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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ch 2023 Vol.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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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너머 꿈

나눔의 배를 타고 꿈의 바다로

아꿈선 연구회
조민호·곽남지 교사
그들은 진심으로 믿고 있다. 대가 없는 나눔이, 조건 없는 도움이 세상을 움직이는 가장 큰 힘이라고. ‘아꿈선’은 교육격차 해소를 꿈꾸며 2018년 돛을 올린 교사 연구회다. 초등과학을 중점으로 한 여러 교육자료를 전국 교사들이 스스로 제작하고 제공한다. 조민호 교사와 곽남지 교사는 아꿈선의 2023년을 이끌 리더들이다. 서로의 선량함에 닻을 내리고, 그들은 꿈을 향한 항해를 날마다 처음처럼 해나간다.

박미경 / 사진 이용기

※ 모든 인터뷰 및 사진 촬영은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준수해서 진행했습니다.

교육격차 없는 사회를 꿈꾸는 교사 연구회

한 사람이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를 아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가 어떤 사람들과 어울리는지를 살펴보는 일이다. 서로를 물들이고 서로에게 스며드는 게 사람이라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어떤 일에서 만족감을 얻는지 지켜보는 것도 한 사람의 삶을 엿보는 좋은 방법이다. 기쁨을 얻는 바로 그쪽으로 그 사람의 인생이 흘러갈 것이기 때문이다.
아꿈선은 ‘아이들에게 꿈을 선물하는 선생님’이란 뜻이다. 세상에서 가장 선량한 소망 하나 가슴에 품고, 서로가 서로에게 선한 영향력을 미치며 살아가는 날들. 좋은 사람들과 같은 방향으로 걷기 시작했을 뿐인데 팍팍했던 일상에 촉촉한 단비가 내리고 있다.
“아꿈선은 교육격차 해소를 꿈꾸는 교사 연구회예요. 태어난 곳은 달라도 교육받을 기회는 같아야 한다는 신념으로, 전국 교사 100여 명이 양질의 교육자료를 스스로 제작해 제공합니다. 유튜브와 홈페이지에 학생들을 위한 과학 실험영상과 교사들을 위한 과학 수업 PPT 자료를 꾸준히 올리고 있어요. 초등과학으로 시작해 현재 다른 과목의 학습 자료도 공유 중이에요.”
새 회장을 맡은 김해 수남초등학교 조민호 교사의 말이다. 그가 아꿈선 연구회의 2023년 회장으로 선임된 건 지난 2월 4일의 일이다. 아꿈선의 각 지역팀 가운데 경상팀을 이끌어온 그에게 ‘전국’ 지휘라는 임무가 주어진 것이다. 매우 부담되지만 조금씩 자신감이 생긴다. 같은 마음, 같은 생각을 가진 동료들이 곁에 있기 때문이다.
창원 대방초등학교 특수교사로 재직 중인 곽남지 교사는 아꿈선 특수교육팀장 겸 인사복지 이사를 맡고 있다. 회원들의 복지를 세심히 살피는 것이 그의 일이다. 생일 축하부터 발령 축하, 각종 경조사에 이르기까지 모두의 기쁨과 슬픔을 꼼꼼히 챙겨야 한다.
“스마트폰 메신저의 예약이나 알림 기능을 활용해 회원들의 기념 일정을 정리해 둬요. 선생님들의 ‘행복’을 담당한다고 생각하면 바쁜 와중에도 기쁜 마음이 들어요.”

서로의 선량함에 물들다

조민호 교사와 아꿈선의 인연은 2019년 봄에 시작됐다. 그무렵 아꿈선에서 먼저 활동하던 교사 친구가 자신이 근무중이던 학교로 전근을 왔고, 그 친구의 영상 제작을 도우면서 자연스레 아꿈선에 합류했다. 조민호 교사는 영상 제작을 특별활동으로 가르치는 학교에서 첫 교직 생활을 했다. 그곳에서 영상 다루는 법을 익힌 것이 아꿈선 편집팀장으로 합류하는 계기가 돼줬다.
아꿈선은 초대 회장 한도윤 교사(무안 청계초등학교)의 따뜻한 상상에서 비롯됐다. ‘주변에 과학 학원이 없는 시골 아이들에게 무료로 제공할 수 있는 과학 실험 영상을 제공하면 어떨까?’ 2017년 1월 한도윤 교사는 홀로 품어온 그 상상을 광주교육대학교 과학교육과 동창 3명과 실천에 옮겼다. ‘아꿈선 초등 3분 과학’이란 이름의 유튜브 채널이 그렇게 세상으로 나오게 됐다. 전남 지역 초등교사들의 과학 실험 공유로 출발한 아꿈선은 2018년 10월 아꿈선 1기 회원을 모집하면서 전국 규모의 교사 연구회가 됐다. 조민호 교사가 아꿈선에 들어온 건 그로부터 반년 뒤의 일. 초심으로 가득했던 교사들의 열정이 그의 뇌리에 여태 생생히 남아 있다. “저는 2021년 봄에 아꿈선 회원이 됐어요. 우연히 교사 모집 공고를 봤는데, 거기에 그간 아꿈선이 활동해 온 내용이 요약돼 있더라고요.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미치려는 모습이 정말 감동적이었어요. 그 선량함에 물들고 싶어 기꺼이 지원했죠.”
과학 교과 영상 촬영 모습 교육 격차 해소를 꿈꾸며 2018년 닻을 올린 교사연구회 '아꿈선'. 같은 꿈을 가진 전공 회원들이 활동 중이다.
곽남지 교사는 그때 본 공고의 마지막 문장을 잊지 못한다. ‘이 글을 읽고 가슴이 뜨거워진 사람이라면 당장 들어오라’는 내용이었다. 그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가슴이 뜨거워져 아꿈선에 들어왔고, 여태 뜨거운 가슴으로 활동 중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아꿈선 회원이 된 그는 일과를 마친 교사들이 피곤함도 잊은 채 밤늦도록 영상 회의를 하던 날들을 벌써 그리워한다. ‘어떻게 하면 더 나눌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잘 나눌 수 있을까…’. 아름다운 고민을 함께 나눈, 참으로 아름다운 시간이었다.

