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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y 2023 Vol.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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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 더하기

인생 이모작

우리 작은도서관은
동네 사랑방이자 이 자라는 둥지입니다
둥지작은도서관 관장 이경희 회원



오늘날의 나를 있게 한 것은 우리 동네 도서관이었다.” 마이크로소프트를 창업한 빌 게이츠가 한 말이다. 책은 세상을 내다보는 둥지이자, 꿈이 깃드는 보금자리다. 그래서 나와 가까운 곳에 도서관이 있다는 것은 커다란 축복이다. 이경희 회원이 퇴직 후 작은도서관을 세운 이유다. 우리 동네 둥지 지킴이 이경희 회원을 만났다.

이성미 / 사진 이용기

※ 모든 인터뷰 및 사진 촬영은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준수해서 진행했습니다.

평생 일터였던 교실에서 골목길 배움터로 전학 왔습니다

충남 서산시 번화로 한편에는 문화가 자라나는 둥지가 있다. 이경희·구장완 회원 부부가 운영하는 ‘둥지작은도서관’이 그곳이다. 작은도서관이란, 지역민 가까이에 위치하며 다양한 독서 및 독서 문화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작은 규모의 도서관을 말한다. 2021년 5월 개관해 현재 3,500여 권의 장서를 보유한 둥지작은도서관에서는 매월 2개 이상의 교양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둥지작은도서관 관장인 이경희 회원은 이곳을 ‘골목길 배움터’라고 정의한다. 집 가까이 골목길에서 사람들을 기다리며 배움을 선물하는 곳 말이다. 약 40년간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친 그는 퇴임 후 골목길에 누구나 학생이 되는 교실을 열었다.
이경희 회원은 1982년 충남 당진중학교에 첫 발령을 받은 후 2021년 경북 링컨중고등학교를 마지막으로 퇴임할 때까지 39년 동안 교직에 몸담았다. 교직에 있는 동안 그는 학교를 ‘마음을 나누는 곳’이라 여기며, 학생들의 마음 구석구석을 면밀히 들여다보려 노력했다. 교사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학생들의 인생에 크게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생각해 내적 성장에도 힘썼다. 특히 교사 독서 모임을 통해 다양한 책을 접한 것은 그의 인생에도 큰 도움이 되었다. 그리고 퇴직 후, 이경희 회원은 학교에서 얻은 것을 사회에 환원하며 살기로 했다.
“학교는 제게 평생 일터이자 배움터였습니다. 귀한 경험을 참 많이 쌓았죠. 작은도서관을 운영해 보니 그 사실을 더 잘알겠어요. 교직에 있는 동안 쌓은 노하우가 작은도서관을 운영하는 데 크고 작은 도움을 주고 있거든요. 독서 모임을 통해 여러 책을 접해 본 것이나, 축제 때 부스를 만들어 학생들과 체험 활동을 해본 일, 학교 도서관 업무를 맡아본 일 등 지나고 보니 무엇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경험이 없었습니다.”
퇴직 전부터 작은도서관을 세우기로 계획한 것은 아니다. 여생을 무료하게 지낼 생각은 없었지만, 어떤 일을 할지 쉽사리 결심이 서지 않았다. 다만 평소 경로당 봉사 활동을 다니며 ‘노인복지학을 공부해 두면 좋겠다’ 싶어 사이버대학교에 편입해 공부를 시작했다. 그러다 평소에 가까이 지내던 지인으로부터 “작은도서관을 운영해 보라”는 권유를 받고 본격적으로 작은도서관에 관해 알아보기 시작했다.

먼저, 교사로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교육 문화 활동을 이어갈 수 있고, 시민들과 소통하고 봉사하며 보람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규칙적으로 생활할 수 있다는 점도 좋았고요. 또 남편인 구장완 회원과 함께할 수 있는 일이라는 점도 참 좋았습니다.”

