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K 매거진(더케이매거진)
작성자 이*영 2025-05-13
교직 3년 차였던 그 해, 나는 매일 아침 출근길에 신발을 신으며 한숨부터 쉬었다.
우리 반엔 감정을 조절하기 어려운 학생이 있었고,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었다.
아이의 분노는 예고 없이 폭발했고, 연필, 젓가락, 우산 등 주변에 있는 것들이 위협의 도구가 되곤 했다.
자신을 해치는 일도 있었고, 거친 말들이 교실을 가득 메울 때면 다른 아이들도, 나도 움찔하곤 했다.

수업 시간엔 그 아이와 다른 아이들의 안전을 지켜야 했고, 수업이 끝난 뒤엔
“선생님, 무서워서 학교 못 보내겠어요.”
“우리 아이가 요즘 너무 불안해해요.”
학부모들의 민원으로 가슴이 눌렸다.

그렇게 하루하루가 버거웠다. 마음은 늘 죄책감과 무기력 사이에서 헤맸다.
교실 문을 여는 손이 떨리고, 매일 구토를 했고, 나는 점차 야위어갔다.

그때, 뜻밖의 위로가 내게 왔다.

어느 날, 책상 위에 작은 초콜릿과 함께 쪽지 한 장이 놓여 있었다.
“선생님, 저희 반에서 제일 힘든 사람은 누구보다 선생님 같아요.
그래도 매일 우리 반 와주셔서 감사해요. 선생님 힘내세요! :)”

그 아이는 매일 작은 과자나 손 편지로 나를 위로해 주었다.
하루는 스스로 만든 팔찌를 내 손목에 걸어주며 말했다.
“이거 끼면 선생님, 오늘은 안 울 것 같아요.”

그리고 또 한 사람.
그 아이의 어머니는 잊을만 하면 출근길에 메시지를 보내주셨다.

[오늘도 아이 곁에 있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선생님이 계셔서, 오늘도 우리 아이가 배웁니다.
말보다는 마음을, 감정보다는 기다림을요.]

아이의 쪽지와 어머니의 메시지들은 내가 버텨야 할 이유가 되었다.

벌써 13년 전 이야기지만, 그 쪽지와 메시지는 아직도 지우지 못한 채 내 서랍 속에, 휴대폰 앨범 속에 있다.
한마디가 누군가의 하루를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를 나는 그때 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