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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지락(꿈知樂)

‘다했니?’ 웹 서비스 개발
따뜻한 기술로 교사를 돕다

서울풍성초등학교 최지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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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에도 온도가 있다면 ‘다했니?’의 온도는 36.5℃다. 개발자의 체온을 오롯이 품고 있기 때문이다. 이 웹은 현직 교사인 최지원 씨가 교사들을 위해 만든 초간편 온라인 학생 관리 프로그램이다. 불필요한 업무를 줄여줘 교사들이 교육의 본질에 집중하도록 돕는다. 저마다 자기답게 활용하면서, 교육의 숲을 함께 일궈간다.

글 박미경 l 사진 김수

현직 교사가 교사들을 위해 만든 프로그램

악보에 음표를 그려 넣을 줄 몰라도, 음악으로 청중의 마음을 사로잡는 법을 아는 작곡가들이 있다. 최지원 교사도 비슷하다. 전에 없던 프로그램을 세상에 내놓은 그는 놀랍게도 코딩을 알지 못한다. 대신 자기와 같은 일을 하는 교사들의 불편을 눈 밝게 알아보고 그걸 해결하려는 꿈과 힘이 있다. 머릿속 생각을 현실로 바꾸기 위해 최지원 교사는 종이에 손으로 그린 그림을 코딩 전문가에게 가져가 일일이 소통하며 서비스를 개발했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눈부신 합작품이다.
“서울풍성초등학교 교사인데, 올해는 ‘꿀맛무지개교실’에서 파견근무를 하고 있어요. 건강 이상으로 등교하기 어려운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장하기 위해 교육청에서 운영하는 원격 수업 교실이에요. 힘든 처지의 학생들을 돕고 싶어 자원했습니다. 비대면 수업이어서 발생하는 어려움은 ‘다했니?’로 극복 중이에요. 제가 이 서비스의 가장 큰 수혜자죠.”
교사용 웹 ‘다했니?’는 쉽고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온라인 학생 관리 프로그램이다. ‘다했니?’(교사용) 웹은 ‘다했어요!’(학생용) 앱/웹과 연동하는 방식으로, 반복되거나 불필요한 업무를 크게 줄여줘 교사가 교육이라는 본질에 좀 더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다. 여느 에듀테크(edutech)와 달리 과제 검사와 동시에 피드백과 보상까지 이뤄지고, 그 결과가 기록으로 누적되는 것이 특징이다. 과제 제출 상태에 따라 색이 자동으로 변하기 때문에 학생 수십 명의 현재 상황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개별 학생에게 과제에 대한 피드백과 알림장도 보낼 수 있어 학생 한 사람 한 사람과 더 따뜻이 소통할 수 있다. 아이들에게 동기부여를 하기 위해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 게임 요소를 적용해 흥미를 유발하는 것) 요소도 가미했다. 일정량의 ‘쿠키’를 모으면 보상이 주어지는 기능이 그것인데, “쿠키 기능 덕분에 숙제에 흥미가 생겼다”라고 말하는 학생이 적지 않다. 교사들의 반응은 더 폭발적이다. “부장 업무에 6학년 담임까지 맡고 있는데 (다했니? 덕분에) 정시 퇴근이 가능하다”, “학생들의 과제 제출을 확인하는데 쓰던 시간만큼 더 질 높은 수업 준비를 할 수 있게 됐다”라는 후기를 접할 때마다 그는 뿌듯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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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사용 웹사이트 '다했니?'의 관리자 화면

