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박병률 경향신문 경제부장
글 박병률 경향신문 경제부장
미국 메이저리그(MLB) 개막전은 정규 시즌 경기였던 만큼 오타니 쇼헤이, 타일러 글래스노,
다르빗슈 유, 김하성 등 양 팀의 주전이 모두 출전했다.
경기가 열린 고척스카이돔에는 지드래곤, 손예진, 차은우, 송중기 등 국내 셀럽이 직관을 위해
대거 찾아와 화제가 되기도 했다. 티켓값은 상상을 초월했는데, 가장 저렴한 외야 4층석도
12만 원이었다.
하지만 돈이 있다고 표를 구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쿠팡플레이의
유료 회원인 와우회원만 표를 살 수 있었다. 즉 MLB 월드 투어 서울시리즈(이하 ‘MLB
서울시리즈’)의 티켓을 구매하기 위해서는 와우회원 가입이 필수였다.
경기 중계 역시 쿠팡플레이를 통해서만 시청이 가능했다. 통상 MLB를 중계하던 스포티비에서도
MLB 서울시리즈는 볼 수 없었다. 30일짜리 와우회원에 가입이라도 하지 않으면 어떤 식으로든 MLB
서울시리즈를 접할 수 없었다는 얘기다.
OTT 시장에서 스포츠 독점중계가 새로운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다. MLB 서울시리즈는 이를
체감할 수 있는 대회였다. 쿠팡플레이는 개막전뿐 아니라 LG트윈스 등 국내 프로야구팀과의
스페셜 게임 4경기를 마련했고 선수단 입국, 공식 훈련 등 전 과정도 독점중계했다.
쿠팡플레이는 MLB 서울시리즈를 위해 100억 원을 썼지만, 1만 6,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고척
스카이돔 경기가 매 회 매진되면서 티켓 수입만 2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업계는 추산한다.
온라인 성과도 대단했다. 데이터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 3월 자료에 따르면 MLB 서울시리즈 2차전이
열린 3월 21일 쿠팡플레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의 일간활성이용자(DAU: Daily Active Users)는 194만여 명을
기록했다. 3월 4일~8일 평균 DAU가 71만여 명이라는 것과 비교하면 유입 효과가 뚜렷해 보인다. *
뒤늦게 OTT에 뛰어든 쿠팡플레이는 론칭과 함께 스포츠 중계를 정조준했다. 축구 국가대표
A매치와 K리그, 북중미 월드컵 예선도 독점중계하고 있다. 쿠팡플레이를 통해서만 한국 국가
대표와 프로팀의 경기를 볼 수 있는 셈이다. 독일 분데스리가, 스페인 라리가, 프랑스 리그앙
등 해외 축구 리그도 독점중계한다. 그 때문에 이강인, 김민재, 이재성 등의 경기는 오직 쿠팡
플레이에서만 볼 수 있다.
그 밖에 NFL(미식축구 리그), NHL(북미 하키 리그), 데이비스 컵(테니스), 포뮬러 원(F1·자동차 경주
대회), ONE 챔피언십(격투기) 등 주요 글로벌 스포츠 이벤트는 쿠팡 플레이가 독점중계하고 있다.
*출처: 미디어오늘(2024.04.01.)
대형 스포츠 이벤트는 수많은 충성 구독자를 보유한 콘텐츠인 만큼 실패 확률이 적다는 것이 매력이다.
안정적인 콘텐츠 수급이 보장된다는 이점도 있다. 슈퍼스타가 즐비한 만큼 화제성도 강하다. 경기는
물론 각종 이벤트를 만들 수 있어 콘텐츠 확장성도 뛰어나다. 중계 인력을 제외하고는 추가 비용이
들지 않아 비용 측면에서도 유리하다. 중계권을 확보하는 데 큰돈이 들기는 하지만 최근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하는 데도 수백억 원이 투입된다는 것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비용 부담이 크지
않을 수도 있다.
OTT가 대형 스포츠 이벤트를 주목한 시초는 아마존이다. 아마존 유료 멤버십인 ‘아마존 프라임’에
가입할 경우 OTT ‘프라임비디오’를 시청할 수 있다. 프라임비디오는 NFL 등 스포츠 이벤트 독점
중계권을 확보해 빠르게 덩치를 키웠다. 미국인들을 겨냥한 마케팅이었지만 이 전략은
국내 소비자에게도 맞아떨어지고 있다.
모바일 인덱스에 따르면 쿠팡플레이의 월간활성이용자(MAU: Monthly Active Users)는 2024년
1월 기준 805만 명으로 넷플릭스(1,237만 명)의 뒤를 바짝 쫓고 있다.**
쿠팡플레이의 질주에 최근에는 티빙도 맞불 전략으로 대응하고 있다. ‘KBO 리그는 오직 티빙에서’라는
모토 아래 티빙이 온라인 독점중계를 하고 있다. KBO 프로야구를 보기 위해서는 티빙 유료회원에
가입해야 한다. 티빙은 이를 위해 3년간 1,300억 원이 넘는 돈을 KBO에 지급했다.
**출처: 뉴스원 (2024. 02. 05.)
OTT의 스포츠 독점중계권 확보 경쟁과 스포츠 중계 유료화는 피할 수 없는 시대적 대세로 보이지만
시청자 입장에서는 마냥 반갑지만은 않다. ‘보편적 시청권’을 박탈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월드컵, 올림픽같이 한국 팀이 국가를 대표해 출전하는경우 모든 국민이 볼 권리가 있지만 OTT가
중계권을 독점하면서 시청에 제한을 받고 있다.
통상 월드컵, 올림픽 같은 국가적 이벤트는 방송 3사가 풀(Pool)을 결성해 FIFA, IOC 등과
협상에 나서지만 최근 OTT가 제시하는 금액이 너무 커 중계권을 확보하는 데 애를 먹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스포츠 중계권 문제는 시장에 맡긴다는 원칙적 입장이지만 보편적
시청권 확보와 외화 유출 우려로 개입할 여지도 있다. 향후 스포츠 중계권 확보를 둘러싼 경쟁
구도가 어떻게 흘러갈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