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K 매거진(더케이매거진)
감사합니다
작성자 이*진 2024-05-02
방멸록 샘플
선생님 안녕하세요? 저 2학년 7반이었던 ㅇㅇ이에요. 아직도 고2 생활이 기억날 정도로 저한테는 즐거웠던 1년이었어요. 사실 고2 시기가 저한테는 조금 힘든 시기였어요. 스스로 뭘 해야 할지 몰라서 고민도 많았고, 공부도 잘되지 않았거든요. 공부를 하려고 해도 집중을 못 하고 저 자신한테 짜증만 냈어요. 혼자 침대에서 누워있는 시간만 늘어 갔어요. 자연스럽게 부모님과의 사이도 안 좋아졌어요. 그런데 제 성격상 누군가한테 툭 터놓고 말하기가 힘들었어요. 친구들은 제 성적을 보고 괜찮을 거라고만 했고, 힘들다고 해도 지나가던 말로 여기기만 했어요. 다른 선생님들도 객관적으로 보면 나쁘지 않으니 조금 더 열심히 하라는 말씀만 해주셨어요. 그래서 사실 선생님께서 상담을 오라고 부르셨을 때 큰 기대를 하지는 않았어요. 그냥 학기 초에 형식적으로 하는 통과 의례 정도에 지나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선생님께서 처음 하신 말 때문에 정말 놀랐었어요. 선생님이 “공부는 잘 돼가냐” , “힘들지는 않냐?” 물어보실 때마다 그냥 웃으면서 괜찮다고만 했더니 ‘‘ㅇㅇ이 지금까지 나한테 거짓말하고 있구나?'’라고 하셨던 말 때문이었어요. 지금까지 있었던 ‘공부 잘하는 아이’라는 이미지가 깨지는 느낌이었거든요.
또 선생님이 해주신 말씀은 정말 잊지 못할 거예요. ‘‘방황하는 게 나쁜 것도 아니고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시기는 맞아. 그런데 너무 오랫동안 그렇게 되면 네가 하고 싶은 일을 못 하게 될 수도 있어. 그래서 나중에 후회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해서 말을 하는 거야.” 선생님이 정말 제 상황을 이해하고 공감해주시는구나 하고 느꼈어요. 그래서 저도 모르게 눈물이 고이더라구요. 울 것 같아서 길게 말은 못 했지만 그래도 조금이나마 속에 있던 말을 할 수 있었어요. 그 이후로 선생님을 참 많이 따르게 됐어요. 맛있는 거 먹으러 교무실 가서 애교부리기도 하고 선생님과 셀카도 찍고 사소한 거라면 사소하지만 정말 많이 즐거웠어요. 지금 교사가 되어서도 선생님 생각 참 많이 해요. 단순한 교사와 학생을 넘어 저한테 많은 것을 가르쳐 주신 선생님처럼 저도 그런 선생님이 되어야 겠다는 다짐을 많이 한답니다. 지금껏 한 번도 제대로 된 인사를 못 드린 것 같아요. 선생님, 정말 감사하고 언제나 사랑해요!
From. 선생님 제자 ㅇㅇ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