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K 매거진(더케이매거진) Magazine
Monthly Magazine
January 2023 Vol.65
배움 더하기 아이콘 이미지

배움 더하기

꿈 너머 꿈

모두가 즐기는 학교 체육을 꿈꾸며
'체육 히어로'가 출동합니다!

여자교사체육교육공동체 ‘원더티처’의
전해림 교사(덕성여자고등학교)와 홍유진 교사(당곡중학교)
언젠가부터 체육 시간이 달라졌다. 운동신경을 타고난 몇 명 아이가 분위기를 주도하던 시절과 달리, 새로운 규칙에 따라 누구든 한 번쯤은 운동장의 주역이 되어본다. 하지만 정작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 중에는 ‘즐거운 체육 시간’을 경험해 본 일이 드물다. 교사가 즐거워 학생들이 더 즐거운 체육 시간을 만들기 위해 여자교사체육공동체 ‘원더티처(wonder-teacher)’가 나섰다.

정라희 / 사진 이용기

※ 모든 인터뷰 및 사진 촬영은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준수해서 진행했습니다.

여학생은 체육을 싫어한다고? 해보니까 달라요

학창 시절부터 운동장을 뛰며 축구하기를 좋아했다. 하지만 전교에서 축구를 좋아하는 여학생은 한두 명에 불과했다. ‘우리 학교에 없으면 다른 학교에서 찾아보면 되지!’ 싶어 직접 경기를 주선하고 대학에 진학해서는 여자축구 대회까지 만들었다. 덕성여자고등학교 전해림 교사와 당곡중학교 홍유진 교사가 서로 알고 지내게 된 계기는 이러했다.
‘축구하기’ 좋아하던 여학생들은 ‘체육 선생님’이 되어 학교로 돌아왔다. 하지만 체육을 좋아하고 즐기던 마음과 실제 교육 현장은 달랐다. 세월이 흘러서도 여전히 운동을 좋아 하는 여학생들은 체육 활동의 변방에 있었다.
“제가 중·고등학생 시절에는 ‘친구들이 축구를 안 해서 같이 할 사람이 없다’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막상 교사가 되어 학생들을 보니 운동을 좋아하고 싫어하고는 단지 성별 때문만이 아니었습니다. 운동을 좋아하는 여학생이 있는가 하면, 남학생 중에도 운동을 싫어하는 친구가 많아요. 여학생 중에도 체육 시간만 되면 ‘저 못해요’라며 손사래를 치던아이가 나중에는 ‘체육이 재미있다’라고 이야기합니다.” 전해림 교사의 말이다.
전해림·홍유진 교사는 적어도 학생들은 자신들이 지나온 길보다 좀 더 나은 환경에서 체육을 즐겼으면 하는 바람이 컸다. 더불어 체육교육이 근본적으로 바뀌려면, 교사들부터 체육에 대한 긍정적 경험을 해야 한다는 인식이 생겼다.
“못하는 수준을 넘어서려고 노력하고, 스포츠를 그 자체로 즐기면 운동을 잘하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참여할 수 있어요. 체육이 재미있어지니 잘하고 싶은 의욕이 자연스레 따라옵니다. 교사가 모든 종목의 마스터가 될 수는 없지만, 최대한 다양한 종목을 경험하고 즐기면서 체육의 즐거움을 학생들에게 전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달라진 체육교육, 더 잘 가르치고 싶은 선생님

전해림·홍유진 교사는 체육 수업이 재미있어지려면 교사들 부터 체육 시간이 즐거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전해림 교사는 “최근 학교 현장의 체육 수업은 과거와 다르다”며 “다양한 뉴 스포츠가 도입된 지금은 운동신경이 뛰어나지 않아도 모두가 경기에 참여하고 기여할 수 있도록 규칙이 만들어져 있다”라고 전한다. 하지만 과거 교육과정에 따라 체육 시간을 보낸 교사들은 정작 체육 수업을 즐겨본 추억이 드물다.
돌체(돌아온 체육시간)클래스 단체 사진(추크볼) 돌체클래스(댄스)
또한 학교 현장에서 여성 체육교사로서 느끼는 어려움도 많았다. 일반적으로 학교 현장은 여성 비율이 높은 편이지만, 체육 과목만큼은 성비가 반대다. 전해림 교사는 “2015년 초임 교사 발령을 받고 학교에 갔을 때도 체육교과에서 여자는 혼자였고, 주변 학교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웠다”고 회고한다. 특히 50대 이상의 남성 고경력 교사들이 대부분 이었고, 이후로도 학교 안에서 동료 여성 교사를 만나기는 쉽지 않았다. 2018년에 임용된 홍유진 교사의 상황도 다르지 않았다. 이 때문에 아직 연차가 낮은 여성 체육교사로서 느끼는 고민을 나눌 동료가 더 절실했다.
새로운 종목을 이수하려고 해도 연수 과정에서 소외감을 느낄 때가 잦다. 종목 연수를 가더라도 남녀 교사가 함께 교육받는 실기 연수에서 주도적으로 움직이기가 어려웠다. 축구를 하면 남성 교사가 공격하고, 농구를 하면 경기 정원 외인원인 ‘깍두기’로 참여해야 할 때가 많았다. 배워야 하는 내용을 다 배우지 못한다는 아쉬움과 함께, 연수에 민폐를 끼치는 것 같은 기분도 들었다. 교사에게 필요한 역량은 단순한 스포츠 기술이 아닌 단체 수업에 적용할 교육적 요소 이기에, 개인지도로 해결하기도 어려웠다.

