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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ptember 2022 Vol.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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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학교

‘공감’과 ‘격려’로 함께 하는 대화가
아이를 성장시킵니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노규식 교수
“공감은 아이를 성장시키고, 인내와 끈기를 더하면 아이는 놀랍도록 발전합니다.”라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노규식 교수. 이때 부모가 ‘중용’의 마음으로 실패 해도 된다는 용기를 북돋아 준다면, 책상 위에 앉아서도 웃을 수 있고 세상에 나가서도 현명하고 행복하게 지낼 수 있다고 조언한다.

이성미 / 사진 이용기

※ 모든 인터뷰 및 사진 촬영은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준수해서 진행했습니다.

부모와의 관계에서 일어설 용기를 얻는 아이들

하나의 천장 아래에는 여러 세상이 존재한다. 아이는 게임 세계에, 엄마는 인터넷 쇼핑몰에, 아빠는 영상 플랫폼에 빠져 있다. 의견을 모아야 하거나 정보를 전달할 때는 거실 대신 메신저 안에 모인다. 그조차 밥을 먹었는지, 학교에 잘 다녀왔는지, 학원 숙제는 했는지 묻고 답하는 것에서 끝날 때가 많다. 대답 대신 이모티콘으로 의사를 표현하기도 한다. 태어날 때부터 스마트 기기를 접하는 알파 세대에게서 더욱 두드러지는 현상이다. 그렇게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 채 시간이 흐르고, 결국 노규식 교수를 찾아온다.
노규식 교수는 연세대학교 의과대학과 동 대학원에서 수련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다. 세브란스 정신건강병원 청소년센터 소장을 역임하고, 현재는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정신과학교실 외래교수로 출강하고 있다. 서울에서 정신건강의학과 의원과 공부두뇌연구원도 운영한다. 특히 그는 두뇌에 맞는 학습법과 수면, 동기부여, 사춘기 증후군, 부모와의 관계 등 감정 문제에 관심을 두고 연구와 치유에 전념해 왔다. SBS 「영재발굴단」, JTBC 「용감한 솔로 육아–내가 키운다」, KBS2 「자본주의학교」 등의 TV 프로그램, 유튜브 채널과 오디오클립 「슬기로운 부모생활」, 저서 「두뇌 맞춤형 학습법」, 「 책 읽는 아이 심리 읽는 엄마」, 「현대인들은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가」, 「공부는 감정이다」를 통해서도 많은 부모, 아이와 소통했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라는 특성상 그는 아이, 부모의 결핍과 자주 마주한다. 특히 대화가 필요한 아이들이 종종 그를 찾는다. 달리 말하면, 부모와의 시간이 부족한 아이들이다. “살면서 누구나 크고 작은 좌절을 겪습니다. 수학을 예로 들어볼게요. 우리는 처음 덧셈과 뺄셈을 배우고, 다음 곱셈을 배웁니다. 그러고 나면 인수분해, 미적분을 배우죠. 무언가 배우고 이제 좀 할 만하다 싶으면 더 어려운 개념을 익혀야 합니다. 쉬울 리가 없죠. 좌절을 겪기도 합니다. 아이가 좌절을 딛고 다시 일어설 수 있다면,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흔히 회복탄력성이라고 하죠. 중요한 것은 아이는 부모와의 관계에서 다시 일어설 에너지를 얻는다는 것입니다.”
부모와 유의미한 시간을 보내며 안정적 관계를 형성한 아이는 실패해도 “괜찮아”하고 일어선다. 반대로 불안정한 관계에 있는 아이는 실패하면 부모가 자신을 사랑해 주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고 좌절한다. 쉽게 말해 부모의 사랑에 조건이 필요하다고 믿는 것이다. 이런 믿음은 아이들이 실패를 두려워하게 하고, 끊임없이 불안하게 한다.
시간이 부족하다는 말에 ‘맞벌이라 어쩔 수 없다’라고 답할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가 살펴봐야 할 것은 시간의 길이가 아닌 대화의 깊이다. 농도이자 온도다.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에 단 1분이라도 제대로 된 대화를 한다면 더 안정적인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 가장 필요한 것은 공감이다.
내 아이를 바꾸는 두뇌육아법 [출처: 세바시 강연 1105회]

아이들 마음의 문을 여는 열쇠, 공감

공감(共感)이란 사전적으로 타인의 감정, 의견 등에 대해 자기도 그렇다고 느끼는 것을 의미한다. 부모와 자녀와의 대화에서 특히 필요한 능력이다. 노규식 교수의 저서 「공부는 감정이다」에서는 공감에 대해 이렇게 적고 있다.
“공감하는 능력은 자녀와의 학습이라는 부분에서 동반자적 관계를 구축하는 데 필수입니다. 공감을 표시한다는 것은 자녀가 이룬 성취를 알아봐 주고, 강점과 약점, 용기와 도전을 이해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것은 곧 아이들의 감정을 느끼는 행위이기도 합니다. 아이의 노력을 전적으로 지지해 주기 위해서는, 또 아이가 학습에 들이는 노력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아이 입장에서 상황을 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고 난 후 아이가 들을 준비가 되어 있을 때 대화를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즉 공감이란 아이가 나와 대화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 헤아리는 마음이다. 어른이 먼저 대화할 의지가 있음을 보이고 아이의 감정을 어루만져야 아이도 대화할 마음의 준비를 한다. 부모가 아이의 약점을 받아들이는 동시에 믿는다는 의지도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평소 관계가 좋다면 대화의 문을 열기가 더욱더 수월하다. 그러기 위해선 어릴 적부터 함께 놀아주며 시간을 보내는 것이 좋다. 꼭 몸을 쓰며 놀아줄 필요는 없다. 혼자 노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라면, 옆에서 “이런 걸 만들고 있구나” 하고 중계하듯 말을 거들어도 된다. 그럼 아이는 ‘아빠, 엄마가 나에게 관심이 있구나’ 하고 안심하게 된다.

