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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 칼럼니스트가 전하는 식재료와 음식에 얽힌 이야기

맛있는 에세이

인생에서 가장 긴장되는 수능 날
마음을 다독이는 따뜻한 밥상
토란과 해산물 지역별 명절음식의 차이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 50만여 명이 응시원서를 접수했다. 지금은 수시·정시로 나누어 입시가 진행되고 있고 이미 입시가 진행된 학과도 많지만, 전통적으로 수능일은 대한민국 전체가 웅성거리는 날이다. 수험생들은 오전 8시 40분부터 오후 5시 45분까지 5개 영역의 시험을 치르게 된다. 무려 10시간 가까이 낯선 교실에서 긴장감을 이어간다. 점심시간과 쉬는 시간을 제외해도 일곱 시간 동안이나 엄청난 집중력을 발휘해야 하며, 그간 차곡차곡 쌓은 능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몸과 마음의 안정이 필요하다. 수능일 전후, 수험생의 몸과 마음을 다독일 수 있는 음식들을 소개한다.

글 김민경 푸드 칼럼니스트

수능 전 열흘 정도는 영양이 고루 담긴 아침밥을 조금씩 챙겨먹으며 몸 상태를 끌어올리면, 스트레스 관리에도 훨씬 좋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수능 도시락은 건강한 식품도 좋지만, 속이 편하면서 아이가 좋아하는 음식을 중심으로 싸주는 것이 몸과 마음 모두에 이롭다.

평범하지만
건강한 식사가 핵심

시험 전이라고 특별히 잘 먹을 필요는 없다. 지금 제철인 식품을 구해 소화가 잘 되도록 적당량을 요리해서 먹으면 된다. 몸을 보양한다고 갑자기 기름진 것을 먹거나, 평소에 즐기지도 않던 영양식을 먹겠다고 애를 쓰면 도리어 몸에 무리만 주게 된다. 지금 필요한 좋은 식사의 목표는 ‘안정’과 ‘편안함’이다.
아침을 거르기 일쑤겠지만 아주 조금씩 챙겨 먹어보자. 충분한 시간 동안 불려 부드럽게 지은 잡곡밥을 3분의 1 아니 4분의 1 공기라도 먹자. 아침 식사에는 이런저런 반찬을 곁들이기 버거울 수 있으니 가볍게 김에 싸 먹는 방법을 추천한다.
가능하면 짭조름한 장조림이나 장아찌를 조금 곁들여 간을 맞춰 맛있게 먹자. 시금치 같은 가을 푸성귀를 넣고 살짝 끓인 된장국을 조금 먹거나 부드럽게 익힌 달걀찜도 반찬으로 괜찮다.
아침 먹기에 익숙해지면 버섯나물, 두부부침, 멸치와 견과류 볶음, 우엉조림이나 연근조림, 생선구이 한쪽 정도까지 곁들여보자. 아침 한 끼를 열흘 동안 챙겨 먹는 것 만으로도 몸의 피로감이 해소되고, 활력이 보태지며 균형감을 얻을 수 있다. 수능 날 아침 역시 열흘간 연습한 것 중 맘에 들고 속이 편한 걸로 가볍게 먹으면 된다.

제철 과일이 선사하는
자연의 단맛
과일

간식은 제철 과일인 감, 사과, 배 같은 것을 조리하지 않고 먹어 달콤함과 영양을 충전한다. 요즘 한창인 밤, 단호박, 고구마도 좋다. 세 가지 모두 찌거나 삶거나 굽기만 해도 달고 맛있다. 부드럽게 익힌 다음 꿀과 다진 호두를 뿌려 먹는다. 야식을 챙겨야 한다면 찐 단호박에 꿀과 견과류, 따뜻한 두유 한 잔 정도를 추천한다. 일과를 마무리할 에너지를 주고 숙면도 돕는다. 과일과 밤, 단호박, 고구마는 수능시험 도시락의 간식 코너를 맡아줄 수 있다. 여기에 수험생의 입맛에 따라 달콤한 곶감, 초콜릿, 캔디드 월넛 같은 것을 곁들여 싸준다. 이때 함께 마실 차가 있으면 좋은데 유자차, 모과차, 생강차, 꿀차처럼 몸을 따뜻하게 해주면서 달콤해서 쉽게 마실 수 있고, 기분도 살짝 끌어올려줄 만한 것으로 준비한다.