학교 체육 현장의 변화를 꿈꾸는 전국 여성 히어로들

그러다 2022년 1월에 여성 교사를 대상으로 열린 농구 연수를 통해 비슷한 고충과 갈망을 지닌 동료들이 많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렇게 그해 2월, 홍유진 교사와 전해림 교사가 공동대표로 나서 여자교사체육공동체 ‘원더티처’가 공식적으로 결성되었다.
원더티처는 학교 체육 현장을 위해 노력하는 여성 교원과 전문직들의 화합과 연대를 꿈꾸며 결성한 여성 교사들의 체육공동체다. 원더티처가 출범하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 회원 신청이 쏟아졌다.
두 사람은 원더티처가 ‘여자 체육교사 공동체’가 아닌 ‘여자교사 체육교육 공동체’임을 강조했다. 실제로 원더티처에는 체육 교사뿐만 아니라 체육을 가르치고 관심 있는 교사들과 교육계에 종사하지 않더라도 학교체육의 변화를 응원하는 회원들이 공존한다.
처음 계획은 그해 연말까지 회원 100명 모집과 연수 6회 개최였다. 하지만 이 목표는 출범 몇 개월이 채 지나지 않아 달성했고, 2022년 12월 기준으로 현재 회원 수는 약 160명 그리고 이제까지 진행한 종목 연수 역시 20회를 넘겼다. 체육교육의 변화를 이끌어가는 공동체에 대한 미디어의 관심도 쏟아졌다. 실제로 매주 축구 및 농구 등 동아리 활동이 이어지고 있고, 격주에 한 번씩 댄스 연수도 이어지고 있다. 필요한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에 의욕도 솟지만, 동시에 다음 발걸음이 중요하다는 의식도 생겼다. 홍유진 교사는 “지금도 수시로 목표가 바뀐다”라고 말한다.
“활동을 몇 년 동안 해봐야 우리만의 색깔이 생기고 장기적인 계획도 생길 텐데, 기대 이상으로 관심을 가져주셔서 단 기간에 공동체가 급성장했어요. 당장은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우선이고, 부지런히 현재에 집중하면서 앞날을 개척해나 가려고 합니다.”
돌체클래스(태그럭비) 제1회 원더티처 체육대회

재미있는 체육 수업이 일으킨 운동장의 변화

체육 수업의 변화는 학생들의 변화로도 이어지고 있다. 홍유진 교사가 근무하는 당곡중학교에서는 점심시간이면 축구공을 든 여학생과 남학생이 먼저 골대를 차지하려고 눈치작전을 벌이기도 한다. 전해림 교사 역시 덕성여고에서 진행한 축구 학급 대항전에 참가한 학생들이 “아침에 운동 했더니 1교시 수업에 집중이 더 잘 된다”라고 말하며 “자발적으로 아침 체육 시간에 나오는 학생이 늘었다”라고 전한다. 한편 홍유진 교사는 이날 오전에도 축구를 좋아하는 여학생들을 인솔해 소규모 축구 대회에 다녀왔다. “축구 대회 출전이 평생소원”이었다는 한 학생이 “선생님 덕분에 소원 성취했어요!”라며 함박웃음을 지어 보일 때면 개인 시간을 들여 학생들과 함께한 주말이 전혀 아깝지 않다.
“저는 놀이와 공부가 모두 ‘배움’의 영역에 있다고 생각해요. 흔히 체육 하면 ‘공부가 아닌 것’으로 인식하는데, 지금 우리 아이들에게 필요한 교육은 무조건 외우고 문제를 푸는 것이 아니라 친구와 소통하며 다름을 이해하고 서로의 강점과 취향을 발견해 함께 목표를 세우고 이루어가는 것을 배우는 것이 아닐까요?”
홍유진 교사는 체육 시간이 “실패하고 도전하고 다시 일어서는 과정을 통해 어제보다 발전한 나를 발견하는 시간”이 라고 강조한다. 두 교사에게 원더티처는 이런 신체 활동의 가치를 공유하며 교사로서도 발전할 수 있는 곳이다. 전해림 교사는 원더티처의 강점을 ‘끊임없는 소통’으로 꼽으며 “원더티처 활동에 적극 참여하고 고마움을 표현하는 선생님들 덕분에 교육 현장에서 더 자신감이 생겼다”라고 말한다. “교사마다 수업 진행 방식은 다릅니다. 연수에서 배운 내용을 수업에 바로 적용해 얻은 경험을 공유하면서 저마다 커리큘럼을 발전시켜 나가요. 한두 사람이 전체를 이끌어가는 모임이었다면 쉽게 지쳤겠지만, 공동체로서 열정을 갖고 교류하면서 ‘나와 같은 사람들이 여기에 있구나’ 하는 동료의 식을 느낍니다.”
현재 원더티처는 공동대표인 두 교사를 포함해 ‘히어로’라고 불리는 6명의 운영진을 주축으로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전국에 더 많은 히어로가 등장하기를 기대한다. 두 교사는 누구나 원더티처의 히어로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이들이 지핀 작은 불씨가 전국 각처에 숨은 히어로의 마음 속에 큰 열정으로 타오르기를 기대해 본다.
돌체클래스 단체사진(얼티미트)
'꿈 너머 꿈'의 주인공을 찾습니다

'꿈 너머 꿈'은 더 나은 교육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회원님들의 이야기를 담는 코너입니다. 회원님이라면 누구나 주인공이 될 수 있습니다. 교육 현장에서 새로운 꿈을 향해 쉼 없는 도전을 하는 회원님들의 이야기를 소개해 주세요. 「The-K 매거진」이 회원님들의 꿈과 도전을 응원하겠습니다.

★ 보내실 곳 : 「The-K 매거진」 편집실 (thekmagazine@ktcu.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