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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y 2023 Vol.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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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곱하기

방방곡곡 숨은 명소

민족의 영산 지리산 자락을 적시며 흐르는 섬진강 변의 여러 고장 중에서 오월에 반드시 찾아야 할 곳으로는 단연 곡성을 꼽아야 한다. 향수 어린 증기기관차가 출발하는 섬진강 기차마을에서는 백만 송이 장미가 환상적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영롱한 햇살 가득 머금고 흐르는 섬진강 물 따라 도깨비 전설이 장미꽃처럼 피어나는 그곳, 곡성으로 떠난다

글/사진 우인재 여행작가 / 사진 제공 곡성군청

우인재 작가는 10여 년간 출판사에서 여행 콘텐츠 기획 및 취재를 담당했다. 아시아나항공 기내 가이드북 로스앤젤레스 편을 비롯해 대한생명, 교보생명, 외환은행 등 보험·금융사 고객용 여행 가이드북을 기획 및 제작했다. 또 월간 「DOVE」, 「모터트렌드」 등의 매체를 비롯해 인천공항공사, 롯데백화점, 조달청, 롯데제이티비, LS전선 등 기업체 사보에 여행, 드라이브 원고를 기고했다. 현재 프리랜서 여행작가로 활동하며 대한민국 구석구석을 누비고 있다.
섬진강 기차마을 장미공원
장미정원

형형색색 장미의 천국, 섬진강 기차마을

남도의 젖줄 섬진강이 적시는 여러 고을 중에서도 이 계절에 가장 먼저 찾아야 할 곳이 바로 곡성이다. 지리산 자락에 자리 잡은 덕에 아름다운 계곡이 유난히 많아 계곡이 성곽을 이루고 있는 듯 보여서일까? 곡성(谷城)이라는 이름은 그야말로 이 고장에 가장 잘 어울리는 이름일 것이다. 이 계절에 곡성에서 섬진강을 따라 드라이브를 즐기거나 돼지불고기, 참게 등을 맛보는 식도락 말고 반드시 거쳐야 할 통과 의례가 하나 있다. 곡성읍 내 바로 옆에 있는 섬진강 기차마을에서 오월의 꽃 ‘장미’를 감상하는 일이 그것이다.
눈부신 오월의 햇살을 듬뿍 머금은 채 유유히 흐르는 섬진강 변 기차마을은 이 무렵 온통 장미꽃으로 가득한 장미의 천국으로 변모한다. 10여 년 전부터 열리기 시작한 곡성세계장미축제 개최지가 바로 이곳 기차마을이기 때문. 벌써 13회째를 맞이한 축제는 올해 5월 20일부터 29일까지 열흘 동안 열린다. 밤 10시까지 연장 운영되는 축제 기간에는 무려 1,004종에 달하는 3만7,000주의 장미가 7만5,000m2 면적의 광활한 정원 곳곳에서 활짝 피어난다. 또 골든로즈 포토존, 한복 패션쇼, 뚝방마켓, 로즈 왈츠파티, 콘서트 등 다채로운 부대시설과 이벤트도 마련될 예정이어서 기대를 모은다.
독일, 프랑스, 영국 등 유럽의 아름다운 장미를 수집해 조성한 장미정원에는 연못 한가운데 소망정이라는 전통 정자를 세우고 다양한 수목을 식재했으며, 산책로를 조성해 형형색색 장미를 만끽할 수 있게 했다.
관광 증기기관차 관광 증기기관차

