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K 매거진(더케이매거진)
무서웠지만 아이들을 사랑했던 선생님께
작성자 윤*각 2024-05-03
방멸록 샘플
저의 영원한 은사이자 아이들을 사랑하셨던 영어선생님, 신동환 선생님께.
20년 전 제가 아직 중학교 시절의 따뜻하고도 풋풋한 추억을 다시 떠올리며 이렇게 나마 편지를 쓰게되니 기쁩니다.
그때는 중학교에 입학해서야 겨우 알파벳을 배우고, 나는 소년이다 같은 기초적인 문장을 배우기 시작하던 때였습니다.
알파벳 조차 모르던 저희를 재미있는 농담과 너무나 어려웠던 시험들로 가르쳐주신 선생님의 열정이 생각나네요.
방학때면 팝송으로 영어를 가르치고, 가끔은 학생들을 데리고 산이나 절을 데려가주셨던 선생님.
때론 너무 엄해서 무섭기도 했지만, 그렇게 무서운 선생님께 혼나지 않으려고 쉬는 시간에조차 열심히 공부했던 제 모습이 떠오릅니다.
당시에는 매일 11시까지 학원에서 공부하고 집에 가는 지독한 강행군이었습니다. 그 어느날 떨어진 성적때문에 혼나고 시무룩해 있던 저에게, 잠깐 남으라고 하시곤 학교 앞 순댓국집에서 펑펑 우는 저에게 순대국밥을 사주셨던 선생님.
성인이 되어서도 저에게 순대국밥은 그 날 그 때 먹었던 짭쪼름하고, 목이 메었던 맛을 떠오르게 합니다.
그 때의 선생님의 가르침과 사랑은 여전히 저에게 소중한 보물로 남아, 저의 삶에서 다른 아이들에게 그 감정을 조금이나마 나눠줄 수 있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 되었습니다. 이제 제가 선생님처럼 또 지금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순대국밥 한그릇 사줄 수 있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신동환 선생님, 선생님과 함께한 소중한 추억을 항상 간직할 것입니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