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조은영 여행작가, ㈜어라운더월드 대표, 『MOVE』 편집장
글 조은영 여행작가, ㈜어라운더월드 대표, 『MOVE』 편집장
제주도와 유사한 면적의 무인도 모리셔스가 본격적으로 알려진 것은 대항해시대다. 모리셔스라는 이름도
이곳에 정착한 네덜란드인들이 ‘모리스의 섬(Ile Maurice)’이라고 명명한 것에서 유래했다고 알려져 있다.
네덜란드인 다음으로 정착한 프랑스인들은 ‘프랑스의 섬(Ile de France)’이라 불렀고, 영국이 바통을
넘겨받으며 ‘모리셔스’ 섬이 되었다.
이후 150여 년 동안 영국의 통치가 이어졌고, 이곳의 사탕수수밭에서 일할 아프리카와 마다가스카르
원주민이 이주 했다. 노예제도 폐지 이후엔 인도인과 아시아인이 정착하면서 모리셔스는 다양한 인종과
배경의 사람이 모여 사는 곳이 되었다.
모리셔스의 인구는 약 130만 명으로 인도계가 67%, 크레올(Creole)족이 27%를 구성하고 있다.*
서인도제도나 중남미에 이주한 에스파냐인이나 프랑스인의 자손을 뜻하는 크레올은 인종뿐 아니라
그들의 언어·음식·예술 등 문화 전반을 통칭하는 말이 되었다.
유네스코 무형유산인 ‘세가 티픽(Sega Tipik)’은 모리셔스 크레올 문화의 하나로 생기 넘치는 공연예술이다.
다문화적 특징을 반영한 공연은 서로 다른 문화가 만나는 장이 되어, 모리셔스인들의 공동 유산을
중심으로 다양한 계층을 하나로 만드는 역할을 하고 있다.**
*출처: 외교부
**출처: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인도양의 미풍에 일렁이며 파도 소리를 뿜어내는 사탕수수 밭은 해가 질 무렵 환상적인 풍경을 그려낸다.
모리셔스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사탕수수 플랜테이션’은 관광객이 버기카를 직접 운전하며 아름다운
사탕수수밭 사이를 달리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과거 유럽의 국가들은 식민지에 사탕수수 플랜테이션을
조성했는데, 현지의 원주민과 아프리카에서 온 노예들은 뙤약볕 아래에서 쉼 없이 일했다. 모리셔스도
예외가 아니었지만 아픈 역사를 뒤로하고 사탕수수와 설탕, 럼은 현재 가장 인기 있는 모리셔스의 관광
상품이 되었으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설탕박물관(L’Aventure du Sucre)은 폐쇄된 설탕 공장을 개조해 꾸민 곳이다. 이곳에서 설탕 제조 과정과
모리셔스의 역사를 더 자세히 알 수 있다. 사탕수수즙을 끓여 설탕을 만들고 나면 부산물인 당밀이 생긴다.
이를 발효시키면 술이 되는데 이것이 ‘럼’이다. 모리셔스산 설탕과 럼은 프리미엄급으로 풍미와 맛이
뛰어나고 종류도 다양하다. 이곳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럼도 마셔볼 수 있는데, 레트로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틴 케이스에 들어 있는 설탕과 럼은 여행 기념품으로 제격이다.
아름다운 휴양지, 로맨틱한 섬, 인도양의 바다와 화이트 비치는 전 세계인을 모리셔스로 불러들인다.
특히 섬의 남단 ‘르 몬(Le Morne)’ 지역은 아름다운 경관, 푸른 바다, 부드러운 백사장과 산호 라군으로
모리셔스에서도 가장 인기 있는 곳으로 손꼽힌다. 리조트 부지와 골프장이 있는 디나로빈 비치콤버,
세인트레지스 모리셔스, 럭스 르몬 리조트 등 화려하고 멋진 숙소가 포진해 있다.
동부의 ‘벨 마레(Belle Mare)’는 얕은 수심, 2km 길이의 새하얀 모래사장과 넓은 열대 정원이 아름다운 풍경을
이루는 해변이다. 바다에는 산호초가 군락을 이루고 있어 다양한 해양스포츠를 즐기기에도 안성맞춤이다.
서북부에 있는 ‘트루 오 비슈(Trou Aux Biches)’는 모리셔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변으로 꼽힌다. 얕은 수심
아래 새하얀 산호모래를 품은 바다가 환상적인 색을 이룬다. 특히 태양이 눈부시게 빛나는 오후 만조에는
긴 해안선을 배경으로 결혼사진을 찍는 신랑 신부가 많다.
리조트를 벗어나 하루 정도는 포트루이스(Port Louis)로 향하는 것이 좋다. 포트루이스는 인구 약 15만 명이
거주하는 모리셔스의 수도로, 섬의 북서부 해안에 자리한 항구도시다. ‘중앙 재래시장(Central Market)’에서는
리조트에서 느낄 수 없는 현지인들의 삶과 실제 물가를 체감할 수 있다. 채소, 과일, 곡물, 향신료 등이
즐비한 이국적인 풍경과 어우러진 다양한 인종은 그것만으로도 살아 있는 박물관이다.
‘시타델(Citadel)’은 본래 도시를 지키기 위해 세운 성을 통칭하는데, 포트루이스에 있는 시타델의 본래
이름은 ‘시타델 포트 아들레이드(Citadel Fort Adelaide)’다. 영국인들이 바다로 들어오는 적을 감시하고
항구를 보호하기 위해 지었다. 견고한 회색 성벽이 압도적인데, 성벽에 오르면 도시 전체가
시원하게 내려다보인다.
파란색 우표를 뜻하는 ‘블루 페니’를 전시하고 있는 ‘블루 페니 박물관(Blue Penny Museum)’에서는 잘못
인쇄되어 오히려 몸값이 올라간 2펜스짜리 오리지널 우표를 볼 수 있다.
모리셔스가 매력적인 이유는 사람들, 박물관, 문화와 역사 등에 골고루 녹아 있는 다채로움 그 자체인
크레올 문화 탐방에 있다. 압도적인 자연 풍광도 빼놓을 수 없다.
아름다운 해변 주변으로 가심비(가성비와 심리적 만족)를 충족시키는 다양한 리조트도 많아 전 세계
휴양객은 오늘도 모리셔스로 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