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날, 뜻밖의 선물이 도착했어요
경기도 북단 파주시에 위치한 문산수억고등학교의 풍경은 그 오랜 역사와 궤를 함께한다. 학교를 둘러싼 짙고 푸른 5월의 신록, 드넓은 부지 곳곳에 들어선 건물들, 요즘 도시에서는 보기 힘든 잔디 깔린 넓은 운동장, 여기에 코로나19로 인해 한동안 들을 수 없었던 학생들의 깔깔대는 웃음소리까지. 이 모든 것이 빛나는 역사를 가진 문산수억고등학교와 올해로 41회째를 맞는 스승의 날과 잘 어우러진다.
오늘 「The-K 매거진」이 준비한 커피트럭이 자리를 잡은 곳은 눈앞에 운동장이 시원하게 펼쳐져 있는 본관 건물 근처다. 선생님들을 위한 응원 문구가 한가득 붙은, 봄처럼 어여쁜 민트색 커피 트럭이 자리를 잡자 운동장에 있던 학생들이 호기심과 놀라움으로 눈을 동그랗게 뜬다. 정성스럽게 준비된 카네이션꽃과 「The-K 매거진」, 선생님들께 드릴 작은 선물까지 준비가 모두 끝나자 이 모습에 가장 감동을 받은 사람은 오늘 이벤트에 사연을 보내온 전혜인 교사다.
올해로 교직 생활 15년 차를 맞은 전혜인 교사에게 문산수억고등학교는 결코 잊을 수 없는 곳이다. 배우고 익혔던 학생으로서의 시간, 나누고 가르치는 교사로서의 시간들이 오롯이 녹아있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사연을 신청했을 때만 해도 선정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한 채 그저 학교의 모든 선생님과 스승의 날을 축하하고 싶었다는 전혜인 교사가 환하게 미소를 짓는다.
“사실 커피트럭 이벤트에 선정되고 나서 걱정이 많았어요. 현수막부터 시작해서 제가 준비를 다 해야 하는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The-K 매거진」 측에서 계속 소통을 해주시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다 알아서 챙겨주시고 심지어 제가 생각지도 못했던 카네이션까지 준비해주셔서 정말 크게 감동했습니다. 너무 행복합니다.”
전혜인 교사가 아이처럼 해맑은 미소를 짓는다.
지역 명문에서 전국 명문으로 거듭나다
11시 30분이 넘자, 교직원들이 하나둘, 건물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커피트럭을 발견하곤 기대와 흥분이 엷게 서린 목소리로 작게 환호성을 지른다. ‘경기 문산수억중·고등학교 교직원 여러분을 응원합니다’ ‘수억 개의 꿈이 자라는 곳, 수억 개의 행복이 피어나는 곳’ ‘경기 문산수억중·고등학교에 「The-K 매거진」이 감사의 마음 싣고’ 등 응원 문구가 가득한 사랑스러운 커피트럭의 외관과 아메리카노, 바닐라 라떼, 애플망고 에이드, 페퍼민트 티 등 10개가 훌쩍 넘어가는 메뉴를 고르는 즐거움이 풍선처럼 둥실둥실 부풀어 오른 덕분이다. 선생님들의 즐거움을 지켜보는 학생들 또한 덩달아 웃으며 주위를 맴도니 지금 이 시간이 그저 너무도 행복하게 느껴진다.
열심히 메뉴를 고르고 카네이션꽃을 받은 뒤 「The-K 매거진」과 기념품까지 받은 교사들 틈바구니에서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함박웃음을 짓고 서 있는 이창석 교장선생님이다.
이창석 교장
“문산수억중·고등학교는 학생들과 교사들이 함께 협력하여 학생의 성장을 이끌어내는 학교예요. 크든 작든 주체적으로 학생과 교사가 아이디어를 내고 유의미한 성과를 이끌어내는 거죠. 교육청의 공모사업만 해도 우리 학교에서 30~40건을 해냅니다.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에요. 교사들 입장에서는 기존에 하던 일에 자꾸 새로운 일이 생기니까요. 그런데 이 모든 걸 다들 자발적으로 해냅니다. 특히 선생님들은 우리 아이들을 위한 일이라면 그게 뭐든 최선을 다해요. 관리자 입장에서 정말 고마운 일이지요.”