작은도서관이 가진 큰 힘

작은도서관은 이경희·구장완 회원에게도 배움터다. 작은도서관 프로그램을 기획 및 운영하는 일부터 홍보, 지역 행사참여, 도서 관리, 회원 관리 등 무엇 하나 이경희 회원의 손을 거치지 않는 일이 없다. 홍보 배너를 디자인하고 문구 하나 만드는 일조차 자기 몫이다. 그 덕에 다양한 분야를 두루 공부하면서, 이경희 회원은 할 수 있는 일이 더 많아졌다. 어린아이부터 70대까지 전 연령대와 어울리며 배우는 것도 많다. 구장완 회원은 서예를 배운 경험을 살려 작은도서관에서 수강생들에게 캘리그라피를 가르치고 있다. 시민들을 만나기에 앞서 새롭게 관련 지식을 배우고 연습하다 보면, 부부는 마치 학생으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 든다.
작은도서관에서는 누구나 선생님도, 학생도 될 수 있다. 올해 상반기에는 캘리그라피 수업을 듣던 70대 수강생이 강연자가 되어 시민들 앞에서 특강을 할 계획이다. 또 지역 어르신들이 강사가 되어 전통 고추장 담그기, 천연 염색, 폐식용유를 이용한 비누 만들기 등의 수업도 준비하고 있다. 어르신에게 새로운 무대를 만들어 드리며, 이경희 회원은 작은 도서관 사업이 얼마나 의미 있는 일인지 다시금 깨닫는다.
“작은도서관을 홍보할 겸 최근에 지역 플리 마켓에 참가했어요. 부스 뒤편에 집이 한 채 있었는데, 그곳에 사는 어르신이 나와 ‘책이 예쁘네요’라며 관심을 보이시더라고요. 그렇게 인연이 닿아 도서관에서 캘리그라피 수업도 들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어르신께서 ‘나이가 들어 마땅히 어울릴 만한 곳이 없었는데 도서관에 와서 사람들을 만나니 행복하다’라고 하시더군요. 그러고는 인생 이야기를 들려주셨어요. 알고 보니 이름난 수필가인 이영숙 작가님이라는 것도 새롭게 알게 되었고요. 그래서 작은도서관에서 강연회를 열었죠. 수강생이던 분이 강연자가 되신 거예요. 그러한 과정을 지켜보며, 저는 앞으로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다시금 깨닫게 되었습니다.”
원한다면 누구나 작은도서관의 관장도 될 수 있다. 작은도서관 설립 조건은 생각보다 까다롭지 않다. 10평 이상의 장소와 1,000권 이상의 장서를 보유하고, 6석 이상의 좌석을 꾸릴 수 있으면 된다. 장서를 모으기 힘들다면 기부처를 찾거나 지역 중고 마켓을 검색해 보길 추천한다. 후원이나 지원받을 수 있는 창구도 미리 찾아보는 것이 좋다. 특히 유지비와 필요 경비를 고정적으로 충당할 수 있는 장치를 미리 마련해 두어야 한다. 둥지작은도서관의 경우, 설립을 준비할 때부터 후원회가 꾸려져 정기 모금을 통해 유지비를 충당할 수 있었다. 또 지방자치단체, 문화단체 등의 지원을 받거나 연계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찾는다면 더 풍성하게 작은도서관을 채워나갈 수 있다.
작은도서관을 세울 때 필요한 또 한 가지는 지역에 봉사하고자 하는 마음이다. 이경희·구장완 회원은 도서관의 관장, 강사인 동시에 자원봉사가다. 캘리그라피 프로그램도 재료비만 받고, 수강비는 무료로 진행한다. “감사합니다”, “골목 안에 도서관이 있어서 참 좋아요”. 오가는 이들의 말과 마음이 부부가 작은도서관에서 가져가는 수익의 전부다. 그러나 부부는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하고 마음이 넉넉하다.

