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사진 조은영 여행작가
여행 매거진 『MOVE』의 발행인 겸 편집장으로 여행과 음식 콘텐츠 그룹 ㈜어라운더월드의 대표이며 『저스트고 푸껫』, 『홍콩데이』의 저자다.
글·사진 조은영 여행작가
여행 매거진 『MOVE』의 발행인 겸 편집장으로 여행과 음식 콘텐츠 그룹 ㈜어라운더월드의 대표이며 『저스트고 푸껫』, 『홍콩데이』의 저자다.
아랍에미리트의 수도 아부다비를 ‘워싱턴’, 두바이를 ‘뉴욕’과 비교하기도
하지만 ‘아랍의 문’이라는 수식어만큼 논쟁의 여지 없이 두바이 앞에 어울리는
말은 찾기 힘들다.
‘세계에서 가장 큰’, ‘세계에서 가장 높은’, ‘세계 최초’ 같은 수식어는 이제
두바이에서 발에 차이는 돌처럼 흔하지만, 매번 볼 때마다 경이로운 것은
사실이다. 누가 세계지도 모양의 인공섬을 만들 것이라 상상이나 했을까?
두바이를 여행한다는 것은 인간의 ‘상상’이 현실에서 어떻게 구현되고
있는지 확인하고 놀라는 과정의 연속이다. 전 세계에서 몰려든 수천 명의
석학과 ‘두바이 아이디어 오아시스’와 같은 싱크 탱크의 기발한 상상과 꿈은,
셰이크 모하메드의 든든한 후원 아래 현실화하고 있다. 모든 것은 인간의
‘상상’에서 나왔고, 그 생각의 힘이 오늘의 두바이를 만들었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호텔이자 ‘꼭 봐야 할 건축물 100선’에도 선정된
돛단배 형상의 7성급 호텔 부르즈 알 아랍(Burj Al Arab)은 두바이의
상징처럼 느껴지는 건물이다. ‘세계 최고층 높이’라는 타이틀은 ‘21세기
바벨탑’이라고 불리는 부르즈 할리파(Burj Khalifa)로 넘어갔지만, 여전히
럭셔리한 두바이의 대명사로 남아 있다. 특히, 로비 층에 있는 알 마하라
레스토랑의 수족관 앞 좌석은 로맨틱함을 즐기려는 커플 사이에 인기다.
부르즈 할리파는 높이 828m로 현재까지는 세계 최고층 건축물이다.
124~125층에 있는 앳 더 탑(At The Top) 전망대에 올라 두바이 전체를
내려다보는 일은 두바이 여행의 최우선 순위에 넣어야 마땅하다. 부르즈
할리파 전망대 관람과 더불어 세계에서 가장 큰 쇼핑몰 두바이 몰 돌아보기,
그리고 두바이 분수 쇼는 짧은 일정의 여행자에게도 기억에 남을 시간을
선사하기에 충분하다. 여러 번 봐도 지겹지 않은 두바이의 분수 쇼는 매일
오후 6시부터 밤 11시까지 30분 간격으로 진행된다. 멀리서 봐도 멋지지만
호수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레이크 라이드 보트를 타면, 물살을 맞으며
가까이에서 여러 각도로 관람할 수 있다.
부르즈 알 아랍 호텔
부르즈 알 아랍 호텔
부르즈 할리파에는 전망대 외에도 시내 전망을 즐길 수 있는 곳이 있다.
바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식당, 앳 모스피어(At. Mosphere)이다. 지상에서
442m 높이, 122층에 위치한 이 레스토랑은 음식 맛을 논하기 이전에 가고
싶은 리스트에 먼저 올려두길 권한다. 창가 자리는 요금이 더 비싸지만
훌륭한 전망과 함께 고베 와규와 프랑스 별미로 구성된 요리를 경험할
수 있다.
