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K 매거진(더케이매거진)
나에게
작성자 서*일 2024-05-04
안녕..
우리가 만난지도 벌써 오십 년도 훌쩍 넘었구나. 잊고 사는 날이 더 많았는데, 늘 가까이 있었다는 사실에 미안하기기도 했다.
오늘은 어느 교실 창밖으로 지나가는데 아이들이 얼마나 예쁘게 인사를 하는지 기분이 좋아지기도 하고 거기서 너를 얼핏 보기도 했단다.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낸지도 삼십년이나 지났으니. 너를 스쳐간 아이들은 어느 시간에 어느 계절에서 저마다의 향기를 내는 꽃들이 되었을 거야.
난 네가 부끄럽지는 않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쓸쓸한 그 자리에서 묵묵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네가 자랑스러워. 요즘 힘들어지고 마음고생이 크다는 것도 알지만 네가 지켜온 그 자리는 분명 누군가는 자랑스러워 할 거야. 그 중에 한 명은 바로 나겠지.
시간이 더 흘러 네가 서 있던 자리를 지나가게 된다면 다는 모르겠지만 네가 머물렀던 지금의 그 자리에서 조금은 알 거야. 이 땅에 핀 수많은 꽃들 중에 한송이 꽃을 피우기 위해 애쓰던 어느 한 사람이 있었노라고. 그 사람을 이름을 기억하지 못한다해도 슬퍼하지 않을 거라는 것을.
이제부터는 내가 그 이름을 기억하며 살아가려해. 그러니 마지막 순간까지 힘 내고 네 남은 사랑 그 자리에 다 내려 놓도록 하자. 아직 피지 못한 이 땅의 어느 꽃망울들을 위해.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