작은도서관 덕분에 세상도 나도 젊고 새로워집니다

친절, 봉사, 사랑 등 따뜻한 속성의 것은 모두 관심에서 탄생한다. 이웃에 대한 관심은 매월 둥지작은도서관에서 새로운 프로그램의 모습으로 탄생하고, 더 많은 사람이 이곳을 찾도록 이끈다. 더불어 이경희·구장완 회원 부부를 성장하게 한다. 구장완 회원은 “우리 부부가 젊게 살 수 있는 비결도 세상에 관심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관심은 ‘도전하고 싶다’라는 마음을 일으키고, 세상을 더 깊이 들여다보게 합니다. 여러분도 제2의 인생을 더 활기차게 보내고 싶다면 ‘어떻게 살고 싶은가?’ 물으며 자신에게 관심을 가져보세요. 나는 어떤 일을 잘하고 무엇을 잘하고 싶어 하는지 묻고, 주변에도 관심을 가져보세요. 그러면 아마 자신만의 길을 찾을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둥지작은도서관은 관심과 관심이 연결되는 둥지이기도 하다. 이경희 회원은 이곳에서 도서관 주변 작은 공방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이웃의 인생 이야기도 듣는다. 그러면서 서산을 더욱더 사랑하게 된다. 더 많은 사람의 이야기를 듣기위해, 둥지 밖으로 날아가기도 한다.
“서산은 농어촌 지역이 넓게 자리하고 있는 데다 어르신 인구 비중도 높습니다. 번화가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농촌이에요. 달리 말하면, 문화를 접할 기회가 줄어들죠. 그래서 ‘힐링시네마타운’이라는 영화 봉사 동아리를 만들어 스크린을 가지고 다니며 농촌 어르신들에게 영화를 보여드리고 있어요. 서산시자원봉사센터와 연계해 봉사를 나가기도 하고요. 요즘은 텔레비전만 틀어도 영화를 볼 수 있지만, 커다란 스크린으로 보면 색다르게 느껴지시나 봐요. 회원들이 간식도 좀 챙겨서 가는데, 어르신들이 참 좋아하세요. 기뻐하시는 모습을 보면 저희도 기분이 좋고요. 교직에 있을 때는 학교와 학생만을 생각했는데, 나와 보니 우리 주변에 친구가 될 수 있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아요. 다양한 연령대 사람들과 어울리는 가운데 저도 더 젊어지는 기분입니다.”
이경희 회원은 앞으로도 둥지작은도서관을 책과 만나고, 사람과 만나고, 문화와 만나는 장소로 꾸려나갈 계획이다. ‘도서관’이라는 정체성을 살려 책과 연계한 문화 프로그램도 계속 선보이려 한다. 어린이를 위한 책놀이 활동, 청소년을 위한 진로 연계 독서 활동 등 아동·청소년을 위한 프로그램도 꾸준히 진행할 예정이다. 그러다 보면 책과 사람들의 힘으로 번화로를 문화가 번성하는 거리로, 나아가 서산을 문화 도시로 성장시킬 수 있으리라 믿는다. 다행히 도서관 주변으로 시민센터와 청년지원센터, 갤러리, 공방 등이 점점 더 많이 생겨나고 있어, 번화로가 문화 거리로 성장하기까지 시간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다. 둥지에서 시작한 이경희 회원의 작은 날갯짓이 서산에 커다란 바람을 일으킬 날도 머지않았다. 케이 로고 이미지
'인생 이모작'의 주인공을 찾습니다.

은퇴 후에도 여전히 사회 곳곳에서 재능을 기부하며 역동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는 회원님들의 이야기를 기다립니다. 의미 있는 인생 이모작을 실현하고 있는 회원님을 추천해주셔도 좋습니다. 「The-K 매거진」 지면에 담아 많은 회원님들에게 미래에 대한 희망과 새로운 시작을 위한 용기를 전해드리는 기회로 삼겠습니다.

★ 보내실 곳 : 「The-K 매거진」 편집실 (thekmagazine@ktcu.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