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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ly 2022 Vol.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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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곱하기

방방곡곡 숨은 명소

한탄강 화적연
경기도 북부의 포천시는 한탄강을 중심으로 폭포와 협곡, 하늘다리, 폐채석장을 되살린 문화예술공간 등 이색 풍경이 넘쳐나는 곳이다. 비둘기낭폭포, 산정호수, 허브아일랜드, 포천아트밸리 등 포천을 대표하는 명소들은 대부분 물을 끼고 있어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된 이 여름에 더위를 피해 숨어들기 좋은 피서 여행지이기도 하다. 나만 알고 싶은 여름휴가지 포천으로 떠나보자.

글/사진 우인재 여행작가 / 사진제공 포천시청

우인재 작가는 10여 년간 출판사에서 여행 콘텐츠 기획 및 취재를 담당했다. 아시아나항공 기내 가이드북 로스앤젤레스 편을 비롯해 대한생명, 교보생명, 외환은행 등 보험·금융사 고객용 여행 가이드북을 기획 및 제작했다. 또 월간 「DOVE」, 「모터트렌드」 등의 매체를 비롯해 인천공항공사, 롯데백화점, 조달청, 롯데제이티비, LS전선 등 기업체 사보에 여행, 드라이브 원고를 기고했다. 현재 프리랜서 여행작가로 활동하며 대한민국 구석구석을 누비고 있다.

한탄강이 유유히 흐르는 화산지대

경기도 북부에 자리하는 포천시는 남쪽으로는 의정부, 남양주시와 접하고 있으며 북으로는 철원, 연천군과 경계를 이루고 있다. 또 남북으로 기다란 형태를 하고 있기 때문에 포천시의 주요 관광지들은 경기도지만 서울에서도 제법 거리가 먼 편이다. 그러나 도심에서 멀어지는 만큼 자연은 가까워지는 법. 한탄강을 중심으로 흩뿌려진 포천의 아름다운 자연경관들은 대서(큰 더위, 大暑)의 뜨거운 열기를 이겨낼 정도로 눈이 시원해지는 절경의 연속이다.
한반도 중서부를 굽이굽이 흐르는 한탄강은 북녘땅인 평강군에서 발원해 철원·포천·연천을 거쳐 임진강과 합류한 뒤 서해로 나간다. 바로 이 한탄강이 현무암과 주상절리로 가득한 화산지대를 관류(貫流)하며 빚어놓은 비경들은 유네스코지질공원으로 지정될 정도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한탄강은 우리나라 최초로 강을 중심으로 형성된 지질공원인데 수십만 년 전에 화산이 폭발해 형성된 것으로 여겨진다. 당시 화산 폭발과 함께 흘러 내려가던 용암으로 만들어진 현무암 협곡과 주상절리, 폭포 등 다른 지역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지형들이 즐비하다. 영북면 대회산리 일대의 화적연, 멍우리협곡, 비둘기낭폭포, 아우라지 베개용암 등이 대표적인 지질 명소다.
비둘기낭폭포 비둘기낭폭포