향수 가득 안고 달리는 증기기관차

물론 이 마을의 본래 주인인 ‘기차’와 만나지 않는다면 곡성 세계장미축제를 절반만 즐긴 셈이라고 보아야 한다. 뾰족한 박공지붕을 인 옛 곡성역(등록문화재 제122호)은 근대 철도 역사의 형태를 그대로 간직해 대합실로 들어서는 순간 1930년대로 시간 여행을 떠나게 된다. 섬진강 기차마을은 폐선된 옛 전라선 철길을 재활용한 모범 사례로 꼽힌다. 그 옛날 증기기관차의 외형을 쏙 빼닮은 관광 열차가 운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섬진강 기차마을 개장과 함께 운행을 시작한 관광 열차는 곡성군이 12억 원을 들여 제작한 추억 속 ‘미카 129호’다. 열차는 승객들에게 오월의 햇살이 내려앉은 섬진강 변을 달리는 진기한 경험을 선사한다.
곡성역사 곡성역사
증기기관차가 증기의 힘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점이 조금 아쉽지만 외형만큼은 예전과 다를 바 없으며, 경쾌한 기적 소리도 그럴싸하다. 그 시절, 남도의 고장을 오가던 열차는 지금 관광객을 실어 나르며 추억을 선물하고 있다.
기차보다는 감흥이 조금 덜 하지만 자동차로 섬진강을 둘러보는 방법도 있다. 지리산 서남쪽을 휘돌아 나가는 남도의 젖줄 섬진강은 곡성군, 구례군, 하동군을 거쳐 남해로 향한다. 바로 이 섬진강을 감상하기에 가장 좋은 방법은 자동차를 타고 신나게 달리는 섬진강 드라이브일 것이다. 드라이브 코스도 매우 단순해 헤매느라 창밖 풍경을 놓칠 염려도 없다. 섬진강 기차마을에서 출발해 17번 국도를 달리면 그뿐이다.
섬진강 드라이브길 섬진강 드라이브길

신비로운 도깨비 전설을 찾아서

아이와 함께라면 섬진강 물줄기 따라 전해지는 도깨비 전설을 들려주는 것은 어떨까. 조선조 태종 임금의 심복이었다는 마천목 장군과 도깨비살 전설이 그것. 돌을 쌓아 강물을 막은 뒤 나뭇가지를 촘촘하게 박아 물고기를 잡는 전통 고기잡이 방법을 가리켜 ‘어살’이라고 한다. 그러나 물살이 거센 강물에 어살을 조성하는 일은 좀처럼 쉽지 않은 일. 그옛날 마천목 장군이 어머니에게 물고기를 잡아드리기 위해 섬진강에 나왔다가 푸른빛 돌을 주워 왔는데, 알고 보니 그돌이 도깨비 두목이었다고 한다. 도깨비들이 장군을 찾아와 푸른 돌을 돌려준다면 어떤 소원이든 들어주겠다고 하자, 장군은 어살을 만들라고 지시했다. 그때 도깨비들이 만들어준 어살의 흔적이 아직도 섬진강에 남아 있다는 전설은 여행을 더욱 풍성하게 해준다.
도깨비마을 도깨비마을
도깨비의 전설이 깃든 섬진강 변의 고달면 호곡리 산 중턱에는 창작 동화와 동요 그리고 인형극을 체험할 수 있는 섬진강 도깨비마을이 있다. 어린 자녀들에게 가장 인기가 좋은 콘텐츠는 인형극으로 도깨비가 등장하는 ‘도깨비가 꼼지락 꼼지락’을 비롯해 다양한 인형극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다. 스마트폰 영상에 익숙한 아이들에게 아날로그 연극의 생생하고 따스한 추억을 남겨줄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다.

계곡이 아름다운 고찰과 밤하늘의 별빛

곡성군은 지리산 자락의 고장 구례, 하동과 이웃하고 있다. 두 고장이 보유한 화엄사와 쌍계사라는 명찰의 그늘에 가려 덜 알려졌지만 곡성에도 신라 시대 창건된 태안사와 계곡이 아름다운 도림사라는 훌륭한 사찰이 자리하고 있다. 두 사찰 모두 진입로를 따라 울창한 숲길이 이어지는 물 맑은 계곡을 품고 있어 한낮의 따가운 햇살을 피하기에 좋다. 태안사 답사의 백미는 능파각이다. 산문(山門)과 일주문(一柱門) 사이에 위치한 능파각(凌波閣)은 암반을 따라 맑은 계수가 흐르는 태안사계곡에 걸터앉은 모양새를 하고 있다. 태안사의 금강문인 이 다리는 맞배지붕을 얹은 정면 한 칸, 측면 세 칸의 누각을 겸하고 있으며 ‘미인의 가볍고 아름다운 걸음걸이’를 뜻하는 이름처럼 우아한 자태를 자랑한다.
보유한 문화재의 수나 전각의 고색만 놓고 보자면 태안사를 선택하겠지만 계곡은 도림사도 만만치 않은 자태를 자랑한다. 도림사는 아담한 사찰이지만 계곡을 따라 너른 암반 지대가 형성돼 있어 신선놀음하기에 더없이 좋을 뿐 아니라 기차마을과도 가깝다.
태안사 능파각 태안사 능파각
여기서 여정을 마치기는 너무 아쉽다면, 그리고 1박 이상을 계획하고 있다면 밤하늘의 은하수와 조우해 보자. 오염되지 않은 곡성의 밤하늘은 맨눈으로 봐도 좋지만 섬진강천문대를 방문해 천체망원경을 통해 좀 더 면밀하게 관찰해 보면 더욱 좋다. 섬진강천문대에는 국내 기술로 제작한 600mm 천체망원경을 비롯해 8m 원형 돔 스크린을 갖춘 천체투영실과 전시실, 시청각실 등 천체(天體)에 대한 체계적 이해를 돕는 다양한 시설을 보유했다. 인근에는 서시천을 따라 자리한 The-K지리산가족호텔이 있다. 수려한 지리산의 풍광을 조망하고 있는 이 호텔은 뛰어난 수질의 온천사우나를 갖추고 있는 전천후 휴양 시설로 공제회 회원이라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어 가족들과 여행지를 둘러본 후 머물기에 좋다. 지나치게 밝은 조명으로 별빛이 사라진 도시와 달리 곡성의 밤은 하늘을 가린 빌딩 숲도 없고, 밤을 낮처럼 밝히는 광고 전광판도 없다. 밤하늘에 가득 펼쳐지는 별들은 여름이 가까워질수록 더욱 선명한 은하수를 선보인다. 케이 로고 이미지
태안사 삼층석탑 태안사 삼층석탑 섬진강천문대 섬진강천문대
곡성으로 떠나는 식도락 여행

