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고금평 머니투데이 기자
자유롭게 모험을 즐기고 희망을 놓지 않는 네버랜드 신드롬
지난해 초 대부분 편의점에는 포켓몬 빵을 사려는 어른으로 가득했다. 1990년대 어린이 사이에서 인기가 높았던 제품을 그 시절 감성 그대로 담아 재출시했는데, 출시 43일만에 1,000만 개가 팔리며 연일 품절 대란을 일으켰다. 성인들은 레트로(과거 문화 회귀)로, 청소년들에겐 뉴트로(새로운 문화)로 각각 인식하며 누구나 사랑하는 최애템으로 떠오른 것이다. 무엇보다 ‘띠부띠부씰(포켓몬 스티커)’ 뽑는 재미를 그대로 살려 어른과 아이의 동심을 동시에 자극했다.나이를 거스르는 더 젊고 건강한 몸에 대한 열망
톰 크루즈가 주연을 맡은 영화 ‘탑건’은 1986년 개봉했다. 그러고 나서 이 영화는 잊힐 법했는데, 지난해 후속작 ‘탑건: 매버릭’이 무려 36년 만에 개봉해 시장에 적잖은 충격을 안겼다. 이미 톰 크루즈의 나이가 우리 나이로 환갑이 지났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열광했다. 명작의 후속편에 대한 기대도 그랬지만, 무엇보다 환갑의 나이에 여전히 젊은 시절과 똑같은 근육질 몸매를 자랑하는 ‘늙지 않은’ 청춘에 감탄을 잊지 않은 것이다.더 어리고, 더 자유로워지고 싶은 키덜트 마켓
소비트렌드분석센터는 올해 부각하는 소비 트렌드 중 하나로 네버랜드 신드롬을 꼽으며 ‘우리 사회의 유년화는 단지 일부의 취향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사고방식, 나아가 생활양식이 되고 있다’고 정의했다. 여전히 어려지고 싶고, 어린시절을 유지하려는 움직임은 생활 곳곳에서 나타난다. 우선 용어부터 다르다. 아이(kid)와 어른(adult)의 합성어인 ‘키덜트(kidult)’, 어른과 아이의 조어인 ‘어른이’는 이제 보편어로 수렴됐고, 모임을 통해 젊은 트로트 가수 임영웅의 팬덤을 자처하고 무지개색 양말을 맞춰 신고 여행을 떠나는 풍경이 그렇다. 극장판 애니메이션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개봉 2주 만에 누적 관객 100만 명을 돌파할 정도로 1990년대 만화 ‘슬램덩크’를 즐기던 중장년층의 향수를 자극했다.늘어난 기대수명, 우리만의 공감과 소통의 가치를 찾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2022년 만 65세 이상 인구가 처음으로 900만 명을 넘어섰다. 2025년엔 만 65세 인구가 총인구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전망이다. 이 경우, 우리 사회는 네버랜드의 가속화에 따라 더 젊어지는 것일까, 아니면 더 유치해지는 것일까. 네버랜드가 우리 사회에 안착하는 배경을 몇 가지로 추론해 볼 수 있다. 우선 늘어난 기대수명이다. 늘어난 수명에 맞춰 생애주기도 달라진다는 것. 어른이라는 구간을 이제 어떻게 정해야 할지 막막하다. 2015년 UN이 내놓은 연령 기준 제안을 보면 청년이 18~65세이고, 중년이 66~79세다. 이제는 청년-중년-노년의 단계가 순차적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생애1-생애2-생애3’으로 독립적 삶의 단계를 준비해야 할지 모른다. 다른 하나는 미래 불안감이다. 역사상 가장 호황인 시대에서 자란 세대가 앞으로 닥칠 불안을 보상받는 방식 중 하나로 과거 화려하고 행복했던 시절로 돌아가거나 머무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