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K 매거진(더케이매거진)

한줄기 기쁨 > 우리땅 구석구석  
우리 땅 구석구석에 숨어 있는 맛과 멋을 소개하는 코너

우리땅 구석구석

낙동강 따라 선비의 얼과 멋이 흐르는
경북 안동
우리땅 구석구석01
하회마을
우리땅 구석구석01
하회마을
안동은 태백시 황지연못에서 발원한 낙동강이 백두대간의 산세를 따라 곡류하다가 머무는 안동호를 중심으로 조선시대 유학자들의 선비 정신이 깃든 국보와 보물을 곳곳에 간직하고 있다. 1999년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이 한국 방문을 기념해 찾았을 만큼 역사·문화의 보고(寶庫)다.

글·사진 이주영 여행작가

한국을 대표하는
도산서원

안동 시내에서 퇴계(退溪) 이황(李滉)의 자취를 찾아 나서는 길은 경북 봉화군으로 가는 도로를 따라 이어진다. 안동호의 꼬불꼬불한 호숫길을 한참 따라가면 도산서원(陶山書院)에 닿는다. 매표소를 통과해 5분 남짓 걸으면 서원 앞 너른 마당의 수백 년 묵은 고목들이 관광객을 맞이한다.
도산서원은 조선 성리학의 대가 퇴계 이황의 학덕을 기리기 위해 퇴계가 타계한 지 4년 만인 1574년 건립되었다. 인근의 병산서원과 영주의 소수서원, 경주의 옥산서원 등과 함께 ‘한국의 서원’으로 201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
도산서원은 교육 시설을 앞에 두고 제사 시설을 뒤에 둔 전학후묘(前學後廟) 배치로 후대의 많은 서원이 이를 따라 세워졌다. 규모는 생각보다 아담한데, 교육 시설은 크게 서당과 이를 아우르는 서원으로 구분된다. 1,000원짜리 구권 지폐에도 그려진 서당은 퇴계가 강학(講學)하던 곳으로, ‘陶山書堂(도산서당)’이라는 현판의 글씨가 퇴계의 친필로 알려져 있다. 서당의 왼편으로 선비들이 퇴계의 가르침을 받아 공부하며 머물던 농운정사, 책을 보관하던 광명실, 서재인 역락서재 등이 있다. 간결하고 소박한 서원의 건축에서 외형에 얽매이지 않고 본질을 추구하는 퇴계 선생의 인품을 엿볼 수 있다.

안동 지도
안동 지도
양반 문화가 살아 있는
하회마을

하회마을은 고려 말부터 터를 잡은 풍산 류씨가 대대로 살아온 집성촌으로, 조선시대 유학자 겸암(謙庵) 류운룡(柳雲龍) 선생과 임진왜란 때 영의정을 지낸 서애(西厓) 류성룡(柳成龍) 형제의 고향이다.
마을의 모습은 조선시대 초기의 유교적 문화를 잘 반영하고 있다. 양진당, 충효당 등 마을을 대표하는 종가를 비롯해 양반들이 생활했던 목조 가옥, 정자와 정사, 서원과 사당 등이 자리한다. 그 주변으로 평민들이 살던 흙집과 초가집 등이 자리해 조화를 이룬다.
하회마을은 하회별신굿탈놀이 등의 전통문화가 잘 보존돼 있으며, 사람들이 거주하면서 문화유산과 잘 조화를 이루는 사례를 인정받아 경주 양동마을과 더불어 유네스코가 선정하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
4월에 하회마을을 방문하면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벚꽃길도 마주할 수 있다. 안동에는 유명한 벚꽃 명소가 많지만, 그중에서도 하회마을은 손꼽히게 아름다운 곳이다. 이 시기에 부용대에 올라 둘러보는 마을 전경은 평소와 다른 느낌을 준다.

우리땅 구석구석03
         하회마을
우리땅 구석구석03
하회마을
숨은 세계문화유산
봉정사

봉정사(鳳停寺)의 여러 창건설에는 공통적으로 ‘봉황’이 등장한다. 능인(能仁) 대사가 종이로 만든 봉황을 날렸더니 지금의 봉정사 자리에 앉았고, 이 자리에 창건한 절을 ‘봉황이 머무른 절’로 이름 붙였다고 전해진다. 해인사, 대흥사, 법주사 등과 함께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규모는 작은 편이지만 고려시대 건축물인 극락전과 조선 초기 건축물인 대웅전은 모두 국보로 지정되어 있고, 조선 초·중기 건축물인 고금당·화엄강당·만세루와 후기 건축물인 영산암까지 시대별 건축물을 전부 볼 수 있어 고건축 박물관이라 말할 수 있다.
안동시 서후면 천등산(天燈山)의 깊은 산속에 자리한 봉정사에는 세 개의 주차장이 있다. 절 바로 앞 주차장이 편하지만, 봉정사로 오르는 소나무 오솔길 또한 봉정사의 명성에 못지않은 명소이니 맨 아래에 차를 두고 천천히 여유를 부리며 걸어 오르길 추천한다.

우리땅 구석구석04
봉정사
우리땅 구석구석04
봉정사
그림 같은 풍경을 누리는
군자마을

군자(君子)마을은 안동호를 따라 봉화군의 청량산으로 가는 길 중간, 호수를 끼고 있는 야트막한 산자락에 자리하고 있다. 햇살이 따스하게 드는 이 마을의 이름은 안동부사로 부임한 한강(寒岡) 정구(鄭逑)가 “오천 한 마을에 군자 아닌 사람이 없다”라고 한 말에서 유래했다.
군자마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이곳 대청에서 바라보는 안동호의 모습과 군자마을의 절경은 그 자체로 한 폭의 그림이다. 이 밖에도 읍청정, 설월당, 낙운정, 침략정 등의 종택과 고택이 자리하고 있다. 각각의 종택이 홈스테이 프로그램을 운영하니 종택 기행을 떠나보길 추천한다.

우리땅구석구석07
군자마을
밤에 더욱 빛나는
월영교

‘달빛이 비치는 다리’라는 뜻을 가진 월영교(月映橋)는 안동시 상아동과 성곡동을 연결하는 목조 교량으로, 나무로 만든 다리 중 우리나라에서 가장 길다. 봄에는 벚꽃, 가을에는 단풍이 절경이라 계절마다 다른 풍경을 볼 수 있다. 특히 새벽녘 월영교는 물안개가 피어올라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내고, 밤에는 고풍스러운 다리에 비치는 조명이 아름다워 야경 명소로도 인기다.

우리땅구석구석07
군자마을
우리땅구석구석08
월영교
우리땅구석구석08
월영교
안동의 대표 음식,
헛제삿밥

안동의 대표적 음식인 헛제삿밥은 짜거나 맵지 않고 담백하다. 비빔밥의 한 종류이지만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재료는 제사상에 올라가는 나물 위주이고, 곁들여 먹는 돔베고기(상어고기), 배추전에 맑은 탕국까지 모두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다.
음식이 귀하던 시절, 푸짐한 음식이 먹고 싶어서 제사가 돌아오기만 손꼽아 기다리던 기억, 그래서 제사가 많았으면 하는 아쉬움에서 생겨난 음식이 바로 헛제삿밥이다. 제사가 없는 날에도 제사 음식처럼 잘 차려 먹는다는 뜻이다. 헛제삿밥을 먹을 때는 나물에 고추장을 넣는 대신 깨소금 간장으로 간을 해 비벼 먹는다. 제삿밥이니 당연히 그래야 제맛이 나지만, 최근에는 손님의 취향을 고려해 고추장을 내기도 한다.
케이 로고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