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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탐구생활

‘텍스트힙(Text-Hip)’이 뜬다
트렌드 탐구생활01
2023년 국민독서실태조사 결과, 성인 종합 독서율이 43%로 30년 전의 87%에서 절반으로 줄어들며 독서 멸종 시대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최근 젊은 세대 사이에서는 '텍스트힙'이라는 신조어와 함께 독서 열풍이 불면서 새로운 독서 문화가 형성되고 있다. 이른바 ‘텍스트힙’으로 불리는, 그 유익하고 다행스러운 트렌드를 살펴본다.

글·사진 황연희

‘디토앤디토’ 취재기자 및 총괄이사이며,
신구대학교 패션디자인학과 겸임교수다.

Z세대의 ‘힙’은 독서로부터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23년 국민독서실태조사 결과, 성인 종합 독서율은 43% (종이책 32.3%), 연간 종합 독서량은 3.9권으로 성인 10명 중 6명은 1년간 책을 한 권도 읽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는 말이 무색해진 요즘, Z세대 사이에 ‘텍스트힙(Text-Hip)’이라는 신조어와 함께 독서 열풍이 불고 있어 화제다. 텍스트힙은 글이나 책을 의미하는 ‘텍스트’와 개성 있고 멋지다는 의미의 ‘힙하다’를 합해 만든 신조어다. 성인들의 독서율 저하와 반대로 Z세대에게 ‘독서’는 힙해 보인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성인 종합 독서율은 10년 동안 하락 추세인 반면, 20대의 전자책 독서율은 2021년에 비해 7.8% 증가했다. 또한 학생들의 종합 독서율도 95.8%(종이책 93.1%)로 2021년 이후 성장세로 돌아섰다.* 2024년 서울국제도서전 관람객 역시 15만 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으며, 이 중 70% 이상이 20~30대라는 분석도 나왔다.**
인스타그램에 #북스타그램(포스팅 606만 건), #책스타그램(포스팅 614만 건) 태그가 달린 콘텐츠가 늘었고(빅해시태그, 2024. 9. 18. 기준), 틱톡에도 #booktok 태그가 붙은 포스팅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비슷한 현상을 보이며 고전 읽기, 책 추천, 북 리뷰, 작가의 글쓰기 팁, 인기 소설 재연 등 다양한 콘텐츠로 변주되어 확산되고 있다.
*출처: 2023년 국민독서실태조사(문화체육관광부)
**출처: 서울국제도서전(2024)

트렌드 탐구생활02

2024 서울국제도서전

트렌드 탐구생활02

2024 서울국제도서전

자기 과시인가, 자기 계발인가

Z세대 사이 텍스트힙 열풍의 원인에 대해서는 다소 의견 차이가 있다. 독서를 ‘힙’한 트렌드로 받아들이게 된 것은 유명 스타들의 일상을 따라 하려는 Z세대의 심리가 그들의 취미인 독서로까지 확산되었다는 해석이다.
1,000만 팔로워를 보유한 패션모델 카이아 거버는 자신이 운영하는 독서 클럽 ‘라이브러리 사이언스 (Library Science)’를 통해 삶에 영향을 준 책이나 문구 등을 소개하면서 젊은이들이 독서를 즐길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또 배우 에마 로버츠는 친구와 함께 북 클럽 ‘벨레트리스트(Belletrist)’를 운영하며 신작이나 전 세계 독립 서점의 흥미로운 책을 소개하고 있다.
뉴진스, 방탄소년단 RM, 고윤정, 장원영, 르세라핌 허윤진 등 국내 스타들도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책 읽는 모습을 공유하고 있는데, 특히 뉴진스의 ‘버블검’ 뮤직비디오에서 멤버 민지가 『순수의 시대』를 읽는 장면이 등장한 이후 이 책의 판매량은 8배*** 이상 증가했다고 한다.
연예인들의 독서 활동이 ‘힙’한 문화로 받아들여지면서 핵심 팬층인 Z세대 사이에서도 텍스트힙이라는 문화가 급부상했다는 분석이다.
이와 반대로 자기 계발 목적으로 독서를 즐긴다는 분석도 있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크고 진로와 자아에 대한 고민이 많은 Z세대에게 독서는 정보처이자 디딤돌 역할을 하기에 독서 문화가 발달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해당 출판사 통계 참고(2024)

텍스트힙이 바꾼 커머스 트렌드

Z세대의 텍스트힙 트렌드 확산을 가장 반기는 곳은 출판업계다. 출판업계는 Z세대의 독서 열풍이 일시적인 붐으로 끝나지 않도록 북 토크, 팝업스토어 등의 콘텐츠를 통한 체험 기회를 확대하고 있다.
이 외에도 서울시청은 11월까지 서울광장, 광화문광장, 청계천 등에 시민들이 자유롭게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을 조성했다. 스타필드 수원은 별마당도서관을 개관해 핫 플레이스로 부상했다. 책을 주제로 소통할 수 있는 문화 공간은 고객들이 편하게 쉬면서 책을 읽을 수 있는 데다 젊은 층에서는 ‘인스타그래머블’한 장소로 꼽히기 때문이다.
이뿐 아니라 텍스트힙 트렌드는 소비시장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더 나은 독서를 위해 이북 리더기, 미니 독서대, 독서 포켓, 독서 가방 등 신종 아이템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또 혼자서 책을 즐길 수 있는 카페 ‘일인용 1P’, 예약을 해야 방문할 수 있는 서점 ‘블루도어북스’, 술과 책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책바’ 등 이색 공간도 눈길을 끈다.
“고전 읽는 것, 허세여도 괜찮아요. 디올 백보다 낫잖아요!”
최근 MBC 프로그램 ‘손석희의 질문들’에서 ‘고전 읽기, 지적 허영처럼 소비해도 될까요?’라는 질문에 황석영 작가가 내놓은 답변이 계속 머릿속에 남아 있다. 그는 #북스타그램이 ‘자기 과시’로 시작했든 아니든, 작은 아령부터 시작해 근육을 키워나가는 운동처럼 독서력도 그렇게 키워가라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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