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디지털 아티스트 비플(Beeple)이 세상을 놀라게 했다. 그가 창작한 디지털 작품 ‘매일: 첫 5,000일(Everydays: The First 5,000 Days)’이 크리스티 경매에서 6,930만 달러(약 780억 원)에 팔렸기 때문이다. 그는 13년 동안 매일 하나씩 작업한 디지털 이미지를 모아 NFT*로 제작해 경매에 내놓았고, 그 진가를 인정받았다. 이를 계기로 비플은 2021년 「타임(Time)」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올랐고, 유명한 디지털 아티스트가 되었다.
이 외에도 디지털 아트의 선구자 조슈아 데이비스(Joshua Davis), 데이터와 인공지능을 활용해 예술 작품을 만드는 레픽 아나돌(Refik Anadol), 멀티미디어 아티스트 로리 앤더슨(Laurie Anderson) 등이 디지털 아트로 새로운 미래를 개척 중이다.
이처럼 디지털 아티스트들은 예술과 기술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장르의 예술을 창조하며 주목받고 있다. 디지털 아트 역시 전통 예술의 틀을 넘어 미래 예술의 주류로 부상하고 있다.
*NFT(Non-Fungible Token):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 디지털 자산의 소유주를 증명하는 가상의 토큰

디지털 아티스트는 물감 대신 컴퓨터로 그림을 그리는 예술가다. 단순히 포토샵을 활용한 그림에 국한되지 않는다. 이들은 컴퓨터그래픽 소프트웨어, 3D 모델링 프로그램, 인공지능(AI) 기반 툴 등 다양한 디지털 도구를 사용해 예술 작품을 창작한다. 페인팅이나 조각 같은 아날로그 방식과 달리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작업하며, 작품은 주로 디지털 매체로 구현된다.
특히 생성형 AI를 활용해 그림과 동영상을 만들고, 다양한 멀티미디어를 통해 디지털 창작물을 만들어내는 선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 디지털 아티스트들은 애니메이션, 게임 디자인, 비디오아트, 디지털 일러스트레이션, NFT 아트, 메타버스 구현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 영역을 확장 중이다.

픽사(Pixar)나 마블 스튜디오 같은 영화사는 디지털 아티스트들의 천국으로 자리 잡았다. 디지털 아티스트들은 3D 애니메이션, 시각효과(VFX) 등을 통해 영화와 드라마의 시각적 완성도를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게임, 영화, 애니메이션, 메타버스,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콘텐츠 제작에서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이들은 캐릭터 디자인, 환경 설정, 스토리보드 작업 등에 참여하며 미디어와 엔터테인먼트 산업 발전에 핵심적 기여를 한다. 또 자신의 작품을 NFT로 판매해 경제적 성공을 거두고 있다. 디지털 아티스트가 주목받는 이유는 기술 발전과 함께 온라인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디지털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AI 기반 디지털 제작 도구가 상용화되면서 누구나 빠르고 효율적으로 디지털 콘텐츠를 창작할 수 있게 되었다.

디지털 아티스트가 되기 위해서는 기술적 역량과 예술적 감각이 모두 요구된다. 포토샵, 일러스트레이터, 블렌더(Blender), 마야(Maya), 유니티(Unity) 같은 다양한 디자인과 3D 툴을 능숙하게 다루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각각의 프로그램이 가진 기능을 정확히 이해하고 이를 작품에 적절히 활용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시각적 스토리텔링 능력과 창의력도 빼놓을 수 없다. 기술은 능숙하나 예술적 감각이 부족하면 디지털 아티스트로 성장하는 데 한계가 있다. 따라서 색채학, 구도, 조명 등 미술의 기초 이론에 대한 이해도 필수다. 더불어 빠르게 변화하는 트렌드, 새로운 기술과 소프트웨어에 대한 지속적 학습도 요구된다. AI 기반 디자인 툴이나 NFT 기술,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이해 역시 최근 중요한 역량으로 떠오르고 있다.

디지털 아티스트는 거의 모든 창조 산업에서 활동할 수 있다. 게임 캐릭터 디자인, 3D 모델링, 애니메이션 제작, 시제품 디자인, 영상 콘텐츠 제작 등이 주요 업무다. 또 메타버스 같은 가상현실 플랫폼에서 아바타 디자인, 아이템 기획 및 제작, 가상 세계 구축, NFT 제작 및 유통 등 새로운 형태의 디지털 아트 분야도 주목받고 있다. 또한 광고, 마케팅, 패션 산업에서도 디지털 아티스트에 대한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광고에서는 시각적 스토리텔링을 구현하는 그래픽디자인, 디지털 휴먼 창작, 가상 아이템 제작 등이 요구되고 있으며, 패션계에서는 가상 런웨이 쇼를 위한 디지털 의상 디자인, 시제품 제작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앞으로 디지털 아티스트의 전망은 더욱 밝다. 메타버스의 확산, NFT 시장의 성장, 인공지능과 결합한 예술 창작 툴의 발전으로 디지털 아티스트의 역할은 더욱 확대될 것이기 때문이다. 디지털 시대에 맞춰 예술의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다양한 산업에서 디지털 아티스트의 전문성과 창의성이 더욱 필요해질 것이다.