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이뤄져야 할 것인가? ①
슬기롭게
교육의 뉴노멀을 만들어가자
- 글. 김지영(교육 혁신 전문가,
창의적·미래지향적 교육디자인연구소 ‘TLP교육디자인’ 대표)
변화에 숨겨진 기회를 살려야 할 때
“교육의 변화를 촉구하는 주요 변수가 교육의 밖에서 나타날 것이며, 교육 기관에서 교육 변화에 저항하고 있을 때 외부의 변화가 생기면서 어쩔 수 없이 교육 기관은 뒤뚱대면서 따라가게 될 것이다.”
「2020 미래교육보고서」(박영숙, 경향미디어, 2010)에서 위와 같이 예측한 바가 있다. 우연의 일치일까? 지난 2020년, 우리 교육은 외부의 변화인 코로나19로 인해 적잖게 흔들리며 변화를 겪었다. 그 흔들림 때문에 한편으로는 당황스럽고 힘들었다. 그렇지만 그 외부의 흔들림이 없었다면 디지털 교육 환경을 이렇게 빨리 구축하지 못했을 것이며, 앞으로 우리 교육이 추구해야 할 가치와 방향에 논의가 시급하게 해결해야할 문제로 떠오르지 못했을 것이다. 위기 뒤에는 항상 기회가 숨어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교육의 변화 속에 숨겨진 기회를 우리는 잘 살려 나가야 한다.
뉴노멀 시대, 계속 ‘되어가기’를 해나가다
이제 교육도 적극적으로 ‘뉴노멀(New Normal)’을 준비해야 한다. ‘뉴노멀’이란 ‘시대의 변화에 따라 새롭게 나타나는 경제적 기준’이란 뜻으로 원래는 경제 분야에서 활용되는 말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를 경험하고 있는 지금, ‘뉴노멀’은 ‘이전에는 비정상적인 것으로 보였던 현상이 점차 표준이 되어간다’라는 뜻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그동안 우리의 경험에 비추어 보면 비정상적인 것이 표준으로 탈바꿈하는 것은 매우 드물고 어려운 일이었다. 그러나 세상이 달라졌다. 코로나19와 같이 예상치 못한 변수로 세상이 흔들리는 시대에는 어떤 것이 새로운 기준이나 표준이 되는 일이 아주 빠르게 일어날 수 있다.
이런 시대에 교육은 ‘변화 탄력성’을 갖추어야 한다. ‘교육은 이래야지’라는 고정된 생각에서 벗어나 변화에 발맞추어 계속 ‘되어가기’를 시도해야 한다. 되어간다(Becoming)라는 것은 내가 기대하는 혹은 예상하는 모습이 아닌 아주 새로운 모습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두고, 변화의 길을 걷는 것이다. 사회적 거리 두기 지침때문에 일주일에 한 번 밖에 대면 수업을 할 수 없는 상황, 학생들과 대부분의 시간을 비대면으로 만나 소통하고 수업하는 상황, 누구도 이를 예상하지 못했다. 그 어느 때보다 교육에 대해 유연한 자세가 필요한 시기다.
우리는 변화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것을 발견했다.
그것은 바로 사람을 향하는 교육의 가치이다.
그 가치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더욱더 빛이날 것이다.
우리는 교육에서 중요한 ‘콘택트’를 변화 속에서
어떻게 놓치지 않을 것인가에 대해 더 많이 고민해야 한다.
‘되어가기’ 과정에서 혁신의 발판을 마련하다
고은 시인의 「비로소」라는 시에서 ‘노를 젓다가 노를 놓쳤더니 비로소 넓은 물을 돌아다보게 되었다’는 구절이 알려주듯 노를 놓치는 위기를 겪지 않으면 우리는 ‘하던 대로’라는 프레임에 갇히게 된다. 우리가 코로나19로 인해 ‘오프라인 교육’이라는 익숙한 노를 놓치고 나니 그것을 대체할 수 있는 ‘온라인 교육의 방법’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것을 시도하다 보니 그 안에서 다양한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게 되었다. 따라서 ‘온라인 교육이 정말 효과가 있을까?’라는 걱정에서 벗어나 ‘온라인 수업을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잘 할 수 있을까?’라는 전략을 고민하게 되었다.
새로운 교육 방법은 교사나 학생에게 새로운 역할을 요구한다. 원격 수업은 그동안 학교에서 짜주는 스케줄대로 움직이며 수업을 받았던 학생들에게 ‘주도성’을 요구한다. 집에서 혼자 시간에 맞춰 수업을 듣고 과제를 해야 한다. 이러한 새로운 요구가 학생들에게 처음에는 힘들겠지만, 학생들에게도 성장의 기회가 될 수 있다. ‘나는 어떻게 스스로 나의 학습을 관리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만나는 것이야말로 평생 학습자로 성장해 나가야 하는 학생들에게는 혁신의 발판이 될 수 있다.
원격 수업을 해나가면서 교사들은 ‘이미 좋은 학습 자료가 만들어져 있고, 학생들이 검색하면 학습 자료를 찾을 수 있는 지금, 나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라는 질문을 만나게 된다. 콘텐츠를 잘 만들어 전달하는 역할에서 벗어나 어떻게 하면 학생들의 배움을 촉진할지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되어가기’ 과정에서 이러한 새로운 질문과 문제를 적극적으로 만나는 것은 혁신을 만드는 씨앗이 될 것이다.
변화 속에서도 중요한 것을 지켜나가다
세계적인 석학 재레드 다이아몬드(Jared Diamond) 교수는 위기를 극복하고 그것을 기회로 만드는 데 필요한 요인으로 ‘선택적 변화(Selective Change)’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코로나19 이후 시대의 교육을 준비하면서 ‘선택적 변화’라는 개념을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한다. ‘변화 속에서도 우리가 꼭 지키고자 하는 교육적 가치는 무엇인가’에서 우리의 고민이 시작돼야 한다. 이러한 기준이 없다면 계속 변화의 파도에 몸을 맡기고 휩쓸려가는 형태가 되어버릴 것이다.
필자는 코로나19로 인한 교육의 급격한 변화를 지켜보면서 변화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것을 발견했다. 그것은 바로 ‘사람을 향하는 마음’이었다. 갑자기 원격 수업을 하게 되었을 때, 적극적으로 그 변화에 뛰어들면서 새로운 방법을 채택하려고 고군분투했던 교사들은 학생들에 대한 사랑을 가진 이들이었다. 오프라인 수업에서도 학생들에 대한 관심이나 사랑으로 수업을 고민했던 교사들은 그 방식이 온라인으로 바뀌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큰 장애물이 되지 않았다. 소통의 중요성을 아는 교사들은 온라인 수업 환경 속에서도 어떻게든 소통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가려고 애썼다. 학생과의 유대감의 중요성을 아는 교사들은 학생들과 개인적으로 소통을 하거나 학생들의 과제에 대해 구체적으로 피드백을 하면서 유대감을 쌓으려고 노력했다.
학생들이 원하는 것은 화려한 온라인 콘텐츠를 만들어 주는 교사가 아니다. 이전에도 그리고 앞으로도 학생들이 교사들에게 얻고 싶은 것은 사랑과 관심이다. 팬데믹(새로운 질병이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것을 의미) 시대를 경험하면서 우리는 변화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것을 발견했다. 그것은 바로 사람을 향하는 교육의 가치이다. 그 가치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더욱더 빛이 날 것이다. 우리는 교육에서 중요한 ‘콘택트’를 변화 속에서 어떻게 놓치지 않을 것인가에 대해 더 많이 고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