도시락은 이렇게
싸보세요
도시락

시험 전에 집에서 점심을 챙겨 먹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시험 당일엔 점심이 가장 중요하다. 이때 아침 식사에서 먹은 것에 열량과 영양을 보태고, 자극적인 맛은 조금 줄여 준비해 본다. 평소에 즐겨먹는 밥, 기름기 적은 소고기를 부드럽게 조리한 뒤 달콤·짭조름하게 양념해 익혀 넣는다. 고기를 즐기지 않는다면 생선으로 대신한다. 시험 당일 도시락에는 가시를 완전히 발라 익힌 흰 살 생선이 적합하다. 반찬으로는 평소 좋아하는 식품에 버섯, 시금치, 당근, 우엉, 연근, 브로콜리, 두부, 달걀 등을 섞어 넣자. 다만 채소는 섬유질이 많으니 데치거나 부드럽게 익히는 게 좋다. 생채소 반찬으로는 양배추를 곱게 채 썰어 좋아하는 소스를 뿌려 주거나, 방울토마토와 잘게 찢은 양상추나 비타민으로 한 컵 샐러드를 준비한다.
아무리 건강한 식품이라도 수험생이 싫어하는 음식을 도시락으로 싸주는 것은 피하고, 트림이 많이 나거나 냄새가 나는 음식은 불편할 수 있다. 채소를 싫어하는 아이에게는 시험 잘 보라고 채소 반찬을 싸주는 것 자체가 부담이다. 객관적으로 몸에 이로운 음식은 차고 넘친다. 그보다는 수험생이 마음을 편히 먹을 수 있는 정겨운 음식을 담아 보내자.케이 로고 이미지



Recipe 1
찹쌀 두부 큐브 탕수

• 재료 두부 1모, 파인애플 1/4개, 양파 1/2개, 목이버섯 3개, 청홍 고추 2개, 마늘 1쪽, 생강 약간, 찹쌀가루 1/3컵, 소금・후춧가루 약간, 물 2T, 전분가루 1T
• 소스 재료 물1/3컵, 진간장 2T, 올리고당 2T, 식초 3T, 설탕 2T

만드는 방법

  • ➊ 두부는 물기를 빼고 2cm 정도의 정육면체로 자른 후 소금·후춧가루를 뿌려 놓는다.
  • ➋ 양파와 파인애플, 목이버섯은 두부와 비슷한 크기로 자르고 마늘은 채 썬다. 생강은 다져 놓는다. 고추는 1.5cm 간격으로 썬다.
  • ➌ 두부에 찹쌀가루를 묻혀 160℃로 예열한 기름에 노릇하게 튀긴다.
  • ➍ 팬에 기름을 살짝 두르고 마늘, 생강, 양파를 넣고 볶다가 소스 재료와 파인애플, 버섯, 고추를 넣고 조금 더 끓인다.
  • ➎ ④에 녹말물(물 2큰술, 전분 1큰술)을 풀고 젓다가 소스가 걸쭉해지면 불을 끈 뒤 튀긴 두부에 얹으면 완성이다.


Recipe 2
하트 명란 달걀말이

• 재료 달걀 5개, 대파 1/2대, 명란젓 2쪽, 참기름・식용유・후춧가루 약간

만드는 방법

  • ➊ 명란은 껍질을 제거하고 참기름과 후춧가루를 살짝 뿌린다. 파는 다져서 준비한다.
  • ➋ 볼에 달걀을 풀고 한 번 체에 거른다.
  • ➌ ②에 준비해 둔 명란과 다진 파를 넣고 고루 섞는다.
  • ➍ 팬에 기름을 두르고 ③을 부어 단단하게 말아가며 굽는다.
  • ➎ ④가 식으면 일정 간격으로 자르고 다시 중간 부분을 사선으로 잘라 하트 모양을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