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사람들이 보기에 높은 점수의 학교는 아니지만 제가 원하는 과와 학교에 합격했어요."
첫 발령을 받은 6학년 담임. 운동부를 하며 교사의 말에 퉁명스러운 대꾸를 하는 학생이 있었다. 때론 상처가 되고, 어떻게 다루어야 할까 고민이 들게 하는 첫 제자였다. "방학식인데 우리는 뭐 안 사줘요?" 당당하게 간식을 요구하는 태도에 말문이 턱 막히기도 했지만, 애정과 마음을 쏟아 첫 해를 잘 보내고 졸업을 시켰다. 이후 6년 뒤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와서 받았는데, 이 아이가 선생님 감사하다고 인사를 건네는 연락을 한 것이다. 그 때 자신이 했던 행동들에 대해 죄송하다고 말하며, 본인이 원하는 과와 진로를 기대하던 대학교에 합격하자 내가 생각이 났더랜다. 한 해를 끝마치면 생각보다 큰 변화를 발견하기가 어려워 보람이 있는 직업인가 회의감이 들 때가 있었는데, 이 전화를 받고 난 후로 '내가 뿌린 마음과 열정의 열매를 아이들이 거두는구나.' 생각이 들어 기분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