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사진 우인재 여행작가 / 사진 제공 광양시청
눈 속에서도 꽃 피우는 군자의 꽃 ‘매화’
온갖 봄꽃 중에서도 가장 먼저 개화를 시작하는 매화는 예로부터 사군자의 하나로 꼽히며 인격의 완성을 이룬 군자(君子)를 빗대어 이르는 소재로 이용되고는 했다. 뜻밖에 내린 하얀 눈 속에서도 독야청청 홀로 꽃을 피우는 매화의 강인한 생명력은 선비라면 마땅히 갖춰야 할 지조와 절개를 상징했기 때문이다. 중국의 유명시인 소동파, 왕안석의 작품 등에서도 매화를 종종 다뤘으며, 조선시대 퇴계 이황이나 율곡 이이도 매화를 사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섬진강 변을 물들이는 아름다운 봄꽃의 향연
면적이 무려 30만㎡에 달하는 청매실농원은 제대로 마음먹고 부지런히 걸어서 한 바퀴 돌아도 한 시간은 족히 걸릴 정도의 규모를 자랑한다. 게다가 사랑, 낭만, 소망, 추억 그리고 우정 등 다섯 가지 테마별 탐방로를 모두 돌아보려면 그보다 넉넉히 시간 여유를 두어야 할 것이다. 또 섬진강 둔치에 마련된 넓은 주차장에 차를 대고 이동해야 하므로 가능한 이른 아침에 방문하는 편이 좋다. 청매실농원 곳곳에는 전망대를 겸하는 포토존과 함께 매화문화관, 장독대와 휴게실, 영화 촬영지, 은행나무 집 등 농원 측에서 조성한 시설이 마련되어 있으며, 벼락바구, 얼굴바구, 행도바구 등 독특한 형태의 커다란 바위도 볼 수 있다.천년 고찰의 흔적 남은 자리에 붉게 맺힌 꽃봉오리
‘화무십일홍’이라 하지 않던가. 아름다운 꽃과 함께 피어나는 봄날은 찰나처럼 스쳐 지나간다. 새봄의 아름다움을 한순간도 놓치고 싶지 않다면 이번에는 도선국사의 숨결이 서린 옥룡사지 동백나무 숲을 찾아가 보자. 광양의 진산 백운산 서쪽 자락에 자리한 옥룡사는 통일신라 시대 도선국사가 창건한 사찰로, 당시 심었다고 알려진 동백나무 1만여그루가 울창한 숲을 이루었다. 겨우내 조금씩 피고 지기를 반복하다가 3~4월에 만개하는 동백은 떨어지는 꽃송이가 마치 붉은 주단을 깔아놓은 듯 아름다운 풍경을 연출하는 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천년 고찰은 흔적만 남긴 채 시간속으로 사라졌지만 동백나무 숲은 남아 귀한 대접을 받고 있다. 현재 천연기념물 제489호로 지정되어 있는 옥룡사지 동백나무 숲 사이로 절터까지 이어지는 탐방로를 완상하며 붉은 동백의 아름다움을 만끽해 보자.자동차로 단숨에 오를 수 있는 남해안 최고 전망대
광양은 한려수도의 수려한 풍경을 거느리고 있는 여수시, 남해군 등지와 인접한 바닷가 고장이다. 광양만 앞바다의 장엄한 풍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구봉산전망대에서 여정의 대미를 장식하는 것은 어떨까. 호남정맥의 끄트머리에 해당하는 백운산에서 뻗어 나온 능선의 하나인 구봉산은 과거 봉수대가 있던 자리에 조성한 전망대로 전 세계 유일의 디지털 봉수대가 설치되어 있다는 점을 눈여겨볼 만하다.조선시대 천하 일미 광양식 불고기
광양식 불고기는 그 역사가 제법 오래된 토속 음식이다. 조선시대 광양읍성 바깥에 정착해 살던 김해 김씨 부부가 귀양 온 선비들에게 아들의 글공부를 맡겼는데, 부부는 그 보답으로 송아지나 암소를 잡아 양념한 뒤 구리로 만든 석쇠에 올려 숯불구이를 해 대접했다. 바로 이 음식이 광양식 불고기의 원형이다. 광양식 불고기는 지방이 적고 부드러운 부위를 얇게 썰어 양념하는 만큼 부드러운 식감이 특징이다. 여기에 백운산 참나무로 만든 참숯으로 불을 피워 화로에서 구워야 제대로 된 광양식 불고기의 맛을 즐길 수 있다. 광양 읍내에 있는 매실한우(061-762-9178), 삼대광양불고기집(061-763-9250) 등에서 광양식 불고기를 맛볼 수 있다.섬진강이 낳은 영양 만점 먹거리 재첩국
남도의 젖줄 섬진강이 낳은 유명한 먹거리로 은어와 참게, 재첩 등이 손꼽힌다. 그중에서도 재첩은 숙취 해소는 물론 황달, 간질환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건강식 재료. 2~4월이 제철인 재첩은 민물조개의 일종으로 섬진강 하류에서 주로 서식한다고 알려져 있다. 보통 국이나 회무침으로 먹는 재첩은 칼슘과 인이 풍부해 간을 보호하고 빈혈 예방에도 효과가 있을 뿐 아니라 열량이 낮아 다이어트식으로도 적합하다. 재첩을 넣고 끓여낸 뽀얀 국물에 부추를 넣어 먹는 재첩국은 자극적인 음식에 길든 현대인에게 섬진강이 주는 선물이라고 해도 과하지 않다. 모은정(061-763-0664), 섬진강뚝배기재첩식당(0507-1355-2633) 등의 전문점에서 제철 영양식 재첩을 맛보자.「자산어보」에 기록된 바다 먹거리 붕장어
평소 우리가 흔하게 접하는 장어구이는 대부분 민물장어로 만든다. 민물장어는 바다에서 나지만 강물을 거슬러 올라와 5~6년쯤 살다가 성체가 되면 다시 바다로 나가 알을 낳는다. 반면 아나고, 붕장어로 불리는 바닷장어는 바다에서 나 바다에서 생을 마감하는 바다생물이다. 붕장어라는 이름은 이미 조선 시대부터 사용되었는데, 실학자 정약용의 형인 정약전이 저술한 「자산어보」에는 해대려(海大鱺)라는 이름으로 기록되어 있으며, 그 속명을 붕장어(弸張魚)라고 부른다고 적었다. 광양에는 자연산 붕장어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식당이 수십 곳에 달할 정도로 장어구이의 인기가 높다. 광양시청이 위치하는 광양시 중동과 광양시청 제2청사가 있는 광양 읍내에서도 어렵지 않게 붕장어 숯불구이 전문점을 찾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