유쾌한 열정으로 교육과 재미를 모두 섭렵

아꿈선 회원들은 거의 모두 과학 실험 동영상을 제작한다. 두 사람 모두 잊지 못할 일화가 있다. 조민호 교사는 아이들 이 과학에 흥미를 갖게 해줄 방법을 고민하다 아꿈선 경상 팀 교사 4명과 색깔만 다른 티셔츠(빨강, 노랑, 검정, 파랑, 하양)를 각각 입고, 옷의 온도 변화를 측정하는 동영상을 찍 은 적이 있다. 인파가 수시로 오가는 바닷가 관광지에 꽤 오 래 서 있어야 했다. 쑥스러워 비지땀을 흘렸지만, 퍽 즐거운 추억으로 남았다.
옷 색깔 온도 변화 실험
“아이들이 그 영상을 참 좋아해요. 예상한 대로 검은색 옷이 가장 빠르게, 흰색 옷이 가장 늦게 온도가 오르더라고요. 말로 가르칠 때보다 그 효과가 확실히 크죠.”
곽남지 교사는 첫 실험 영상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지독히 더웠던 어느 여름날 창원의 한 수목원에서 특수학교 학생용 과학 교과 내용을 촬영해 왔는데, 돌아와 컴퓨터를 켜니 매미 울음소리만 가득 담겨 있었다. 결국 오디오를 다시 입혀야 했다.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지만, 언제 떠올려도 웃음이 난다.
“제가 출연한 유튜브 동영상을 보여주면 아이들 눈빛이 달라져요. 흥미를 유발하기에 더없이 유리하죠. 초등학교 교과 내용에 맞춘 실험 영상들이라, 미리 보고 수업을 진행하면 아이들 학습 지도에도 아주 큰 도움이 돼요.” 조민호 교사의 말에 곽남지 교사가 고개를 끄덕인다.
\ 곽남지 교사는 특수교육의 꽃을 ‘개별화 교육’이라 표현한다. 아이들의 특성이 그만큼 다르다는 얘기다. 특수교사인 그에게 아꿈선의 과학 동영상은 여러모로 큰 힘이 된다. 시각적인 자료가 다양하게 존재하니, 아이들 각자의 상황을 고려해 폭넓게 활용할 수 있다.

‘국경 없는 교사회’를 꿈꾸며

아꿈선 연구회는 학습 관련 자료 외에도 많은 것을 개발하고 공유한다. 새 학기 자료 키트(kit)며 각종 계기 교육자료, 달력 배경 화면에 이르기까지, 현직 교사들을 돕기 위해 기꺼이 만들어 흔쾌히 나눈다. 자신이 직접 개발하거나 타인이 개발한 것을 활용하면서, 두 사람 모두 교사로서 개발자로서 나날이 성장해 간다. 나눔은 ‘자람’의 다른 말이다. ‘꿈’의 다른 말이기도 하다. 아꿈선의 목표는 ‘국경 없는 교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자신들이 개발한 콘텐츠를 전 세계인과 활발히 공유하게 되기를 그들은 소망한다. 이미 그 길에 들어선 듯하다. 좋은 정보를 제공해 줘 고맙다는 외국어 댓글이 심심찮게 달리고 있다.
아꿈선 글로벌 영상 촬영 모습 지역 아카데미 경남
“아꿈선의 최종 목표는 해외에 학교를 세우는 거예요. 2020년 6월 금성출판사와 과학 실험 동영상을 함께 제작하며 생긴 수익금도, 2020년 말 교보교육대상 미래교육콘텐츠 부문 대상 수상으로 받은 상금도 학교를 세우는 데 쓸 겁니다.”
교보교육대상 미래교육콘텐츠 상금 중 일부는 소아암 환아들에게 기부한 아꿈선 연구회는 2018년부터 광주 무등육아원과 신안 흑산초등학교에서 ‘8월의 과학 크리스마스’라는 실험 봉사를 해왔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엔 아이들이 조립할 수 있는 과학 실험용 키트를 편지, 선물과 함께 보내왔다. 올해는 직접 만나게 되기를 두 사람은 손꼽아 기다린다. “우리에겐 함께 꾸는 꿈이 있어요. 그 끝에서 무얼 만나든, 한자리에 머무르지 않고 더불어 같이 나아가길 바라요.”
아꿈선의 로고는 ‘배’ 모양이다. 나눔의 바람을 타고 꿈의 바다를 항해하는 사람들. 그들이 타고 있는 돛단배에 봄날의 햇살이 환하다. 케이 로고 이미지
'꿈 너머 꿈'의 주인공을 찾습니다

'꿈 너머 꿈'은 더 나은 교육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회원님들의 이야기를 담는 코너입니다. 회원님이라면 누구나 주인공이 될 수 있습니다. 교육 현장에서 새로운 꿈을 향해 쉼 없는 도전을 하는 회원님들의 이야기를 소개해 주세요. 「The-K 매거진」이 회원님들의 꿈과 도전을 응원하겠습니다.

★ 보내실 곳 : 「The-K 매거진」 편집실 (thekmagazine@ktcu.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