 뜻을 담고 있다. ‘오나성분’ 팀을 비롯한 천안동성중의 여러 학생이 창업과 도전에 관한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진로 교과를 담당하고 있는 천안동성중학교 김경민 교사는 자유학년제 기간을 이용해 중학교 1학년 학생들에게 협업의 중요성을 가르치고 자기 주도적 태도를 만들어주고 있다. 기업 가 정신 교육을 통해서다.
지예은 학생이 참여한 창업 프로젝트의 내용이 제법 충실 해 지난 1월 14일에는 학교 대표로 서울에서 열린 ‘아산 유스 프러너 데모데이’ 발표자로 나섰다. 지예은 학생은 창업 프로젝트를 통해 자신의 새로운 적성을 찾았다고 말했다. “스스로 조금 내성적인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친구들과 수많은 회의를 하고 제품을 기획·제작·판매해 보니 어느 순간 제가 자신감 있게 대화하고 있더라고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천안동성중 ‘오나성분’ 팀 학생들이 만든 ‘추억을 담은 프린팅 에코백’ 창업 프로젝트 보고서. [사진제공:아산나눔재단]
지난 1월 14일 천안동성중 ‘오나성분’ 팀의 지예은 학생이 아산 유스프러너 데모데이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공:아산나눔재단]

책임감을 바탕으로 얻은 작은 성취감의 힘

‘오나성분’ 팀은 창업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온·오프라인 회의를 활발하게 열었다. 발견하거나 해결하고자 한 문제, 해결 방안 및 실행 과정, 경쟁 업체와의 차이점 찾기, 우리 팀의 마케팅 전략 설정, 판매·활동·홍보 등 모든 과정을 친구들과 조율하며 진행했다.
프린팅 에코백을 누가 살 것인지 ‘고객 페르소나 설정하기’ 단계를 통해 목표를 구체화하면서 신문 기사와 뉴스도 챙겨 보게 됐다. 창업 프로젝트에 요즘 트렌드를 반영하기 위함이다. ‘오나성분’ 팀은 밴드나 SNS 등 전교생이 소통할 수 있는 소셜미디어 채널을 활용해 판매도 했다.
지예은 학생은 “자신이 직접 그린 그림을 에코백에 프린트 해 달라고 한 고객이 기억에 남는다”라며 “시행착오를 거쳐 열 전사지를 이용해 직접 제품을 완성했다. 제품을 구매한 고객이 만족하는 모습을 보니 굉장히 뿌듯했다”라고 말했다. 하나의 물건을 기획·제작·홍보·판매하는 과정을 경험 하며 단가를 계산하고 수익률을 가늠했다. 경제·금융 교육도 자연스레 접할 수 있었다.
기업가 정신의 본질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윤리적 가치관을 뿌리로 자기 일에 책임을 다하고 사회에 공헌하는 것’을 말한다.
김경민 교사는 “진로 과목을 가르치다 보면 자기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를 말하기 어려워하는 아이들이 많다. 교사로서 안타까움이 큰데, 기업가 정신을 배우면 아이들이 주변의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하기 위한 ‘촉’이 생긴다”라고 말했다. “문제를 직접 해결하기 위한 기획안을 짜고 친구들과 토론하기 시작하죠. 요즘 학생들은 미디어 세대인 만큼 영상을 보듯 꿈이나 진로를 흘려넘기는 경우가 많아요. 진취적으로 들여다보고 탐구하려는 노력 자체를 조금 힘들어합니다. 그런데 한 학기라는 긴 호흡을 들여, 수업 시간에 창업 프로젝트를 진행하면 너무 흥미로워해요. 학생 자신이 지금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있다는 긍정적 감정과 작은 성취감이 차곡차곡 쌓이는 겁니다.”