지리산과 섬진강이 내어놓은 먹거리

  • 불향이 살아 있네! 흑돼지 숯불구이

    곡성은 예로부터 토종 흑돼지가 맛있기로 이름난 고장이다. 바로 이 토종흑돼지에 갖은양념을 버무려 재운 고기를 숯불에 구워내는 것이 곡성군석곡면의 별미 흑돼지 숯불구이라고 한다. 과거 고속도로가 개통되기 전만 해도 석곡면은 사통팔달 교통의 요충지였다. 그 시절 여객 버스 수십대와 200여 대가 넘는 물류 트럭이 머물던 석곡면은 자연스럽게 운전기사와 승객이 모이던 장소. 이 일대 최고 인기 메뉴였던 흑돼지 숯불구이는 기름이 적고 육질이 부드러워 당시 하루 800상이 넘는 엄청난 판매량을 기록하기도 했다. 석곡식당(061-362-3133)과 석곡돼지한마리(061-362-3077) 등이 맛집으로 알려져 있다.
  • 임금님 수라상에 오르던 귀한 몸 은어

    1급수에 해당하는 청정 수역에서만 서식하는 은어는 바위틈 이끼만 먹고 사는 어종이다. 지금은 개체 수가 줄어 보기 어려워졌지만 한때는 반짝이는 은어 비늘 때문에 섬진강이 은빛으로 빛났다는 믿지 못할 이야기도 전해 온다. 대충 그물로 뜨거나 나뭇가지로 내려쳐도 은어가 잡혔다고 하니 은어의 천국이었다고 해도 과하지 않다. 예로부터 임금님 수라상에 오르던 귀한 먹거리의 명성이 허명은 아닌 것. 회와 구이, 튀김 등 다양한 방법으로 조리해 먹는 은어는 비타민이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어 피로 해소와 눈 건강에 좋다고 알려졌으며, 「동의보감」에는 위를 튼튼하게 한다고 기록되어 있다. 참게탕 맛집에서 은어 요리도 맛볼 수 있다.
  • 달콤한 속살, 매콤한 국물이 매력적인 참게탕

    은어와 함께 곡성을 대표하는 먹거리는 참게다. 참게가 귀한 대접을 받는 이유는 오염되지 않은 청정수에서만 살아가기 때문. 물 맑은 섬진강에서 잡아 올린 참게는 주로 얼큰한 탕으로 먹는다. 참게는 민물과 짠물이 만나는 강 하구로 내려가 산란을 하는데, 알에서 깨어난 어린 참게들은 본능적으로 어미가 깨어난 상류를 향해 거슬러 오른다고. 보통 우거지와 들깨를 갈아 넣어 끓이는데, 달달한 속살과 얼큰한 국물의 상반된 맛이 어우러져 곡성의 대표 먹거리로 자리매김했다. 새수궁가든(061-363-4633), 사계절횟집(061-362-1933)이 참게탕으로 유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