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K 매거진(더케이매거진)
사랑하는 은사이자 가족인 할아버지께
작성자 김*은 2024-05-02
방멸록 샘플
소중한 은사이자 존경하는 선배님이시고 사랑하는 가족 할아버지께

할아버지, 안녕하세요.
할아버지를 사랑하는 손녀 하은이에요.
제가 교대에 입학했을 때, 그리고 초등학교 선생님이 되었을 때 그 누구보다 자랑스러워해 주시고 기뻐해 주신 할아버지가 기억납니다.
교직의 길을 먼저 걸어가신 할아버지를 따라서 저도 교직의 길을 걸어가고 싶었어요.
아주 어렸을 때 할아버지, 할머니, 엄마, 이모를 모아놓고 학교놀이하던 저를 바라보시며(제가 선생님 역할을 했었네요) '선생님은 정말 좋은 선생님이에요.'라고 웃으면서 말씀하시고, 선생님 놀이를 마치고 뿌듯해하던 저에게 '너는 진짜로 선생님이 되면 좋은 선생님이 되겠다.'라고 말씀하셨던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나요.
먼저 교직의 길을 걸어가신 할아버지께서 교사라는 직업이 얼마나 의미 있고 보람 있는 직업인지, 학생들이 성장해서 찾아오는 걸 보면 얼마나 기쁘고 행복한지 이야기해 주셨기에 제가 초등학교 교사라는 직업을 마음에 품고 열심히 공부할 수 있었어요.

제가 직접 교사가 되어 일해 보니 할아버지께서 말씀해 주셨던 것들이 공감이 되더라고요.
교사는 아이들을 사랑하고 아이들에게 사랑받는 행복한 직업이고, 아이들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함께 성장하고 함께 배울 수 있는 좋은 직업이에요.
또 아이들이 성장하고 발전해 나가는 모습을 보며 보람과 기쁨을 느낄 수 있는 멋진 직업이에요.
졸업한 제자들이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저를 기억해 주고 감사하다고 인사하는 걸 보면서 할아버지께서 말씀하셨던 기쁨과 행복을 저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제가 교직에 발령받은 지 1, 2년 정도 지났을 때 할아버지께서 초등학교 교사 시절 공부하시고 가르치셨던 책들을 보여주셨어요. 세월의 흔적이 담겨 있는 책들을 신기하게 살펴봤던 기억이 납니다.
한자가 많아서 도저히 못 읽겠다고 하던 저에게 어떤 내용인지 친절하게 알려주시며 열심히 공부하는 교사가 되어야 한다, 계속 노력하는 교사가 되어야 한다고 말씀하셨어요.
지금도 할아버지 말씀대로 열심히 공부하는 교사, 꾸준히 노력하는 교사가 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책도 많이 읽고 연수도 다양하게 듣고 자기 계발에도 힘쓰고 있어요.
어린 시절부터 따뜻하고 자상하게 제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들어주시던 할아버지, 잘했을 때 크게 칭찬해 주시고 못했을 때 쓴소리를 아끼지 않으셨던 할아버지는 정말 좋은 스승이자 저의 롤 모델입니다.

요즘 학교에서 정말 힘들었던 순간들이 있었어요.
할아버지께는 차마 말씀드리지 못했지만 충격적일 정도로 무례한 민원과 너무나 힘든 아이들, 담임교사에게 부여되는 막중한 책임으로 힘들어서 직업 선택을 후회한 적도 있었습니다.
함께 발령받은 동기들이나 주변에 있는 후배들이 새로운 직업을 찾아 교직을 떠나가는 걸 보면서 '나도 늦기 전에 떠나야 하나?' 고민하기도 했어요. 교직의 길을 선택한 제 자신이 원망스럽고 밉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갈등하고 고민하던 저에게 일의 원동력과 삶의 목적의식을 다시 부여해 주신 분은 할아버지셨어요.
올해 설날, 할아버지 댁에 오랜만에 방문한 제 손을 꼭 잡아주시며 "김 선생님"이라고 불러주시던 할아버지.
사실 올해 휴직 또는 이직을 해야 하나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할아버지께서 제 고민을 차분히 들어주시고 진지하게 조언을 해주셔서 큰 힘이 되었어요.
제가 교직에 남아 있을 수 있게 힘을 주는 원동력이 몇 가지 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할아버지의 따뜻한 지지와 격려입니다.
초심을 되찾고 다시 동기 부여를 할 수 있도록 좋은 말씀을 해 주셨는데,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비록 힘들긴 하지만 우리 사회에 도움이 되는 중요한 일'이라는 말씀이었어요.
할아버지와 대화를 나누면서 내가 하고 있는 일이 힘들기만 한 일이 아니라는 점, 단순히 돈과 명예 이상의 소중한 의미가 담겨 있는 일이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제가 어떤 마음으로 그리고 어떤 생각으로 교직을 꿈꿨는지, 어떤 결심을 하며 임용을 준비했는지 기억이 나더라고요.
아이들을 올바른 사회 구성원으로 길러내는 일이 얼마나 보람 있고 소중한 일인지 가르쳐 주시고 알려주신 할아버지께 감사드립니다.
할아버지는 제 소중한 은사님이자, 본받고 싶은 선배님이시고, 사랑하는 가족입니다.

할아버지의 말씀을 마음에 깊이 새기며 할아버지께서 걸어가신 길을 저도 용기를 내서 걸어갈게요.
항상 사랑하고 존경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