꿈지락02 ▲ 교사용 웹사이트 '다했니?'의 관리자 화면
좀 더 쉽게, 보다 개성 있게

“명예퇴직을 하려고 했는데 ‘다했니?’ 덕에 정년퇴직으로 마음을 바꿨다는 선생님이 계세요. 컴퓨터를 잘 못 다루시는 분들도 쉽게 사용하고 계신다는 게 가장 보람돼요.”
지난해 4월 ‘다했니?’를 사용하는 교사 3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선 기존보다 업무 시간이 하루 평균 39분 줄었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 시간은 그대로, 교사의 본분인 ‘교육’에 쓰일 것이다.
업무가 경감된다는 것 외에 그가 ‘다했니?’의 가장 큰 장점으로 꼽는 것은 교사 개개인이 각자의 수업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구현할 수 있다는 점이다. 개발 과정에서 그는 교사들의 자율성을 침해하지 않기 위해 최대한 노력했다. 가령 학생들이 과제 수행의 보상으로 쿠키를 개별 지급받으면 자동으로 합산돼 ‘우리 반 쿠키 함’에 쌓이는데, 그것으로 경제 교실을 운영하거나 기부활동을 한 교사도 있다. 여백 많은 도화지에 각자의 그림을 그려간다.
“운영 기록도 누적되어 학생들의 성장 과정을 한눈에 지켜 볼 수 있어요. 선생님들의 수업 기록이 쌓이니 그 자체로 온전한 ‘수업 일지’가 되죠. 교육 연구대회 같은 데 응모할 때도 ‘다했니?’에서 다운로드만 하면 돼요. 그게 ‘포트폴리오’가 되어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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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시대 교육의 본질

교직 생활 9년째인 그는 교사가 된 지 5년째 접어들던 무렵 동료 교사들과 교사연구회를 만들어 게이미피케이션을 공부했다. 그러던 중 코로나19로 온라인 수업을 해야 했고, 갑작스러운 상황에 교사들도 모두 혼란스러워했다. 그 어떤 에듀테크도 교사들을 위한 것이 아닌 것 같았다. 자신이 직접 만들기로 결심한 뒤, 코딩 전문가를 찾아 사비로 외주 개발을 진행해 2021년 9월 ‘다했니?’ 웹을 출시했다. 출시된 지 2년 반이 지난 2024년 3월 회원 가입자 수는 약 3만 8,000명, 등록 학생 수는 약 56만 명에 이른다. 이렇게 빨리 보급될 수 있었던 건 사용자들의 ‘입소문’ 덕분이다. 먼저 써본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사용자 카페와 교사연구회를 조직해 자체 연수를 진행했다. 지난해엔 초·중등 교사 12명이 『다했니? 다했어요! 백배 활용법』이란 책도 출간했다. 다양한 생명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숲처럼 각기 다른 교사들이 자기답게 활용하고 자유롭게 교류하며 같이 성장 중이다.
“출시 6개월 만에 한 선생님이 ‘다했니?’ 사용자 카페를 개설해 주셨어요. 그 카페를 발견했을 때 눈물이 나더라고요. 제법 많은 사비를 들였고 개발 과정에서의 어려움도 많았지만, 진심으로 응원해 주신 선생님들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어요.”
‘다했니?’는 현재 발명특허와 화상 디자인권 3개를 획득한 상태다. 세계로도 뻗어가고 있다. 지난해 교육부와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에서 르완다 교육 문제 해결을 위한 한국 에듀테크 오픈이노베이션 공모를 했는데, 여러 교사의 도움으로 ‘다했니?’가 선정됐다. 아프리카와는 이미 업무협약을 마쳤다. 올해 르완다의 한 학교 현장에서는 ‘다했니?’를 활용한 시범 수업이 이루어질 예정이다.
“AI가 대세인 세상이 와도, 오래전부터 이어져 온 교사와 학생의 소통 방식은 계속될 거예요. 디지털은 사람을 보조하는 프로그램일 뿐 교사가 하는 일을 대신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다했니?’가 선생님들의 충실한 보조자가 되도록 꾸준히 발전시킬 생각이에요.”
그는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기술을 꿈꾼다. 그 길을 걸어가는 그의 발걸음이 봄날의 여행자처럼 가볍다.
케이 로고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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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용 ‘다했니?’는 과제, 평가, 기록 등을 한꺼번에 할 수 있는 초간편 학생 관리 프로그램이다. 불필요한 업무를 크게 줄여줘 교사가 교육의 본질에 집중하도록 돕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