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사진 우인재 여행작가 / 사진제공 고성군청
금강과 설악이 만나는 수려한 바닷가
백두대간의 등허리가 뻗어 내려가며 동해와 잇닿은 자리에 자리에 강원도 고성군이 있다. 수려한 풍경으로는 한반도에서 으뜸으로 손꼽히는 금강산과 설악산이 만나는 고장이다. 북녘땅과 경계를 맞대는 지역으로 개발이 덜 된 탓에 자연환경이 옛 모습을 간직하고 있어 제법 많은 마니아층을 거느린 여행지이기도 했다. 얼마 전까지는 인접한 속초나 양양에 비해 여행 인프라가 다소 부족했지만, 최근 고성군에 시설 좋은 호텔과 리조트, 펜션 등이 들어서고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눈이 시리도록 푸른 바닷가 해수욕장, 바다 전망 카페, 초여름 로망을 불러일으키는 보랏빛 라벤더 농장 등이 더해지면서 이제는 강원도 최북단의 명소로 거듭나고 있다.보랏빛 라벤더꽃 만개한 강원도의 작은 유럽
이제 금강산의 치맛자락을 따라 본격적으로 발걸음을 옮겨 보자. 여름을 목전에 둔 6월은 고성군이 1년 중 가장 아름다운 풍경을 뽐내는 계절이다. 6월 초부터 7월 초까지, 진부령 너머 간성읍에 자리한 라벤더 농장에서 보랏빛 라벤더가 만개하며 화사한 자태를 뿜어내기 때문이다.바다 전망 카페에서 만끽하는 여유
하늬라벤더팜에서 46번 국도를 따라 동쪽으로 달리면 마침내 푸른 바다로 나서게 된다. 고성군 죽왕면 가진리 바닷가에는 고성군에서 유명한 스퀘어루트와 에이프레임 카페가 나란히 자리 잡고 있다. 두 카페 모두 커피와 함께 다양한 종류의 빵과 쿠키, 브런치 등을 판매하고 있으며 해변 바로 앞에 위치해 창밖으로 보이는 전망도 매우 훌륭하다. 화창한 날에는 루프탑에 올라가 커피를 즐기는 사람들도 많다.남북한 고위층의 여름 휴양지였던 화진포의 수려한 풍경
가진해변에서 자동차로 약 20여 분가량 북쪽으로 이동하면 우리나라 최북단 어항인 대진항과 점차 가까워진다. 대진항에 도착하기 전 화진포에 꼭 들러보길 바란다. 해변의 모래가 만의 입구를 막으면서 만들어진 호수를 석호(潟湖)라고 부르는데 강원도 동해안에는 이러한 석호가 아주 많다. 강릉 경포호, 속초 청초호와 영랑호, 고성 송지호와 화진포 등이 그러하다. 특히 화진포는 그 경관이 유난히 아름답기로 소문이 나 남북한 고위층의 개인 별장이 들어서기도 했다. 지금도 화진포에는 그 흔적들이 남아 있다. 화진포는 길이 1.7km 너비 약 70m의 해변으로 바위와 조개껍데기가 부서져 형성된 부드러운 백사장과 수심 1~1.5m의 완만한 경사 덕분에 오랜 세월 여름 피서지로 명성이 높았다. 주차장이 넉넉할 뿐만 아니라 샤워실, 화장실 등 편의시설도 비교적 잘 갖춰져 있다. 소나무 숲과 기암괴석 그리고 곱게 핀 해당화가 연출하는 고즈넉한 분위기는 번잡을 피해 휴가를 즐기려는 사람들에게 최적의 여행지로 손색이 없다. 시간이 넉넉하다면 화진포에서 가까운 대진항해상공원과 통일전망대도 들러 보자.물회, 싱싱한 제철 해산물이 듬뿍
물회는 강원도 북쪽 지역의 토속 먹거리다. 뱃사람들이 고기잡이를 나가 배 위에서 먹던 음식으로 생선, 오징어, 해삼 등 바다에서 잡아 올린 싱싱한 제철 해산물을 넣고 물에 초고추장을 풀어서 먹었던 음식에서 비롯된다. 요즘은 물회에 다채로운 해산물 외에도 사과, 배, 당근, 양파, 오이, 상추 등 갖은 채소를 넣고 고추장 양념에 설탕, 물엿, 다진 마늘 등을 추가해 새콤달콤 감칠맛을 더한다. 천진해변 바로 앞에 위치하는 봉포머구리집 고성점(토성면 천진해변길 46)에서 시원한 물회 한 그릇으로 초여름 더위를 잊어 보는 건 어떨까. 서울양양고속도로를 타고 강원도 여행하는 사람들이라면 꼭 한번 들른다는 맛집이 바로 봉포머구리집이다. 이곳에서는 로봇이 음식을 서빙하는 진귀한 광경도 볼 수 있다.막국수, 동치미 국물과 메밀면의 조화
메밀은 험준한 산으로 둘러싸인 강원도 산간 지방에서도 잘 자라기 때문에 오래전부터 강원도 사람들이 즐겨 먹는 별식으로 역사가 깊다. 예전에는 그릇에 메밀면을 담고 거기에 김칫국물을 부은 뒤 고명을 얹어 물냉면처럼 먹었는데, 요즘에는 양념장에 섞어 먹는 비빔 막국수의 인기도 좋다. 김치는 배추김치는 물론 나박김치, 동치미 등 집에서 활용할 수 있는 김치라면 모두 사용했다고 한다. 고성과 속초 등지에서 즐겨 먹는 막국수로는 메밀면에 동치미 국물을 부어 먹는 동치미 막국수를 으뜸으로 친다. 토성면 백촌리에 위치한 백촌막국수가 가장 유명하지만, 주말에는 줄을 서 기다려도 먹기 어려울 정도로 사람이 많이 몰린다. 백도막국수와 금화정막국수도 맛집으로 이름 나 있다.기력 회복에 좋은 건강식 문어
보통 무게 10kg이 넘는 커다란 문어를 대문어라고 부른다. 강원도 고성군은 바로 이 대문어가 많이 잡히는 문어 산지로 명성이 높다. 특히 현내면 대진항의 저도어장은 동해안 최북단에 위치한 어장으로 북방한계선에서 불과 1km 떨어져 있으며 4월부터 11월까지만 조업이 허용된다. 간혹 50kg이 넘는 엄청난 크기의 대왕 문어가 잡혀 뉴스를 통해 매스컴을 타기도 한다. 문어에는 혈압을 안정시키고 뇌졸중 예방을 돕는다는 타우린이 다량 함유되어 있는데 혈액의 중성지질과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비타민과 미네랄도 포함되어 있어 기력 회복에도 좋다고 한다. 문어는 보통 삶아서 숙회로 먹는데 거진항과 대진항 등지의 횟집에서 맛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