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사진 고재열 여행 감독(어른의 여행클럽·트래블러스랩 총괄 감독) / 사진제공 밀양시청
의롭고 높고 황홀한 밀양의 선비문화
하나, 볕 양(陽)자를 쓰는 고을 밀양은 담양·언양·광양처럼 볕 양자를 쓰는 볕의 도시다. 다들 읍성 권역으로 조선 시대 행정의 중심지였고 풍요의 고장이었다. 그래서 다른 지역과는 다르게 육식 문화의 전통이 두텁게 남아있다. 그래서 언양불고기, 광양불고기, 담양떡갈비, 밀양돼지국밥 등의 공통점은 값싼 내장이 아니라 살코기를 쓰는 음식이 발달했다는 점이다. 풍요로운 고장이었던 만큼 선비들이 유유자적 머물던 아름다운 누각과 정자들의 매력을 발견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밀양의 수변 풍경에 담긴 물의 역사
둘, ‘선비의 도시’와 함께 밀양에 적합한 수식어 중 하나는 ‘물의 고장’이다. 낙동강과 밀양강이 휘감아 도는 밀양은 영월이나 단양, 양평 못지않다. 삶을 풍요롭게 하는 요소 중 하나는 일상에서 강과 호수처럼 아름다운 수변 풍경을 접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밀양댐을 비롯해 가산저수지 위양지 등 물과 관련된 명승지가 많다. 얼음골, 구만폭포, 호박소도 밀양에서 만날 수 있는 명소이다. 살고 싶은 고장이자, 휴식을 취하고 싶은 힐링 여행지이기도 하다.철 따라 꽃따라 가보는 밀양 수목 기행
셋, 노거수((老巨樹_수령이 오래된 나무)의 도시 밀양. 담양이나 광양 그리고 언양처럼 밀양 역시 노거수가 두루 포진한 수목의 도시다. 위양지 외에도 고목이 주는 카리스마를 느낄 수 있는 곳이 많았다. 오랜 세월의 풍파를 견뎌내고 의연하게 서 있는 고목과 천년의 세월을 품은 물이 빚어내는 풍경은 언제나 감동적이다.근대의 풍요를 기억하게 하는 삼랑진의 노을
넷, 밀양의 역사적인 발자취를 느껴 보기 위해 찾아간 곳은 삼랑진이다. 삼랑진을 중심으로 ‘근대의 기억’을 한 번 더듬어 보려고 했다. 조선 시대 수운의 중심지였던 삼랑진은 낙동강과 밀양강이 교차하는 물류의 중심지였다. 일제강점기에는 대표적인 수탈창고 지역이기도 했던 이곳에 어떤 흔적이 남았는지 궁금했다. 화려한 기억을 가진 소도시가 주는 애잔한 매력을 기대하며 지역을 둘러보았다. 기대가 좀 컸던 탓일까. 군산이나 목포와 같은 적산가옥 밀집 지역은 없었다. 군데군데 적산가옥이 보이기도 하고 삼랑진역 급수탑처럼 뚜렷한 유적도 있긴 했지만 마음먹고 찾지 않고서는 ‘근대의 기억’을 더듬기 쉽지 않아 아쉬웠다. 다행히 17채의 관사가 있는 ‘철도 관사 마을’에서 화려했던 그 시절의 일부 조각을 얻을 수 있었다.밀양을 대표하는 음식, 돼지국밥
밀양과 부산은 지금 돼지국밥 전쟁 중이다. 밀양과 부산 중 어디가 원조냐는 것이다. 여행 감독의 관점에서 보면 밀양 손을 들어주겠다. 지명에 볕 양(陽)자를 쓰고 조선 시대 읍성이 있던 지역에는 모두 육식 문화의 전통이 있다. 언양불고기, 광양불고기, 담양떡갈비처럼 밀양의 돼지국밥은 밀양을 대표하는 음식이다. '밀양돼지국밥'을 알리고자 만든 캐릭터 ‘굿바비’ 를 9급 공무원으로 임명한 밀양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밀양 돼지국밥집으로는 단골집, 설봉, 제일식당 등이 맛집으로 꼽힌다. 그중에서도 단골집은 밀양식 돼지국밥의 전형으로 인정받는 식당이다.SNS 맛집으로 떠오른 개성 있는 만두 요리
영남루 근처의 도시재생 시설인 미리미동국 옆에 있는 만둣집 굴림당은 개성 있는 만두 요리와 탁월한 맛으로 SNS 명소로 꼽히고 있는 곳이다. 인기 메뉴인 꼬마 찐빵, 매운굴림, 찹쌀피새우를 주문해 보았다. 그중에서도 찹쌀피새우는 시각적·미각적인 완성도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메뉴로 얇은 만두피에 가득한 새우소에서는 육즙이 터져 나왔다. 작은 크기의 앙증맞은 꼬마 찐빵은 먹는 재미가 있었고 매운굴림은 매콤하면서도 당기는 맛이 좋았다. 이 집의 인기 메뉴 중 하나인 분홍 탁주는 만두와 식 궁합이 꽤나 좋아 곁들여 먹을 것을 추천한다.낙동강, 밀양강, 바닷물이 만나는 삼랑진의 민물회
삼랑진은 낙동강과 밀양강이 만나고, 바닷물도 역류하여 3개의 물결이 만나는 곳이라는 의미가 있다. 이곳에는 향어, 잉어, 붕어 등 민물고기 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식당들이 모여있다. 마침 웅어가 잘 잡히는 철이라 웅어회를 뼈회로 먹었다. ‘가을 전어, 봄 웅어’라는 말이 있을 만큼 웅어는 맛이 좋기로 소문난 생선으로 조선 시대에는 임금님께 진상되기도 했다. 비빔장과 함께 비벼서 먹어보니 청어나 전갱이회처럼 감칠맛이 있었다. 수월지횟집은 낙동강의 석양 맛집이다. 해 질 무렵 회 한 점, 해 한 점 번갈아 가며 밀양의 맛을 풍미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