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K 매거진(더케이매거진)
닿지 못한 편지
작성자 배*진 2024-05-03
저는 부산에서 태어나 평생을 부산에서 나고 자랐습니다. 교대도 부산교대를 졸업해 임용까지 부산이 되었으니 앞으로도 평생을 이 고향에서 살아가겠지요. 한 지역에서만 살아온 제가 많이 지루하리라 생각하실수도 있지만, 내 고향을 아끼고 사랑하면서 지역의 역사를 학생들에게 전해주는 기쁨도 있습니다.
또 다른 기쁨을 꼽으라면 바로 어린 시절 은사님들을 직장에서 찾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초등학교 교장선생님이셨던 분이 교대에서 초빙 교수님으로 오셨을 때 그 놀라움은 잊지 못합니다. 전 교장선생님과 식사를 하면서 제 초등학교 6학년 최고의 은사님이셨던 선생님이 아직 근무를 하신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사춘기를 맞으면서 친구들과 갈등도 많이 겪고 말도 잘 듣지 않는 우리 반이 힘드셨을 법 한데도 우리 담임선생님은 늘 최선을 다해주셨습니다. 같은 교사가 되어 6학년 담임을 맡아보니 그 시절 얼마나 힘드셨을 지 이제야 조금 와닿았습니다.
어떻게 은사님께 연락을 드릴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내부메일을 떠올렸습니다. 은사님의 성함을 검색하니 마침 저희 집 앞 학교에서 근무하시는게 아니겠어요. 용기내어 어릴 적 제 특징과 감사한 마음, 그리고 지금 선생님과 같이 교사가 되었다는 설레는 마음을 한 자 한 자 눌러담아 메일을 썼습니다. 선생님께서 어떻게 답장이 오실까 매일 두근거리며 메일함을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걸... 내부 메일은 몇달이 넘도록 수신확인이 되지 않았습니다. 오갈데 없이 서버에만 떠다니는 제 메일을 보며 여러 상상을 했습니다. 혹시 제 기억에만 그 시절이 추억이고, 선생님께는 너무 힘들어서 떠올리고 싶지 않은 해였을까요. 아니면 정말 바빠서 메일함을 안보시는 걸까요. 저는 고민하다 메일을 결국 회수하였답니다.
이**선생님! 그때 공중으로 흩어진 마음을 6년이 지난 지금이라도 이 자리에 담아봅니다. 선생님께서 실과 시간 제가 만든 나무 수납장을 칭찬해주셨던 기억은 제 유년 시절 크게 자리잡아 대학원까지 실과로 졸업하게 되었답니다. 저에게 무언가를 잘 할 수 있구나 라고 자신감의 씨앗을 심어주신 선생님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선생님에 대한 감사한 마음은 이제 제가 교사가 되어 아이들 마음에 매일 씨앗을 심는 것으로 갚겠습니다. 부디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