전혜인 교사가 「The-K 매거진」 싣고 달려가는 커피트럭 이벤트에 선정됐다면서 허락을 구할 때도 더 들을 것도 없이 “OK!”를 외치고 고맙다, 잘해보라고 격려했다는 이창석 교장의 파안대소에서 문산수억중·고등학교의 분위기가 새록새록 느껴진다.
문산수억중·고등학교는 도시의 학교와는 사뭇 다른 관계성을 갖고 있는 학교이다. 경기 북부 농촌지역에서는 각종 인프라가 잘 갖춰진 도시 학교에 비해 학교의 역할과 교사의 책무가 비할 데 없이 크기 때문이다.
파주라는 지역 특색을 살린 통일 공감 지수 증진 교육환경을 조성하고 세계 유네스코 학교 네트워크에 가입된 10권역 중심 학교로서, 유네스코 국제 이해 교육, 지속가능발전 교육, 월드비전과 함께하는 세계시민, 세계 평화 교육 등을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는 문산수억중·고등학교 덕분에 학생들이 각각 저마다 특색있는 경험과 성장기를 완성해가며 높은 대학 진학률과 취업률을 달성하고 있다. 이 어렵고 긴 과정에서 절대적인 역할을 해내야 하는 것은 교사다.
학원과 입시 컨설턴트, 때로는 부모 역할까지 해내는 교사들이 학생들의 정서와 감정을 샅샅이 살피면서 무한한 지원과 응원으로 각자의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열렬히 도와주고 있는 덕분이다. 전혜인 교사가 학창 시절 선생님들의 모습을 보면서 ‘나도 꼭 저런 따뜻한 선생님이 돼야지’라는 꿈을 꿨던 것이 결코 빈말이 아닌 셈이다.
문산수억고등학교 도서관
문산수억고등학교 전경
남다른 스승과 제자 사이, 우리 학교의 힘입니다
따뜻한 햇살 아래서 커피와 담소가 한창 흐드러진 가운데 커피트럭 주변을 빙빙 돌던 웬 여학생 하나가 조심스럽게 전혜인 교사에게 다가왔다. 그리곤 수줍게 편지 한 통을 내밀고는 냅다 도망을 간다. 어리둥절한 얼굴로 편지를 꺼내 읽는 전혜인 교사의 얼굴에 잠시 뒤 물감처럼 미소가 번져가는데, 이를 지켜보는 이의 궁금증이 덩달아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전 교사의 허락하에 살짝 들여다본 편지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예쁜 글씨가 빼곡하게 들어차 있다. “「좋은 스승은 설명하고 뛰어난 스승은 증명하며 위대한 스승은 영감을 준다」 선생님은 정말 완벽한 것 같아요. 제 인생에서 선생님을 만난 건 인생에 두 번 다시는 없을 가장 큰 행운인 것 같아요. 항상 감사하고 사랑해요!”
스승의 날에 이보다 더 큰 선물이 있을까. 그 어떤 수식어도 필요 없는 감동이 전혜인 교사의 표정에서 그대로 전해진다.
점심 급식이 끝난 뒤 급식실 직원까지 살뜰하게 커피와 음료를 챙겨가고, 내내 주변을 어슬렁거리며 끝까지 남아 선생님과 수다를 떨던 학생들에까지 음료수가 돌아가니 아이들의 한바탕 웃음에 그야말로 신나는 축제의 마무리다.
“오늘 이벤트가 모든 선생님께 스승의 날을 기념해 서로를 격려하고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드린 것 같아서 너무 행복합니다. 이렇게 좋은 기회를 만들어주신 「The-K 매거진」 측에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앞으로 교직원공제회의 찐팬이 되겠습니다. 앞으로 매달 나오는 매거진을 정말 정말 열심히 찾아보게 될 것 같아요.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