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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돋보기

같은 일터, 다른 세대
갈등은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상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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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분위기가 급변하면서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 간 갈등이 두드러지고 있다. 세대차에서 오는 스트레스는 어느 한쪽에만 적용되는 문제는 아니다. 조직 안에서 서로 다른 세대가 부딪히지 않고 소통하며 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에 대해 강북삼성병원 기업정신건강연구소 소장이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인 전상원 교수에게 물었다.

글 정라희 l 사진 김성진

세대와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고민은 있다

직장 생활을 하는 이들이 꼽는 가장 큰 어려움은 ‘인간관계’다. 각자 맡은 업무에 대한 이해관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갈등도 있지만, 일과 삶에 대한 가치관이 부딪히며 일어나는 소통의 문제도 있다. 기성세대는 기성세대대로 ‘나 때는’ 싶은 생각이 들고, 젊은 세대는 젊은 세대대로 ‘꼰대’의 충고가 버겁다. 하지만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혼자만의 재능과 노력으로 모든 일을 헤쳐나갈 수는 없다. 공동의 과업을 수행해야 하는 직장에서는 더욱 그렇다. 직장 안에서 발생하는 세대차로 인한 스트레스를 방치할 수 없는 이유다. 이에 대해 전상원 교수는 “기성세대도 젊은 세대도 형태만 다를 뿐 모두가 극심한 스트레스를 경험한다”라고 말한다.
전상원 교수의 주요 진료 분야는 공황장애와 화병, 우울장애, 불안장애 등이다. 다양한 정신 건강 문제를 다뤄온 그가 특히 직장인의 정신 건강에 관심을 둔 배경에는 강북삼성병원 기업정신건강연구소가 있다. 2013년에 개소한 이곳은 직장인의 정신 건강 문제를 통합적인 관점에서 연구하고 컨설팅해 온 국내 최초의 기관이다. 2019년에는 근로자들의 건강지수를 개선하기 위해 기업건강지수를 개발했으며, 최근에는 기초 문진을 한 후 개인의 스트레스 요인과 수준에 따라 마음 건강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반을 마련했다.
“정신 건강 문제는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각계각층에서 일어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직장인의 경우에는 개인의 의지로 이겨내야 하는 스트레스로 가볍게 여기는 경향이 아직도 크죠. 10여 년 전 강북삼성병원에서 기업정신건강연구소의 문을 열었지만, 안타깝게도 이 분야와 관련한 연구를 수행하는 기관은 아직도 드뭅니다. ‘회사는 경제활동을 하는 곳, 아프면 안 되는 곳’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기 때문입니다. 인식 변화가 필요한 부분이지요.”
이를 위해 전상원 교수는 조직 구성원들이 신체 건강을 넘어 마음 건강까지도 다스릴 수 있도록 관련 연구를 하면서 조직문화 개선에 필요한 분석과 대안을 제시하고자 노력해 왔다. 전상원 교수를 필두로 한 기업정신건강연구소는 적정한 주당 근무시간과 부서 체계 변경을 비롯해 세대 갈등 문제도 함께 다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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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진 시대, 조직 내 세대 갈등

