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노 융합기술 관련 직업계 고교의 첫 탄생
“코로나 시국이라 전체 학생이 다 함께 모일 수 없어서 제대로 된 졸업식을 해주지 못한 게 제일 마음에 걸려요. 선배도 없고, 시설도 완벽히 갖추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공부하느라 아이들이 고생이 많았죠.
대부분의 학생들이 전공을 살려 반도체 관련 회사에 취업해 뿌듯합니다.”
학생들 이야기를 시작하자 문홍현 교사의 입가에는 어느새 미소가 번졌다.
책상 위에 놓인 명함들을 들어 보이며 “아이들이 인사하러 와서 놓고 간 것”이라는 자랑도 잊지 않았다.
교단에 선 지 28년째에 접어들었지만 제자의 성장을 지켜보는 일은 여전히 보람, 그 이상이다.
창원기계공업고등학교 부장 교사였던 그가 이곳에 온 것은 2016년 3월이었다.
그 무렵 경남 밀양에 나노융합기술국가 산업단지 조성 계획이 발표되었고, 당시 밀양전자고등학교가 마이스터고 전환을 승인받은 상태였다.
이후 3년간의 준비 기간을 거쳐 2019년 문을 열었고, 첫 졸업생을 배출한 올해 취업률이 무려 90%가 넘는 놀라운 성과를 거둔 것이다.
“전문가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가 조언을 구하고, 도움을 청했어요. 주말도, 방학도 없이 전국 각지를 돌다 보니 2017년에 새로 구입한 자동차가 어느새 21만km를 넘겼더라고요.
힘들기는 했지만, 나노기술에 대해 공부하면 할수록 확신이 생겼어요. 이 교육과정을 잘 만들어 두면 국가 산업 발전에 기여하면서, 아이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마련해 줄 수 있겠다는 것이요.
직업계 고등학교를 나와도 전공을 살려 전문 기술인으로 살아가기 어려운 게 현실인데, 그걸 한번 바꾸어 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더 열심히 뛰었습니다.”
경험과 체험 중심의 직업교육 모델을 만들다
교사가 되기 전, 그는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창원기계공고를 졸업하고 대학에 진학해 전기공학을 전공, 이후 철강회사에 입사해 6년간 생산관리 업무를 맡았다.
그러다 아들이 교사가 되기를 바란 부모님의 오랜 꿈을 이루어드리기 위해1994년 임용고시를 거쳐 교직에 입문했다.
첫 부임지는 경남 고성농공고등학교(현 경남항공고등학교)였다. 외지에서 소외돼 고성까지 오게 된 학생들과, 현지 토박이 학생들의 갈등으로 학교는 하루도 바람 잘 날이 없었다.
아이들이 기술을 익혀 제대로 된 직업을 갖고, 건강한 사회인으로 살아가도록 교육의 방향을 조금씩 바꾸어 나갔다. 특히 제조업 현장 경험을 살려 실제 기업과 교육 현장의 괴리를 줄이고자 노력했다.
또한 실용적인 기술을 가르치되, 일방적인 주입이 아니라 학생이 중심이 되도록 하는 한편, 이론보다는 직접 만지고 경험하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가전제품의 원리를 가르치기 위해 멀쩡한 가전제품을 분해하는 날도 많았다.
그런 노력 끝에 학교생활에 관심 없던 아이들이 조금씩 흥미를 느끼고, 적극적으로 기술을 익혀 일자리를 찾아가는 모습을 볼 때의 감동은 지금도 어제 일처럼 생생하다.
나노마이스터고에서도 그 경험을 살렸다. 반도체 제조 현장
에서 필요로 하는 부분을 교육 과정에 적극적으로 반영했고, 고교 수준에서는 국내 최고의 실습실을 구축하는 등 신기술 분야 고교 직업교육 모델을 안착시켰다.
덕분에 쇠락해가고 있던 지방 소도시 작은 학교는 이제 전국 각지에서 학생들이 모여드는 ‘나노기술 명문 고등학교’로 우뚝 섰다.
내년이면 정년을 맞지만 아이들에 대한 애정과 연구 열정은 초임 시절과 다를 바 없는 문홍현 교사. 직업계 고교 교육은 일반고와 달라야 한다는 신념으로 교육 현장을 변화시키고 있는 그.
학생들이 재미있게 실습하고, 나노반도체 기술 인력으로 단단하게 성장하는 것을 지켜보며 국가 발전의 도약을 꿈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