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K 매거진(더케이매거진)
내 인생의 동반자이자 나의 큰 스승
작성자 이*진 2024-05-02
여보, 우리가 연애를 시작하고 결혼한지 벌써 45년이란 세월이 지났네. 햇수로 생각하면 참 긴 세월인 것 같은데 그리 길게 느껴지지 않는 건 망각이란 축복을 받아서일까? 젊은시절을 돌이켜보면 '참 힘들었겠구나' 싶어도 막상 아주 힘든 기억은 떠오르질 않으니 그저 살만했구나 싶네. 치열했던 시절, 가정엔 다소 소홀한 채 교육운동에 열심이던 당신에게 원망도 있었지만 그런 노력들 덕분에 우리 사회가 조금은 앞으로 나아갔을 거란 생각이 들어. 이제 은퇴하고 오순도순 살고 있지만 난 당신이 참 존경스러워. 어려운 일을 하소연해 오는 전화를 붙들고 한 두시간,아무리 긴 푸념이라도 꼬박꼬박 친절하게 응대해주고 내 일처럼 나서주는 당신, 그런 당신을 두고 '당신은 천국 갈거야.혹시 내가 지옥에 가있으면 당신 백으로 나 좀 데리고 가' 하면 '그런 게 어딨어' 하며 겸연쩍어 하지만, 나도 당신을 보며 인생 참 많이 배웠거든.그래서 당신 무릎 정도까지는 닮은 것 같기도 하니 당신 백 없이도 나도 천국의 문 앞에 서 있을지도 몰라. 앞으로 남은 인생도 서로 많이 배우며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