영화, 드라마 촬영지로 유명한 비둘기낭폭포

그중에서도 여행자들에게 가장 널리 알려진 명소로는 비둘기낭폭포(영북면 비둘기낭길 207)를 꼽을 수 있다. 이 폭포는 드라마 ‘선덕여왕’과 영화 ‘늑대소년’, ‘대호’에 배경으로 등장했다. 10여 년 전만 해도 폭포로 내려가는 길조차 제대로 닦여 있지 않던 장소다. 하지만 관광자원으로 비둘기낭폭포의 잠재력을 내다본 포천시는 캠프장, 풋살장, 공원 등을 갖춘 한탄강 야생화공원을 조성하면서 예전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바뀌었다. 그뿐만 아니라 나무 갑판과 계단으로 폭포까지 이어지는 탐방로를 말끔하게 만들어 방문자들이 훨씬 편하게 폭포를 관람할 수 있게 했다. 용암이 급격하게 식으며 형성된 수백 개의 각진 기둥들은 마치 단단한 성채(城砦: 성과 요새)와 같은 느낌을 주는데, 깊게 팬 협곡의 틈으로 우레 같은 소리를 내며 쏟아져 내리는 폭포수가 진정 장쾌한 맛을 선사한다.
하늘다리 하늘다리]
화적연 화적연
한탄강 지질공원의 명소들은 비둘기낭폭포를 중심으로 북쪽과 남쪽 강줄기를 따라 흩어져 있다. 폭포 인근에서 가장 가까운 도보교인 하늘다리(영북면 대회산리 377)를 걸으면 50m 발아래로 한탄강이 흐르는 아찔한 경험을 할 수 있다. ‘한국의 그랜드캐니언’이라는 별칭이 붙은 멍우리협곡(영북면 운천리 783-17), 겸재 정선이 금강산 유람 길에 들러 화폭에 담았다는 화적연(관인면 사정리 67), 한탄강이 영평천과 만나는 합수부에 위치하는 아우라지베개용암(창수면 신흥리 산209-1)까지 둘러본다면 수십만 년을 거슬러 올라가는 포천 화산지대의 자연사를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산중에 보석처럼 박힌 초록빛 호수 산책

비둘기낭폭포에서 멀지 않은 영북면 산정리에는 이 지역의 오랜 관광명소인 산정호수(영북면 산정리 243-1)가 자리한다. ‘산중의 우물 같은 호수’라는 뜻이 담긴 산정호수는 본래 농지에 물을 공급하기 위해 만든 인공호수다. 망무봉, 망봉산 그리고 억새밭으로 유명한 명성산 등 수려한 산들 사이에 콕 박혀 있어 주변 풍광이 그야말로 아름답기 이를 데 없는 곳이다. 무엇보다 호안을 따라 조성된 산책로를 걸으며 즐기는 풍경은 여름 더위를 잠시 잊게 할 만큼 청량한 느낌이다. 오리배나 자동차 모양 배를 타고 호수 위를 두둥실 떠가며 감상하는 망무봉과 망봉산이 반짝이는 호수와 어우러져 이국적인 정취를 자아낸다. 지난 2005년 개장한 ‘산정호수 조각공원’에도 들러보자. 국내외 작가 17명의 조형예술작품을 볼 수 있는 이곳에는 품질이 유명하기로 소문난 화강함(포천석)을 이용해 완성한 조각들을 볼 수 있어 인증사진을 남기려는 사람들이 즐겨 찾는 사진 명소로 자리매김했다.
허브아일랜드 허브아일랜드

포천이 숨겨놓은 이국 풍경들

이번에는 유유자적 배를 타고 수로를 이동하며 허브의 향기를 만끽할 수 있는 이색 명소로 찾아가 보자. 온천으로 유명한 경기도 포천 신북면에 위치한 허브아일랜드는 다채로운 꽃과 허브를 오감으로 체험하는 허브 낙원이다. 알록달록 다양한 빛깔의 꽃구경과 함께 허브 음식 맛보기도 가능하다. 특히 몇 년 전 대대적인 개보수를 거쳐 조성한 수로에 배를 띄우면 작은 베네치아에 온 듯한 착각마저 불러일으킬 정도다. 수로 주변에는 빨강, 노랑, 파랑 원색으로 페인팅한 작은 집들을 배치해 마치 로맨스 영화의 한 장면으로 들어온 것 같다. 허브아일랜드의 공간은 힐링존, 산타존, 향기존 등 총 4종류의 테마로 구성되어 있다. 힐링존에서는 허브 우산길, 스카이허브팜, 허브둘레길 등지를 산책하며 기념사진을 남기는 사람들로 북적이며, 향기존은 허브카페, 허브밥상, 허브체험관 등 미각과 시각, 후각으로 허브를 체험할 수 있는 장소들로 빼곡하다. 이곳에서 맛볼 수 있는 먹거리 중에 허브갈비정식, 허브피자, 허브차 등은 허브아일랜드 방문객들이 즐겨 먹는 별식이다.
포천은 오래전부터 질 좋은 화강암이 많이 나기로 유명한 지역이다. 포천아트밸리(신북면 아트밸리로 234)는 바로 이 화강암을 캐내던 채석장이 멋진 문화예술 공간으로 탈바꿈한 이색 관광지로, 깎아지른 협곡 사이에 놓인 인공호수가 색다른 멋을 느끼게 해준다. 화강암을 캐내면서 형성된 화강암 절벽과 초록색 물빛은 이국정취 그 자체다. 호수의 수심이 최대 20m 정도로 제법 깊은데다 가재, 도롱뇽, 작은 물고기가 살 수 있을 정도로 수질도 좋다고 한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흉물스럽게 방치되던 폐채석장이 이토록 아름다운 경관으로 탈바꿈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울 뿐이다.
한탄강의 지질학적 특성이 살아있는 포천은 숲으로 둘러싸인 계곡에서 더위를 식히고 개성 있는 지역 관광 명소들을 찾아 색다른 경험도 즐길 수 있어 한적한 여름휴가를 원하는 이들을 위한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허브아일랜드 허브아일랜드
허브아일랜드 허브아일랜드
포천아트밸리 포천아트밸리
포천으로 떠나는 식도락 여행

