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사진 조은영 여행작가, (주)어라운더월드 대표, 『MOVE』 편집장
글·사진 조은영 여행작가, (주)어라운더월드 대표, 『MOVE』 편집장
파리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에펠탑은 프랑스혁명 100주년을 기념하는 동시에 파리 만국
박람회를 위해 만든 조형물이다. 에펠탑이 잘 보이는 촬영 장소로는 트로카데로 광장, 비르아켐
다리, 센강의 바토무슈 유람선 등이 유명하다. 그런데 에펠탑에 올라가 본 이는 의외로 많지 않다.
에펠탑 위에서 바라보는 파리의 풍경은 가슴이 뻥 뚫릴 정도로 시원하고 아름답다.
에펠탑의 노란 불빛은 새벽 1시, 하얀색 불빛으로만 반짝이면서 대미를 장식하고 암전된다.
이를 ‘화이트 에펠’이라고 부르는데, 파리에 있는 동안 화이트 에펠도 마주하길 바란다. 에펠탑
남쪽 마르스 광장(Champ de Mars)은 파리에서 가장 큰 녹지다. 다섯 번의 파리만국박람회를
비롯해 프랑스의 국가 행사가 자주 열린 역사적인 장소로, 이번 올림픽에서는 이곳에서
비치발리볼 경기와 시각장애인 축구 경기가 열린다. 에펠탑과 마르스 광장 근처에 왔다면 케
브랑리 박물관(Musée du quai Branly)도 함께 둘러보길 추천한다. 이 박물관은 아프리카, 아시아,
오세아니아, 아메리카 등지의 민속문화 유물과 예술 작품을 전시한 곳으로 2006년 개관했다.
주목할 점은 프랑스의 대표 건축가 장 누벨과 조경가 질 클레망, 식물학자 파트리크 블랑의 손길이
더해져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박물관 중 하나로 꼽힌다는 사실이다. 에펠탑과 어우러진
아름다운 건축물과 싱그러운 정원이 감탄을 자아낸다.
센강에선 2024 파리 올림픽 개막식이 열린다. 배우이자 감독인 토마스 졸리의 연출로 공연과 선수 입장이
어우러진 독창적 퍼포먼스가 기대된다.
파리 중앙을 가로지르며 유유히 흐르는 강의 한가운데에는 두 섬이 있다. 바로 생루이(Saint-Louis)섬과
시테(Cité)섬이다. 시테섬에는 그 유명한 노트르담(Notre-Dame) 대성당과 생트샤펠(Sainte-Chapelle)이 있다.
1,000여 년 역사를 자랑하는 노트르담 대성당은 2019년 화재로 첨탑과 지붕이 소실되어 많은 이를 안타깝게
했다. 이후 대대적인 복원 공사가 이루어졌고, 2024년 12월 재개장을 앞두고 있다.
마지막 보수 공사에 박차를 가하는 노트르담 대성당을 지나 강을 따라 걸으면 금방 생트샤펠에 도착한다.
생트샤펠은 ‘성스러운 예배당’이라는 의미의 2층 건물인데 형형색색의 스테인드글라스가 압도적으로 아름답다.
시테섬과 다리로 연결된 생루이섬은 화려한 랜드마크는 없지만 마을을 천천히 돌아보며 느긋하게 카페에서 쉬어갈 수
있다. 곳곳이 영화 촬영지, 소설의 배경이 된 로맨틱한 도시 파리이니만큼 퐁네프 다리를 건너보지 않을 수 없다.
시테섬에서 다리를 건너 조금만 걸어가면 서점이 보인다. T.S. 엘리엇, 헤밍웨이, 스콧 피츠제럴드 등 대문호의
살롱이었던 100년 역사의 서점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다.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 ‘비포 선셋’의 배경이었던
서점 내부는 생각보다 크다. 책을 좋아한다면 근처에 있는 불리니에 (Boulinier) 서점도 추천한다.
지하 1층부터 3층까지 중고책과 옛 CD, LP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노트르담 대성당
노트르담 대성당
파리가 ‘예술의 도시’라 불리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수준 높은 박물관이 한몫을 담당한다. 그중 대표적인 세
곳을 꼽자면 단연 루브르 박물관, 오르세 박물관, 오랑주리 박물관이다.
이 세 박물관은 가까이 위치해 하루에 모두 방문해도 좋지만, 루브르만 제대로 보려고 해도 하루 이상이
걸리기 때문에 일정을 잘 계획해야 한다.
루브르 박물관은 총면적 7만 3,000m², 3만여 점이 넘는 방대한 작품 규모를 자랑하는 박물관이다. 그러다
보니 많은 이가 ‘모나리자’ 등 주요 작품만 훑어보고 다음 장소로 바삐 향한다. 혹시 그런 아쉬움을 간직하고
있다면 작품 한 점 한 점 감상할 수 있는 온라인 가상 투어가 있으니 활용해 보기를 권한다.
오랑주리 박물관과 오르세 박물관은 인상파 거장의 작품을 전시해 연중 인파가 끊이지 않는다. 개인적으로는
세 박물관 중 규모가 가장 작은 오랑주리 박물관을 추천한다.
클로드 모네의 거대한 ‘수련’ 연작에서 뿜어 나오는 에너지는 상상보다 힘 있고 웅장하다. 오르세 박물관은
빈센트 반 고흐, 클로드 모네, 폴 고갱, 에드가르 드가 등의 작품을 모아 놓았다. 밀레의 ‘만종’과 고흐의
‘자화상’, 마네의 ‘풀밭 위의 점심식사’ 등 눈에 익은 작품이 많다. 박물관 안팎의 대형 시계와 둥근 천장에서
기차역이었던 오르세역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루브르 박물관과 오랑주리 박물관 사이의 튈르리(Tuileries) 정원도 간과할 수 없다. 정원 앞으로 콩코르드
광장이 펼쳐지고 거대한 오벨리스크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모네를 좋아하는 이를 위해 박물관 하나를 더 추천하자면, 마르모탕 모네 박물관(Musée Marmottan Monet)
이 있다. 인상주의 시대를 연 작품 ‘인상’, ‘해돋이’의 원작이 전시되어 있다. 세 개 이상의 박물관을 둘러볼
예정이면 ‘뮤지엄 패스’ 구입을 고려해 본다. 특정 기간에 박물관과 개선문 전망대 등을 무제한 입장할 수
있는 티켓으로, 티켓을 사기 위해 줄을 설 필요가 없어 시간도 절약된다.
올드 앤 뉴, 새로운 파리! 이번 올림픽에서 파리시는 새 건물을 짓는 대신 95%의 기존 건축 자산과 유산을
최대한 활용해 탄소발자국을 줄이는 방향을 선택했다.
올림픽을 계기로 새로워질 파리의 모습 중 복원 작업을 위해 문을 닫았던 그랑팔레(Grand Palais)를 기억하자.
1900년 만국박람회를 위해 지어진 랜드마크로, 샤넬의 프레타포르테, 아트 이벤트 등이 열렸는데 올림픽
기간 중 태권도와 펜싱 경기가 이곳에서 열린다. 그랑팔레는 2025년에 정식 재개장한다. 2018년 개장한
아틀리에 데 뤼미에르(Atelier des Lumières)는 파리 최초의 디지털 아트 센터로 유명 작가들의 작품은 물론 신진
작가의 색다른 작품을 볼 수 있는 박물관이다.
문득 올림픽 이후의 파리가 궁금해진다. 익숙한 듯하지만 매일매일 새로운 도시, 파리는 여행자에게 거대한
예술 작품 속 주인공이 되는 경험을 선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