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윤나래 l 사진 이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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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직에 첫발을 내디딘 2008년, 이태윤 교사의 마음에는 소외된 학생을 향한 관심과 애정이 싹텄다.
“두 번째로 발령받은 학교에는 여러 국적의 학생들이 한 반에 몇 명씩 있었어요. 다문화가정 학생들에게는 제가
한국에서 처음 만나는 선생님인 경우가 많아 더욱 조심스럽고 신경이 쓰였죠.”
2013년부터 현재까지 다문화예비학교와 한국어 학급의 운영과 담임을 맡아온 그는 언어와 문화가 다른
학생들의 학교생활 적응과 수준별 한국어 교육에 특히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 결과물로 학교 초기 적응
자료 ‘학교 처방전’, 한글 교육 자료 ‘다함께 한글’ 등을 개발해 보급하는 데 힘쓰기도 했다. 이 자료들은
페이지마다 QR코드로 연동되는 영상을 마련해 학생들의 이해를 돕고 스스로 학습할 수 있도록 한 점이
돋보인다. 새로운 학생이 교실에 들어올 때마다 기역니은부터 가르쳐온 숱한 경험과 노하우가 담긴 자료다.
“다문화가정 학생이 소수라면 한국어를 제1 언어로 소통하는 분위기가 비교적 자연스럽게 형성되지만, 지금
학교에는 러시아에서 온 학생들이 반 이상을 차지하거든요. 자칫하면 한국어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수 있어
방학 중에도 한국어 수업을 이어가고 있어요.”
또 그는 교실에서뿐 아니라 학부모와 소통하는 일부터 학생들의 병원 진료나 등하교 동행, 준비물 준비를
돕거나 한국 문화 교육을 하는 등 생활 전반에서 다문화가정 학생들과 함께하고 있다. 록 밴드와 글로벌
국악단 활동으로 국적을 떠나 학생들이 서로 어울리도록 유도하기도 했다.
“다문화가정 학생이나 학부모님 모두에게 가장 큰 어려움은 마음 놓고 이야기하거나 상의할 상대가 없다는
것이에요. 며칠 전에는 파키스탄 출신 학부모님이 둘째를 출산하다가 응급실에 가게 되었다는 연락을
받았어요. 의료진과 소통하고 보호자에게 상황을 설명해 드리며 안심을 시켰죠. 또한 졸업한 옛 제자들이
찾아와 진로 고민을 털어놓기도 합니다. 힘들 때 기댈 수 있는 사람으로 저를 떠올렸다는 점이 고맙고 기쁩니다.”
“학교와 학생에게 중요한 것은 국적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고 있어요. 한국인, 미국인, 러시아인,
파키스탄인이 아니라 그저 ‘나’와 ‘너’가 있을 때, 서로의 이름을 부르면서 아이들은 친구가 됩니다.”
이태윤 교사가 학생들에게 러시아어로 말하자 웃음꽃이 피어난다.
“앞으로 우리는 더 다양한 문화와 인종이 어우러지는 사회로 나아가겠죠. 그간의 경험을 나누는 연수나
강의를 맡을 때면 꼭 강조하는 내용이 있습니다. 바로 아이들을 하나하나 봐달라는 겁니다.”
이태윤 교사는 대한민국 스승상을 받게 된 배경에 본인보다 더 많은 이의 노고가 숨어 있다고 거듭
강조한다.
“한국어 학급을 적극 지지하고 이끌어주신 교장 선생님들을 만났고, 동료 선생님들도 늘 배려해
주셨습니다. 특히 각 학급의 담임 선생님들이 정말 많이 애써주셨어요. 또 이중언어 강사님들이
계시지 않았다면 어땠을지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도움이 필요할 때마다 먼저 손을 내밀어주신
지역사회도 있고요. 그리고 우리 학생들이 있었죠. 정규 수업이 끝난 후 따로 남아 다른 언어를
배운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인데, 열심히 따라와 줘서 정말 고마웠습니다.”
대구광역시 달성군 논공읍은 이태윤 교사가 유년기를 보낸 곳이다. 앞으로도 그는 아이들이 언제든
쉽게 찾아올 수 있도록 이 지역에 뿌리내린 푸른 나무 같은 선생님이 되기를 꿈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