조직 안에서의 세대 갈등 양상은 한층 다양해지고 있다. 여전히 조직은 수직적인 체계로 움직이지만 개개인의 가치관은 공정과 평등을 중요시하는 방향으로 바뀌면서 일터에 대한 세대 간 인식 격차는 더 커졌다. 세대 갈등을 이유로 기업정신건강연구소의 문을 두드리는 기업들도 적지 않다. 업무 강도 조절이나 보상 강화 등 기업 내부적으로 대책을 세웠음에도 조직 내 갈등이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아서다.
“기업 규모나 업종 특성에 따라 구성원들이 긴밀하게 협조해야 진척되는 일들이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한 기업에서는 경영진과 중간관리자들이 ‘서로 도울 땐 돕자’고 강조하는데 젊은 직원들은 ‘계약 내용과 다르다’는 이유로 정당한 보상을 요구합니다. 그런데 보상이 문제라고 해서 급여를 올렸는데도 퇴사율이 낮아지지 않았어요. 급여 문제나 부당한 업무 지시가 거의 없는 기업인데도 갈등이 지속될 때는 대부분 조직문화 문제일 때가 많습니다.”
조직 분위기가 악화되는 것을 다수가 인식하고 있는데도 문제 해결이 어려운 이유는 결국 ‘회사’이기 때문이다. 고충을 말하고 싶어도 불만으로 여겨지기 쉽고 익명이 보장되지 않기에 속마음을 솔직하게 말하지 못하는 까닭이다. 이를 위해 기업정신건강연구소에서는 전체 구성원을 대상으로 집단치료를 진행하며 중재자로서 실제 갈등 요인을 파악하고 구성원들의 감정이 공유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기업에서의 집단치료가 일반적인 집단치료와 다른 점은 ‘익명성 보장’이다.
“편지를 활용한 인지 치료를 기업에서의 집단 치료에 적용한 사례도 있습니다. 구성원들이 편지를 통해 갈등의 원인을 토로할 때는 구체적인 상황이나 감정이 들어가 있어요. 하지만 신원을 보호하고 그 내용을 전달받는 상대방이 불필요하게 오해하지 않도록 일부 내용은 연구소에서 각색합니다. 다만 각 구성원이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는 반드시 포함해요. 갈등 상황에서 각자 느낀 감정을 주고받는 것으로도 자연스럽게 상대를 이해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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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세대가 생각하는 회사에서의 개인주의는 독립적으로 일하면서 업무 과정에서는 긴밀하게 협조하는 것입니다. 기성세대도 변화의 과정에 적응하려고 애쓰지만 나름대로 고충이 있습니다. 서로 다른 세대가 ‘저 사람은 왜저래’라고 여기기보다 사회가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 생각해 보면 좋겠습니다.

‘다름’을 인식하고 사회 변화를 이해하며

세대 갈등을 줄이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다름’에 대한 인식이다. 그렇기에 개인주의도 올바로 해석해야 한다. 업무 관계에서 ‘협동’은 ‘친분’을 필요로 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젊은 세대가 생각하는 회사에서의 개인주의는 독립적으로 일하면서 업무 과정에서는 긴밀하게 협조하는 것입니다. 업무량이 많은 만큼 개인의 업무 영역을 지키면서 필요한 순간에 네트워킹을 가지면 더 효율적이거든요. 기성세대도 변화의 과정에 적응하려고 애쓰지만 나름대로 고충이 있습니다. 서로 다른 세대가 ‘저 사람은 왜 저래’라고 여기기보다 사회가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 생각해 보면 좋겠습니다.”
다양한 세대가 모여 있는 학교에서도 세대 갈등은 피할 수 없는 숙제다. 교사에게 요구되는 기대와 역량도 학생지도, 수업 준비, 교수방법 개선, 진로지도 등으로 다양해지면서 갈등의 요소가 되곤한다. 전상원 교수는 “조직문화가 바뀌려면 근무환경은 물론 대인관계와 업무 처리 과정 등 전반적으로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라고 말한다. 이를 위해 기업정신건강연구소에서도 직장 내 갈등과 관련한 다양한 솔루션을 제시해왔다.
“한 기업에서는 관리자와 실무자가 일정 기간 서로의 역할을 바꿔 일해 보는 프로젝트를 시행했습니다. 물론 기업 규모가 크지 않고 업종 특성상 관리자들도 일정 부분 실무를 처리할 수 있는 역량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지요. 이렇게 ‘역할 바꾸기’를 한 후에는 서로 업무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져 의사소통이 한층 원활해졌습니다.”
일터는 집보다 더 오랜 시간을 보내는 공간이기에 건강한 조직문화는 중요하다. 기업들도 좋은 직장 분위기가 생산성을 높인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추세다. 개인의 창의력과 정신력이 기업의 경쟁력과 연결되는 4차 산업구조에서 조직 구성원의 정신 건강은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전상원 교수 역시 사람들의 ‘마음 주치의’로서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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