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K 매거진(더케이매거진)
열 서너 살 아래 제자들 너희들이
작성자 김*호 2024-05-02
1996년 나의 교직 이 년째 어느 취약 지역 종고 여학생 반 담임 교사였다. 총각 선생님을 놀릴 요량으로 성숙한 고등학교 여학생들이 치마를 걷어 올리고 팬티가 다 보이게 다리를 짝 벌리며 선생님을 대했지. 그래도 내가 당황하지 않고 차분하게 대화를 이어 나가자 너희들은 나를 선생님으로 인정해 주는 것 같았다.
강제 야간 자습 보충수업을 너희들에게 강요 하지 않으며, 학교 관리자들로부터 힘든 일을 당해도 너희들에게 전혀 화풀이를 하지 않는 것을 보고 너희들은 나를 너희들의 선생님으로 인정 하는 것 같았다.
여학생들이 가방 속에 장도리, 손도끼 이런 흉기를 지니고 다닐 정도였지만 골목에서 패싸움을 벌이고 있을 때 선생님이 출동하여 중지시키고 학교로 데리고 올 때 너희들은 자발적으로 흉기를 거두고 줄 서서 되돌아 오는 그 모습에서 나는 너희들이 나를 선생님으로 인정 하는 것 같다고 느꼈다.
그렇게 너희들은 일 학기 끝나던 여름 방학식 날 학생부 호랑이 선생님들이 교문과 담장에서 회초리를 들고 막아서도 밀치고 뿌리치며 달아나는 다른 반 학생들과는 달리 그 뜨거운 여름 뙤약볕 아래 단 한 명도 이탈 하지 않고 질서정연하게 줄을 서서 그 지루했던 교장 선생님의 연설을 끝까지 다 듣고 하교 하면서 나에게 말했지 ‘선생님 저희들이 선생님을 위해서 이 선물을 준비했어요 어때요 기분 좋지요?’ 라고 말했을 때 나는 너희들이 나를 선생님으로인정하는 것으로 가슴 깊이 뭉클 하게 느꼈다.
너희들은 비록 주변에서 문제아들이라고 불렀지만 너희들은 교사인 나에게 진정한 스승님들이다. 고맙다. 언제 다시 만나면 비록 너희들 이제 40대 아줌마들이겠지만 그때 사주지 못했던 떡볶이 순대 오뎅을 사주고 싶구나. 고맙다. 나의 스승님 학생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