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사진 황연희
‘디토앤디토’의 취재 기자 및 총괄 이사이며,
신구대학교 패션디자인학과
겸임교수이다.
7월 파리 올림픽을 3개월 앞둔 4월 11일, 나이키(Nike)는 프랑스 파리에서 올림픽에 참가하는
모든 선수가 착용할 수 있는 13가지 제품으로 구성된 ‘나이키 블루프린트 팩’을 공개하는
‘나이키 온 에어’ 행사를 개최했다.
이번 행사에서 사람들의 시선을 압도한 것은 블루프린트 팩을 착용하고 등장한 글로벌 스포츠
스타들의 피날레 무대였다. 이들은 나이키 디자인팀과 선수들이 공동 제작한 비전 에어 룩을
입고 등장했는데, 이 무대가 패션 디자이너의 피날레 무대인지 애슬레틱(athletic, 건강미)을
중시하는 스포츠웨어 브랜드의 피날레 무대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나이키의 비전 에어 룩 무대처럼 스포츠와 라이프스타일의 경계가 사라진 패셔너블
스포츠웨어 브랜드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스포츠웨어 브랜드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글로벌 러닝화 시장에서 최고 점유율을 자랑하는
나이키는 최근 온러닝(On Running)과 호카(Hoka)를 두려운 경쟁 상대로 꼽고 있다.
특유의 디자인과 유명 셀럽을 모델로 기용해 폭발적 인기를 얻고 있는 스위스 브랜드 온러닝은
‘클라우드’ 시리즈를 대표 제품으로 내세워 지난해 매출이 46.6% 증가했고*, 호카 역시 50%가
넘는 신장률을 기록하며 세계적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두 브랜드가 전 세계 러닝화 시장의 랭킹을 바꿀 수 있었던 것은 기능성을 유지하면서
일상에서도 즐길 수 있는 패션 데일리 러닝화 스타일로 접근했다는 점이다. 호카 신발의
화려한 컬러감, 온러닝의 감도 높은 디자인은 젊은 소비자의 마음을 얻고 있다. 온러닝은
인기가 높아지면서 올해 로에베, PAF(포스트아카이브팩션)와 컬래버레이션 제품까지 선보였다.
또 트레일러닝을 즐기는 20~30대 인구가 증가하면서 ‘어글리 슈즈’라는 별명이 붙었던
호카 역시 패션 슈즈로 탈바꿈하고 있다.
*출처: 머니투데이 (2024. 05. 05.)
호카와 온러닝이 러닝화의 패션 감도를 높였다면 아크테릭스(ARC’TERYX), 앤드원더(AND WANDER)는
아웃도어 마켓에서 새로운 열풍을 일으켰다. 아크테릭스와 앤드원더 등은 20~30대의 주류 트렌드로
부상한 고프코어(gorpcore)를* 이끄는 주역들로 40~50대가 주도했던 아웃도어 트렌드를 완전히
바꿔놓았다. 등산 인구가 늘어나며 급성장한 아웃도어 브랜드의 주 컬러가 그린과 어울리는 오렌지·퍼플·레드·그린 계열이었다면, 고프코어는 ‘아웃도어’ 키워드를 하이패션으로 승화시키며 블랙·그레이·
뉴트럴 컬러 계열에 테크니컬한 디테일을 더해 젊은 층을 매료시켰다.
시조새 화석 심벌로 유명한 아크테릭스의 시작은 어떠한 환경에도 견딜 수 있는 ‘알파 SV
재킷’이었지만 기능성 제품이 아닌 일상에서도 착용할 수 있는 베일런스 라인의 인기가 더해지며
고프코어의 리더로 부상했다.
앤드원더는 자연과 산속 패션을 일상의 패션만큼 즐겁게 만들겠다는 모토로 시작한 브랜드로,
감각적인 디자인으로 인기몰이 중이다. 메종키츠네(Maison Kitsune), 그라미치(Gramicci) 등 젊은
층이 선호하는 브랜드와 협업 제품을 선보이며 국내에서도 인기있는 브랜드로 주목받고 있다.
*고프코어(gorp core): 아웃도어 의류에서 영감을 받은 일상복 패션
패션과 운동복의 경계를 허물고 있는 또 다른 종목은 테니스다. 코로나19 동안 새로운 스포츠
라이프로 부상한 테니스는 이후 커뮤니티와 연계해 지칠 줄 모르는 인기를 일으키고 있다.
플레이어들이 세대교체된 만큼 테니스의 전통적 가치 기반의 스포츠 브랜드는 스타일링에 변화를 주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일상과 겸할 수 있도록 패셔너블한 요소를 한층 강화했고, 젊어진 것이 특징이다.
한 세기가 넘는 헤리티지를 자랑하는 휠라(Fila)는 1970~1980년대 이탈리아의 테니스 무드를 현대적
디자인으로 승화시켰다. 럭셔리 스트리트 웨어 브랜드 에리즈(Aries)와 협업한 컬렉션을 선보였는데,
테니스가 지닌 우아함과 활력의 파스텔 무드가 더해지면서 테니스 패션의 공식을 깼다.
또 테니스 정통 브랜드 헤드(Head)는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 테니스 의류와 용품을 선보이며 화려한
컬러감이 젊은층에게 호응을 얻고 있고, 프랑스에서 시작된 르꼬끄 스포르티브(Le Coq Sportif )는
코트를 벗어나 데일리 웨어로 활용할 수 있는 테니스 아웃핏을 제안했다.
코로나19를 겪으며 우리 일상은 많은 것이 달라졌다. 무엇보다 레저 활동이 주는 일상의 즐거움을
경험한 우리에게 스포츠는 필드에서만 펼쳐지는 스코어 경기가 아니다. 일상에서도 함께 즐길 수
있는 스포츠 활동과 이에 따른 커뮤니티가 생겨나면서 우리의 패션도 바뀌어가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새로운 소비 세대가 자리한다.
각 스포츠 브랜드는 이들의 패션을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