교육 지원, 창업 독려 등 다양한 형태의 공공주도 프로그램

공공영역에서의 기업가 정신 프로그램도 다양한 형태로 운영 중이다. 창업진흥원은 2002년부터 융합형 창의인재 양성을 목표로 초·중·고교생 대상 모의 창업 교육 프로그램 ‘청소년 비즈쿨’을 운영한다. 비즈쿨은 학교에서 경영을 배운다는 의미로 기업가 정신 이론 교육과 체험·실습 교육을 병행하는 프로그램이다. 매년 창업진흥원이 비즈쿨 운영 학교를 선정하면 학교가 청소년 창업을 위한 창업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시행 이후 약 3,700개 학교에서 비즈쿨을 운영했으며, 교육부는 17개 시도교육청, 한국청년재단과 함께 ‘2022 대한민국 청소년 창업경진대회’를 운영하고 있다. 청소년 창업가 정신 함양과 우수 청소년 창업 동아리 발굴을 위해 마련한 이 경진대회는 2015년 처음 개최돼 올해 여덟 번째를 맞았다. 그간 우수 청소년 창업 동아리 150개 팀이 발굴됐고, 청소년들이 창업가 정신과 자기 주도적 진로 개발 역량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됐다.
한국청년기업가정신재단에서는 청소년들이 창의적 사고를 바탕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창업가 정신을 함양하기 위한 체험 중심의 온라인 창업 체험 교육 플랫폼 YEEP (yeep.go.kr)도 운영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진행된 ‘2021 비즈쿨 페스티벌’ [사진 출처 : 영동미래고등학교]

삶의 주관자로서 스스로 혁신할 수 있는 힘을 키워주는 교육

유럽의 기업가 정신 교육은 우리나라보다 한발 앞서 시행되어 왔다. 유럽 위원회(EC)는 ‘기업가 정신 교육을 위한 오슬로 아젠다(Oslo Agenda for Entrepreneurship Education)’를 통해 2006년 초등학교부터 대학까지 모든 교육과정에서 기업가 정신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실천·실습 중심의 교육 방법 개발 등 ‘교육 시스템’과 기업가 정신 함양 교육을 위한 ‘교사 양성’, 청소년과 청년의 성공 기업가 사례 소개 등 현장 연계 구축 방안 등을 담았다.
영국·스페인·호주·핀란드·덴마크·네덜란드 등 주요 국가에서는 창업 교육을 초등 과정에서부터 의무 교과로 운영하고 있다.
기업가 정신 교육은 반드시 창업을 계획하지 않더라도 자신의 삶을 주관자로서 스스로 혁신할 수 있는 능력을 함양하는 것이다. 기업가 정신 교육을 체계적으로 가르치기 위해서는 유럽 등의 사례와 같이 초·중·고등학교에서 대학에 이르기까지 지속성·개연성 있는 교육과정 개발이 필요하며, 이를 실행할 수 있는 교육적 여건이 조성되어야 한다. 우리의 기업가 정신 교육이 혹시 ‘기업가를 기르는 교육’, ‘창업 교육’과 동일시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고 개인의 진로, 경제·사회 교과의 경계를 넘어 우리나라 청소년 누구나 기업가 정신을 함양할 수 있도록 하는 체계적 교육 시스템 구축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동기부여, 자존감 회복으로 이어지는 성공담

기업가 정신 교육은 진로 교과는 물론 사회 여러 계층과 협력적 관계를 구축한다는 점에서 사회·도덕 교과, 제품 개발과 문제점 해결이라는 측면에서는 과학 교과, 상대방의 의견을 듣고 논리적으로 설득하는 말하기를 해본다는 점에서는 국어 교과의 여러 단원과 연계할 수 있다.
코로나19 시기를 거치며 온라인 수업에 어쩔 수 없이 익숙해졌던 아이들에게 기업가 정신 교육은 무기력함에서도 벗어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한다.
친구들과 함께 협력하고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과정을 통해 협력의 필요성을 배우고 동기부여가 되는 건 덤이다. 어른들이 볼 때는 작은 경험이지만 아이들 입장에서는 그 자체로 성공담이 되고 탄탄한 자존감이 될 수 있다. 케이 로고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