갈비로 보양하고 국수로 더위를 잊다

  • ‘포천’하면 떠오르는 먹거리 이동갈비

    포천에서 가장 유명한 음식은 누가 뭐래도 이동갈비를 첫손에 꼽는다. 부담을 줄인 가격에 푸짐한 양을 내세워 군인들에게 대접하던 갈비에서 시작한 이동갈비는 이제 수십 년 역사를 지닌 토속 먹거리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이동갈비가 시작된 포천시 이동면은 1950년대 작은 시골 마을에 불과했던 지역으로 백운계곡 옆 하천을 끼고 들어선 고깃집들이 군부대와 면회객을 대상으로 저렴한 가격에 판매한 것이 시초가 되어 지금에 이르렀다. 당시 푸짐한 양과 맛이 입소문을 타면서 나중에는 관광객과 등산객 등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이동갈비가 큰 인기를 끌게 되었다고 한다. 고풍스러운 한옥이 눈길을 끄는 명지원을 비롯해 이동폭포갈비, 갈비장터 등지가 이동갈비 전문 음식점으로 잘 알려져 있다.
  • 이색 먹거리 함병현 김치말이 국수

    김치말이 국수는 경기도 북부지방에서 즐겨 먹는 별식으로 유명하지만 함병현 김치말이 국수는 여타의 김치말이 국수와는 사뭇 다른 맛을 선보인다. 오로지 이 김치말이 국수를 맛보려고 일부러 포천을 찾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로 유명한 맛집이며 김칫국물에 사골, 사태고기 육수를 넣어 만든 국물 맛이 일품이다. 또 아삭한 열무김치와 달걀을 면 위에 얹고 여기에 두부를 추가해 신맛을 잡았다. 맛을 위해 첨가한 식재료들이 한데 어우러지는 깔끔한 플레이팅은 식욕을 부추긴다. 스키 리조트로 유명한 베어스타운 리조트 인근에 본점(내촌면 금강로2536번길 27)이 있으며, 남양주 진접, 서울 중구와 금천구에도 함병현 김치말이 국수를 취급하는 가게들이 있다.
  • 여름 더위 잊게 만드는 망향비빔국수

    이 계절에 가장 잘 어울리는 음식은 아무래도 비빔국수 아닐까? 50년 전통의 서민 먹거리 망향비빔국수(호국로 893)는 유명세를 타게 된 계기가 이동갈비와 비슷하다. 군인들을 상대로 국수를 팔던 창업주 한정숙 할머니가 처음 열었던 가게에서 팔던 국수가 지금의 망향비빔국수를 있게 만든 시초이기 때문이다. 당시 할머니가 운영하던 가게 이름은 ‘망향상회’였는데 이 집의 대표 메뉴 이름이 ‘망향비빔국수’인 이유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망향비빔국수 맛의 비결은 야채수에 말아낸 국수와 김치로 알려져 있다. 요즘은 저마다 비빔국수 소스 레시피를 자랑하는 시대지만 망향비빔국수의 창업주는 “양념이 아무리 맛있어도 이 두 가지가 빠지면 같은 맛을 낼 수 없다”라는 말로 국수에 대한 자부심을 표현했다. 케이 로고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