아이들은 엄청난 회복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방향만 살짝 틀어줘도 주저 없이 앞으로 치고 나가는 힘도 있고요.
참 놀랍고 신비로운 존재입니다.

결과가 아닌 과정을 격려하는 대화 방식

대화할 때는 부모의 반응, 심리학 용어로 ‘반영(reflection)’이 중요하다. 흔히 추임새라고 하는 “그랬구나”, “맞아” 하는 말이 대표적이다. 이때 기계적 추임새가 아닌, 감정과 영혼을 담은 반응이 필요하다. 부모가 아이에게 지금 대화에 집중하고 있다는 믿음을 심어주어야 한다. 아이와 대화할 때는 스마트폰을 손에서 내려놓으라고 하는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 나온 말이다.
명심해야 할 것은 대화가 반드시 교훈적일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일상적인 대화도 괜찮다. 또 관심은 필요하지만, 그것이 지나치면 아이는 관심을 감시와 충고로 받아들이고 대화를 기피하게 된다. 노규식 교수는 “관심과 감시는 종이 한 장 차이”라며, 부모의 중용(中庸)을 강조한다.
마지막으로 결과가 아닌 과정을 칭찬할 줄 알아야 한다. 아이가 무언가를 잘했을 때 “잘했어”, “역시 똑똑해”라고 하는 것은 결과에 대한 의견이다. 오랜 시간 노력해 얻은 결과인데 1초 만에 평가가 끝난다면 허탈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것은 부모의 일방적 의견이지 대화가 아니다. 대화의 주제도 부모가 느낀 감정에 집중되어 있다. 따라서 칭찬할 때는 아이가 겪어온 과정에 집중하고, 아이를 대화의 중심으로 옮겨야 한다. “지난번에는 이 문제를 어려워했는데, 오늘은 더 잘 풀었구나” 하고, 아이의 행동을 중심에 둔 구체적 피드백도 좋다.

‘공감’으로 아이들과 ‘소통’하는 교사의 역할

교실 안으로도 공감이 들어와야 한다. 교실 안에는 여러 명의 학생이 함께 생활하고, 원활한 학습과 생활을 위해 규칙이 존재한다. 학생이 규칙을 어기면 교사는 통제한다. 이때 교사와 학생이 얼마나 안정적 관계를 형성했느냐에 따라 반응이 달라질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교사는 학생에게 ‘내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는 사람’으로 인식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학생은 안심할 수 있다. 더불어 앞서 말한 방법처럼 공감을 바탕으로 대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노규식 교수는 교사들에게 또 한 가지를 당부한다.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할 용기가 필요하다”라는 것이다.
“교사는 또 다른 이름의 부모입니다. 감정 노동자이기도 하죠. 아이의 행동으로 속을 썩기도 하고, 반대로 아이에게서 보람을 찾기도 하면서 부모 못지않은 시간을 보냅니다. 이때 학생이 문제 행동을 일으킨다고 해서, 그 화살을 자신에게 돌릴 필요는 없습니다. 돌발 상황에서 크게 반응할 필요도 없습니다. 사람은 상황을 통제하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감에 사로잡힐 때 과잉 대응하게 됩니다. 하지만 교사가 약해 보여서, 교사의 능력이 부족해서 문제가 생기는 것이 아닙니다. 선생님들 탓이 아닙니다. 필요하다면 전문 기관에 도움을 요청하는 것도 좋습니다.”
한발 더 나아가 노규식 교수는 아이가 ‘어른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을 위해서’ 무언가 노력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길 바란다. 공부는 평생 해야 한다. 목적이 있는 아이는 그 오랜 과정을 더욱더 현명하게, 행복하게 지날 수 있다.

아이들이 즐겁게 학습할 수 있는 세 가지 힘

부모와의 좋은 관계를 통한 심리적 안정감, 공부하는 이유와 목표, 실패해도 된다는 용기, 이 세 가지가 존재한다면 아이는 저절로 책상에 앉는다. 또 책상 앞에 앉아서도 웃을 수 있다. 노규식 교수가 꿈꾸는 세상의 모습이기도 하다.
“아이들은 엄청난 회복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방향만 살짝 틀어줘도 주저 없이 앞으로 치고 나가는 힘도 있고요. 참 놀랍고 신비로운 존재입니다. 아이가 가진 열 개의 고민을 제가 다 해결해 줄 수는 없습니다. 다만 열 개에서 두 개만 고민을 줄여줘도 그것이 한 해, 두 해 쌓이면 차이가 크다는 걸 알고 있죠. 그래서 앞으로도 시간이나 장소의 제약 없이 더 많은 아이와 부모를 만나고 그들에게 도움을 줄 방법을 연구하고, 또 실천해 보려 합니다. 당장 제 손에서 이룰 순 없더라도, 지금 잘 자라준 아이가 훗날 제 꿈을 대신 이뤄줄 수도 있겠죠.”
변화는 한순간에 일어나지 않는다. 노규식 교수가 자신의 꿈을 다음 세대까지 염두에 두는 것도 그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내 아이의 변화도 마찬가지다. 버튼만 누르면 화면이 바뀌는 TV나 영상 플랫폼과 달리, 현실에서 변화는 느리게 찾아온다. 그래서 인내와 끈기가 필요하다. 대신 그 인고의 시간을 견뎌냈을 때 우리는 분명히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꿈꿔온 행복한 아이의 모습을 말이다. 케이 로고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