이 밖에도 두바이에는 전 세계에서 유명한 셰프를 초빙하여 미식의 향연을
펼치는 고급 식당이 즐비하다. 물론 세계 최고 수준의 레스토랑만 있는 것은
아니다. 패스트 푸드부터 전통 요리, 스트리트 푸드까지 두바이에는 다양한
미식이 있다. 서울에서도 줄을 서는 유명 버거 브랜드의 두바이점이 한국인들로
문전성시를 이루는 것도 재미있는 풍경이다. 두바이의 시그니처 공연인
‘라펄(Laperle)’은 두바이 분수 쇼에 놀란 가슴을 한 번 더 흥분시키는
일생일대의 경험이다. 놀라운 규모의 아쿠아 서커스 쇼는 ‘르 레브(Le Reve)’와 ‘
하우스 오브 댄싱 워터’를 연출한 프랑코 드라곤 감독의 작품이다. 270만
리터 규모의 수조 무대와 첨단 기술의 무대 장치로 화려하게 펼쳐지는 한 시간
반 동안의 수중 퍼포먼스를 보면 ‘역시 두바이!’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하늘에서 내려다본 두바이섬
숨이 턱 막힐 정도의 인공적인 화려함 속에서 며칠 흥분의 시간을 보냈다면,
이젠 자연에서 휴식을 취할 시간이다. 두바이를 경험한 이들이 입을 모아서
하는 말이 있다. “만약 두바이에 딱 한 번만 갈 수 있다면 놓치지 말아야 할
최고 경험은 단연 사막에서 보내는 하루일 것이다.”
사륜구동차로 사막을 달리는 ‘사막 사파리’는 두바이 시내에서 40분 정도
떨어진 곳(알 마르뭄 사막 외 다수)으로 이동하면 만날 수 있는 체험이다. 질주의 끝에 다다른
캠핑장에서 전통춤을 관람하며 느긋하게 저녁 식사를 즐긴다. 샌드 보딩,
낙타 타기, 물담배 체험은 덤이다. 반나절의 사막 체험으로 성이 차지
않는다면 사막 리조트를 추천한다. ‘밥 알 샴스 데저트 리조트 & 스파’는
사막에 자리한 이국적인 리조트로 공항이나 두바이 도심에서 한 시간 정도
떨어져 있어 현지인들도 주말여행으로 즐겨 찾는다.
리조트에 머물면 낙타 타기, 매와 사진 찍기 등의 간단한 체험은 무료다.
사막 사파리와 네이처 워크, 모터사이클, 승마, 낙타 타기 등의 본격적인
액티비티를 선택한다면 사막에서의 시간이 더욱 다채로워진다. 현지인처럼
도시에서 150km 떨어진 알아인(Al-ain) 같은 인근 도시를 찾는 계획도 좋다.
알아인은 아랍에미리트에서 네 번째로 큰 도시로, 아부다비 동쪽에 있다.
고층 빌딩이 즐비한 두바이 시내와는 생판 다른 신비로운 풍경이 눈앞에
서서히 펼쳐진다. 마치 우주여행을 하는 SF영화 속에 들어온 듯 시야를
가리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끝없이 펼쳐지는 아득한 평야와 길가에 보이는
야자수, 그리고 저 멀리 우뚝 솟은 돌산 제벨 하핏(Jebel Hafeet)까지. ‘텅 빈 산’
이라는 의미의 제벨 하핏은 높이 1,249m의 돌산으로 사막의 전경과 노을을
감상하기에 좋다. 평생 기억에 남을 만한 최고의 경치를 누릴 수 있는 알아인
여행은 두바이 여행자의 최고 사치가 아닐까?
사륜구동 차량으로 달리는 사막 오프로드
두바이는 안전하고 쾌적하다. 만약 두바이를 색다르게 즐기고 싶다면 호텔
수영장을 벗어나 라메르 비치, 카이트 비치, JBR 비치, 주메이라 비치 등
아름다운 해변에서 현지인처럼 즐겨보는 것도 좋다. 도심을 가로지르는
운하, 크리크(Creek) 주변의 올드 두바이는 두바이의 민낯을 마주할 수 있는
곳이다. 향신료와 허브 향 가득한 전통시장 골목을 누비면서 매끈한 쇼핑몰
대리석이 아닌 거친 돌바닥을 거닐다 보면 모든 것이 최첨단 같던 두바이에
대한 생각이 조금 바뀔지 모른다.
크리크를 중심으로 서쪽에 있는 부르 두바이(Bur Dubai)로 이동해 알 파히디
역사지구(Al Fahidi Historical District)를 둘러보자. 외국인들이 특히 선호하는
알 파히디 역사지구는 두바이에서 가장 오래된 문화유산지로 예전에는
‘바스타키아’로 부르던 지역이다. 골목 구석구석에 카페, 박물관, 공예품점,
아트 갤러리, 전통을 살린 부티크 호텔이 숨어 있어 공들여 걸어 다닐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