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K 매거진(더케이매거진)
초심으로 돌아가서 그분께 감사합니다.
작성자 이*은 2024-05-02
방멸록 샘플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생각나는 나의 멘토 선생님이 계십니다. 김혜원 선생님!! 교수님으로 교대에서 처음 만나뵙고 그날의 생생한 기억을 잊을 수가 없네요. 임용고시 준비로 막막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에 갇혀 실패하면 어떻게 하나, 한번 미끌어진 나의 인생에서 또 실패로 얼룩져 모든걸 포기하면 어쩌지...하루하루 희망없이 살고 있었는데 제 손을 잡아준 교수님이 계셨습니다. 처음에는 오로지 팬으로만 존경했었지만 강의가 끝난 뒤에도 인연이 닿아 저의 진심을 알아주신 교수님께서는 진심으로 제자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편지를 써주셨어요. 그게 제인생에서 은사님께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받아본 편지였습니다. 가장 힘든 시기에 그 편지를 받고 저는 수험생활 내내 편지를 부적처럼 품에 안고 다녔습니다. 힘들때마다 꺼내어보기를 수차례, 교수님의 응원으로 다행히 임용고시에 당당히 합격하여 눈물젖은 수험생활의 마침표를 찍게 되었어요. 20년간 저는 불행히도 기억에 남는 스승이 안계셨었어요. 어릴적 초등학교 시절에 친구들과 담을 넘어 매점에 갔다가 선생님께 따귀를 맞은 이후로 선생님에 대한 분노와 그때의 뜨거운 볼따귀의 느낌은 평생 트라우마로 남았었습니다. 그덕에 나중에 꼭 훌륭한 스승이 되어 절대 아이들에게 상처남을 체벌은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었지요. 김혜원 교수님은 동료 교사로서도 존경하는 분이셨고,제 결혼식에도 아기를 안고 와주시고,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날 어렵게 찾아와주신 은사님이 신부입장전에 손을 흔들어주셔서 눈물을 흘렸던 그때 기억이 또렷합니다. 결혼 이후에도 같은 육아동지로서 선배로서 아이를 키우면서 힘든 제 고충을 생각해주시고, 몸조리하라며 전복미역국 끓여먹으라고 선물도 보내주시고 친정엄마처럼 저를 살뜰히 챙겨주셨었어요. 그 후로도 선생님 댁에 찾아뵙고 안부를 여쭙고 거리가 멀어 자주 만나지는 못했지만 늘 생각하는 나의 단 한분의 은사님이십니다. 교직생활을 한지도 벌써 12년째인데 그동안 정말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사회적으로 교단의 위기가 찾아온 요즘 저도 피해갈 수 없었던 일이 있었어요. 3년전 십년만에 단 한번도 교직을 택한 것을 후회한 적이 없었는데 이제는 더이상 버티기 힘들겠구나 했던 일이 있었습니다. 너무나 열정적이었고 아이들에게 하나의 추억이라도 더 만들어주고 싶었던 열정적이었던 선생님은 학부모의 민원으로 그 꿈을 접어야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그 때 정말 힘들었고, 정신과 치료를 받아가면서 교직생활을 포기해야겠구나 했어요. 힘든 하루하루를 보내던 중 학부모님들의 탄원서와 따뜻하게 위로해준 동료선생님들, 누구보다도 제마음을 알아 주셨던 학부모님들의 진심어린 메세지들로 저는 다시 설 수 있었습니다. 제가 교직생활에서 이렇게 시련을 겪을때 다시 꺼내어 본것이 김혜원선생님의 편지였습니다. 교직생활에 지쳐 은사님께 안부를 드릴 여유조차 생각하지 못한 제가 너무나 죄송스럽고 올해 스승의 날에는 꼭 꼭 찾아뵙고자 합니다. 더케이에서 이런 기회를 주셔서 다시한번 초심으로 돌아가 은사님께 감사함을 표현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