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채진서 l 사진 성민하
글 채진서 l 사진 성민하
장성중학교 오승훈 교사는 학교 생활에 지쳐가는 학생들을
보고, 학교 밖의 다양한 경험을 통해 숨을 돌리고, 자신만의
길을 찾을 수 있기를 바랐다. 교사로서 학생들이 다양한 선택을 통해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자 하는 사명감 때문이다.
“코로나19 시기를 지나면서 아이들이 정서적으로 많이 힘들어했어요.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말을 많이 하더라고요.
아이들에게 뭘 해보고 싶은지 물었더니 의미 있는 일을 하며 재미있게 살고 싶다고 하더군요.
특히 요리를 하고 싶다는 아이도 많아서, 요리도 하고 고민도 나누며 지역 어르신들께 음식을 나눠 드리면 좋겠다고 이야기했죠.”
그렇게 2021년, 학생들과 함께 봉사 동아리 ‘요세따’를 만들었다.
‘요리로 세상을 따뜻하게 하자’라는 뜻을 담은 이 동아리는 학생들이 만든 도시락을 지역 어르신들과 나누는 봉사 활동을 한다.
오승훈 교사는 동료 교사와 학부모의 도움을 받아 한 달에 두 번, 토요일마다 아이들과 함께 요리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어머님들께서 준비를 도와주시거나 간을 봐주셨지만, 요리는 학생들이 직접 했어요.
마늘을 다듬고, 배추를 씻고, 양파를 썰며 정성을 다했죠.
수업 시간에는 늘 엎드려 있던 아이가 호박전을 부칠 때 집중하는 모습을 보며 아이들의 다른 면을 발견할 수 있었어요.
요리는 그들의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는 과정이었죠.”
학생들이 요리하는 시간은 단순한 봉사가 아니라 학교라는
공간에서 새로운 자신을 발견하고 관계를 경험하는 기회가
되었다.
“학생들이 요리를 통해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잘할 수 있는지, 그리고 사회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 고민하게 되었죠.
요리가 끝나면 어르신들께 드릴 도시락을 싸고, 우리도 함께 모여 밥을 먹으며 즐거움과 유대감을 키웠습니다.”
학부모와 학생들이 조를 이뤄 어르신 댁을 방문해 도시락을
전달하는 일도 학생들에게는 특별한 경험이었다.
“복지관에 전화해 학생들의 봉사 활동 취지를 설명하고, 어르신들께 도시락을 전달할 수 있는지 협조를 구했어요.
처음에는 학생들이 잘할 수 있을지 걱정하셨는데, 막상 도시락을 보시고는 깜짝 놀라셨어요.
도시락을 받으신 어르신들도 너무 기뻐하셨고, 특히 아이들의 방문을 매우 반가워하셨죠.
늘 혼자 계셨으니까요.”
시간이 지날수록 학생들은 어르신들과 정을 나누며 삶에서
이웃과 함께하는 기쁨을 배우고 자부심을 느꼈다.
‘우리가 잘할 수 있는 것으로 세상을 아름답게 하자.
배운 것으로 세상에 선한 영향을 끼치자’는 슬로건은 학생들의
자부심을 반영한 것이다.
“요세따 동아리 활동은 3년 동안 이어졌어요. 활동을 위해서는 예산이 필요했는데, 경기도교육청 공모사업에 선정되어 예산을 받았죠.
학교 예산만으로는 활동을 이어가기 어렵거든요.”
오승훈 교사는 다양한 공모사업에 관심을 가지고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교사의 열정과 관심만으로는 활동을
이어가기 힘들다. 학교장과 동료 교사들의 협조가 없으면
학과 외 활동을 하기 곤란하기 때문이다.
“학생들의 다양한 활동을 돕기 위해서는 교사와 학부모, 교육청과 교육부, 지역사회의 협력이 필요해요.
학생들이 아무리 좋은 취지로 활동하려고 해도 주변의 도움 없이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죠.”
장성중학교에서 몇 년째 이어온 ‘텃밭 가꾸기’, ‘화단 가꾸기’도 고양시농업기술센터 공모사업에 선정되어 예산을 지원받은 경우다.
학생들은 텃밭에서 농작물을 가꾸며 정서적 안정과 인성 함양을 경험한다.
또한, 텃밭에서 수확한 농작물은
요세따 동아리에서 식재료로 사용되기도 한다.
‘감성이 꽃피는 갤러리’ 운영도 공모사업 덕분에 이루어졌다.
“아이들이 일부러 갤러리를 찾아가기는 힘들잖아요.
마침 문화예술 공모사업에 선정되어 학교 안에 갤러리를 만들었어요.
‘감성이 꽃피는 갤러리’는 매달 새로운 전시를 선보이는데, 지금은 ‘인상파의 거장 클로드 모네전’과 ‘이란 학생미술교류전’이 열리고 있어요.”
학생들은 전시된 그림을 보며 감상을 메모지에 남겼다.
“유명한 그림을 실제로 보니 신기하다”, “그날의 아름다움이 그림에 보인다”, “화가의 삶이 느껴진다” 같은 내용으로 메모가 가득 찼다.
오승훈 교사는 봉사 동아리 활동, 텃밭 교육, 문화예술 체험 등 학생들이 다양한 배움을 삶과 연결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 교보생명의 공익재단인 교보교육재단에서 수여하는 2022년 ‘교보교육대상’을 수상했다. 2023년에는 노인 복지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고양시의회에서
표창장을 받기도 했다.
대학 시절, 오승훈 교사는 조금이라도 더 좋은 세상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품고 있었다. 그의 대학교 은사는 그에게 교사의 길을 권하며 “좋은 세상을 만드는 가장 빠른 길은 교육을
살리는 길이다”라고 조언했다.
“교수님의 가르침을 늘 마음에 새기고, 힘들 때 제 손을 잡아 주셨던 선생님들을 기억하면서 교사 생활을 하고 있어요.”
자연과 문화예술을 접하고 봉사와 협력을 배우는 것은 아이들이 앞으로의 삶에서 좌절하지 않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믿는 오승훈 교사.
그의 노력이 우리 사회를 조금씩 더 나은 세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학생들이 요리를 통해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잘할 수 있는지, 그리고 사회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 고민하게 되었죠. 요리가 끝나면 어르신들께 드릴 도시락을 싸고, 우리도 함께 모여 밥을 먹으며 즐거움과 유대감을 키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